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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고기는 어떤 맛일까? 영양·부위·사육·녹용과의 차이

원물알리미

녹용으로 더 익숙한 사슴, 정작 그 고기는 왜 우리 밥상에 잘 오르지 않을까요? 사슴의 역사와 품종, 생태, 영양성분부터 안전하게 즐기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한의원이나 건강원에서 녹용 이야기는 자주 듣지만 정작 사슴의 살코기, 즉 사슴고기를 먹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사슴고기는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최고급 요리로 취급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녹용 수요는 높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사슴고기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된 요리법이 많지 않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서양에서는 베니슨(venison)이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사냥감 고기의 대명사였고, 현대적 개념의 사슴고기는 11세기 노르만 정복 당시 영국 왕실이 사슴을 사냥한 뒤 먹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같은 동물에서 나온 두 가지 산물, 즉 보약으로 귀하게 여겨진 녹용과 조용히 뒷전으로 밀려난 고기 사이의 온도 차는 사슴이라는 동물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지점이다.

한반도 사슴의 역사: 십장생에서 절멸, 그리고 재도입까지

사슴은 예로부터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중 하나로 그려졌고, 몸에 흩뿌려진 흰 반점이 매화를 닮았다 하여 몸을 수놓은 반점 무늬가 매화나무의 꽃처럼 생겼다고 하여 한자어로 매화록, 우리말로 꽃사슴이라 불려왔다. 조선 후기에는 전국 곳곳에 사슴을 관리하는 구역이 있었는데, 조선시대 후기에는 전국에 사슴사육관리지역이 있었고 특히 19세기 말 강원도에는 일만 마리의 사슴이 사육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풍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강점시대인 1920~30년대에 제주도와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야생 사슴이 절멸되면서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전쟁의 상흔도 깊었다. 국내 사슴 사육은 1950년 6·25 전쟁에서 살아남은 몇 마리를 토대로 1980년대에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에서 엘크와 레드디어 1만 3000여 마리를 수입하면서 비로소 사육의 토대를 마련했다. 지역 단위로 보면 충청북도 진천군처럼 1971년 한 농가에서 부업으로 꽃사슴을 기르기 시작한 것이 사슴 사육의 계기가 된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절멸과 재도입을 거치며 오늘날 한국에서 사육되는 사슴은 토종 혈통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여온 계통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 사슴: 꽃사슴·레드디어·엘크

사슴이라고 다 같은 사슴이 아니다. 사슴은 소나 말과 같이 발굽이 있는 초식동물로 소목 사슴과에 속하는 사슴, 노루, 순록을 총칭하며 전 세계에 약 90여 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꽃사슴, 노루 등 5종의 재래종과 사육 목적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레드디어, 엘크 등이 사육되고 있다. 몸집으로 구분하면 꽃사슴이 가장 작고, 레드디어가 중간, 엘크가 가장 크다. 북미에서 들어온 엘크는 1974~75년 무렵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했고, 유럽계인 레드디어는 비슷한 시기 뉴질랜드를 거쳐 들어와 국내 사육두수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지금 한국에서 보는 꽃사슴은 순수 혈통이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재래종과 일본산 및 대만산 꽃사슴이 섞인 교잡종이며, 농가에서는 더 큰 개체를 얻기 위해 품종 간 교잡 번식도 이루어지고 있다.

가을 사육장에서 무리 지어 풀을 뜯는 꽃사슴 떼와 뿔이 선명한 수사슴의 모습

번식과 생태, 그리고 녹용과 고기의 관계

사슴은 혼자보다 무리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로, 번식 시기가 가을로 한정되어 있어 이에 맞춰 사슴의 생활주기 전체가 돌아간다. 암컷은 가을에 발정이 와 이듬해 봄에서 초여름 사이 새끼를 낳고, 수컷은 겨울을 지나 이른 봄 뿔이 떨어지는 낙각을 거쳐 다시 여린 뿔을 키운다. 이 여린 뿔이 바로 녹용이며, 사슴농가 대부분은 고기보다 이 녹용 생산을 1차 목적으로 사육을 이어왔다. 그래서 고기는 녹용을 채취하고 남은 개체를 도축하면서 얻는 부산물적 성격이 강했고, 이는 사슴고기가 전문 정육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전통 한의학 문헌에서도 고기는 녹용을 보조하는 식재료로 다뤄졌는데, 오장을 보하고 허약한 사람을 튼튼하게 하며 오장을 강하게 하는 식품으로 보아 푹 삶아서 먹는 방법이 전해진다. 다만 이는 전통적으로 내려온 식이 관습이지 현대 의학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르는 사슴,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까?

