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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고기, 설날 떡국의 원조 자리를 닭고기에 내주다.

원물알리미

꿩고기가 설 떡국의 본래 재료였던 이유와 장끼·까투리의 차이, 제철과 맛의 비밀, 영양성분과 손질법까지 자세히 살펴봅니다.

겨울 들판에 눈이 쌓이면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화려한 꽁지를 늘어뜨린 새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오른다. 예부터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사냥새였던 꿩이다.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갓 태어난 새끼는 꺼병이라 부르는데,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 새끼는 꺼병이라고 한다. 이 새에서 얻는 고기가 바로 꿩고기이며, 꿩(학명: Phasianus colchicus)은 닭목 꿩과 꿩속에 속하는 텃새이다. 닭이 가축이 되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이 사냥해 먹어온 이 새는, 겨울 한 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별미였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흔히 먹는 닭고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장끼와 까투리, 왜 이렇게 다르게 생겼을까?

꿩의 암수는 한눈에 구분될 만큼 생김새 차이가 크다. 수컷인 장끼는 목에 흰 띠를 두르고 머리와 가슴 깃털이 청록색으로 반짝이며 꽁지가 길게 뻗어 있는 반면, 암컷인 까투리는 전체적으로 갈색과 황토색이 섞인 수수한 보호색을 띤다. 울음소리도 서로 다른데, 위협에 처하면 빠르게 걷거나 뛰어서 도망가며, 놀라서 날아갈 때는 큰 소리를 낸다. 수컷은 높은 소리를 내어 울지만 암컷은 낮은 소리를 낸다. 이런 차이는 번식 전략과 관련이 깊다. 화려한 수컷은 짝짓기 경쟁에서 유리하지만 천적에게 쉽게 노출되고, 알을 품고 새끼를 돌봐야 하는 암컷은 수수한 색으로 몸을 숨긴다.

산림이나 구릉, 산간 초지 등지에 서식한다는 점에서 꿩은 깊은 산보다는 사람의 생활권에 가까운 야산과 들을 좋아하는 새다. 먹이는 찔레열매를 비롯하여 수십 종의 나무열매, 풀씨, 곡물과 거미류, 다족류 등의 각종 동물을 먹는 잡식성이나 식물성 먹이를 많이 먹는 편이다. 번식기가 되면 산란기는 5~6월이며, 한배의 산란 수는 보통 6~10개, 많은 경우에는 12~18개 낳는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꿩과