사슴고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만성소모성질병(CWD) 관리다. 국내 방역당국은 이 질병을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CWD를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도축되는 사슴·폐사한 사슴·다른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된 사슴 중 2세 이상 개체에 대해 CWD 정밀검사를 실시하며, 조기 적발을 위해 매년 국내 사육 사슴의 절반 이상에 대해 임상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CWD가 발생하는 미국·캐나다산 사슴 및 사슴 관련 제품의 수입은 금지되어 있으며, 뉴질랜드 등에서 상업적으로 수입되는 사슴 제품에 대해서도 원산지 확인 등 철저한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상시 감시 체계 덕분에 정식으로 유통되는 국내산·수입산 사슴고기는 엄격한 검역 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다. 다만 출처가 불분명한 사슴 제품이나 비정상적으로 저렴한 경로의 고기는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슴고기 영양성분, 저지방 고단백의 정체

국내 표준 식품성분 자료를 보면 사슴고기(생것)는 100g당 열량 120kcal, 탄수화물 0g, 단백질 23g, 지방 2.4g, 당류 0g, 나트륨 51mg, 콜레스테롤 0mg, 포화지방산 0g, 트랜스지방산 0g으로 집계된다. 다만 이 수치는 품종, 사육 환경, 부위, 성숙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하나의 기준점으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 다른 적색육과 비교해 보면 그 성격이 뚜렷해지는데, 사슴고기는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에 비해 수분과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아미노산 종류가 다양하며 칼로리, 콜레스테롤, 지방은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 열량·탄수화물: 100g당 약 120kcal, 탄수화물은 거의 없음
  • 단백질: 100g당 약 23g으로 다른 적색육보다 높은 수준
  • 지방·포화지방: 100g당 2.4g 안팎으로 대체로 낮은 편

지방이 적다 보니 등심이나 안심처럼 결이 고운 부위는 살코기 비중이 높은 반면, 조리 방식에 따라 금방 퍽퍽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부분이다. “철분이나 아연을 함유한다”는 식으로 해외 식품 자료에서 언급되기도 하지만,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저지방 단백질 공급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손질과 조리, 보관까지

사슴고기는 지방이 적어 쉽게 질겨질 수 있으므로 손질과 조리 방법이 맛을 크게 좌우한다. 근섬유가 굵고 단단해 썰어내는 방향이 중요하며, 결 반대 방향으로 칼을 넣어야 씹는 느낌이 부드러워지고 조리 전에 힘줄을 미리 제거해 두어야 질긴 식감을 피할 수 있다. 냉장고에서 며칠간 숙성시키면 풍미가 깊어지는데, 0~4도 냉장고에서 랩 없이 3~7일 두면 자연적인 효소 작용으로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깊어진다. 올리브유나 로즈마리, 마늘, 레몬즙 등을 섞은 양념에 재워두는 것도 잡내를 줄이고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부위별 조리법도 다른데, 허리나 안심처럼 부드러운 부위는 굽는 것이 좋고, 어깨살처럼 큰 부위는 로스팅해 완전히 익히며, 옆구리살은 팬에 구워 바삭한 질감을 더하는 식으로 구분해 활용할 수 있다. 지방이 적은 만큼 고온에서 오래 익히면 급격히 퍽퍽해지므로 스테이크류는 중심 온도를 과하게 올리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보관은 다른 생고기와 마찬가지로 밀폐해 냉장은 짧게, 장기간 두려면 소분해 냉동하는 방식이 무난하다.

결이 고운 선홍빛 살코기와 얇은 지방층이 드러난 손질된 사슴고기 안심 단면

줄어드는 사슴농가, 잊혀가는 식재료

한때 전국 곳곳에서 꽃사슴과 엘크를 키우던 사슴농가는 지금 눈에 띄게 줄었다. 사슴 사육마릿수는 2001년 말 15만 6000마리를 기록했으나 이후 점차 감소해 2021년에는 2만 3063마리까지 줄었으며, 농가당 사육마릿수도 16~18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양록산업은 침체된 상태다. 녹용 수요가 예전 같지 않고 고기 소비처도 마땅치 않은 현실이 맞물린 결과다. 그럼에도 사슴은 여전히 한국인의 정서 속에서 각별한 동물이다. 매화를 닮은 무늬 때문에 꽃사슴이라 불리고,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의 자리를 지키며, 시인 노천명의 시를 통해서도 가장 사랑받는 동물 소재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결국 사슴고기는 화려한 보양식 이미지의 녹용 뒤편에 가려져 있었을 뿐,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담백한 적색육이라는 본래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엄격한 방역 검사를 거친 사슴고기를 부위에 맞는 방식으로 손질하고 조리한다면, 쇠고기나 양고기와는 또 다른 결과 풍미를 가진 고기 한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녹용으로만 기억되던 사슴이, 이제는 고기로도 조금씩 식탁 위에서 제 이름을 되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참고자료

  • 농림수산식품부, 「사슴만성소모성질병(CWD), 녹용 등 사슴 생산물의 안전성과는 관련없어」 보도설명자료
  • 농촌진흥청 농사로 농업기술포털, 「사슴산업의 위기 그리고 가능성」
  • 농수축산신문, 「국내사슴산업 이대로 괜찮나」
  • 디지털진천문화대전, 「사슴」 항목
  • 울산저널i, 「일제강점기 남한에서 사라진 야생동물 ‘사슴’」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 사슴 품종 관련 농가·전문 사이트(bibongherb.com, deerville.co.kr, momnyoung.com)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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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특성, 원산지를 찾아보다가 정보를 한곳에 정리하고자 원물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식품 전문가가 아니라 재료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자료를 근거로 출처를 남기며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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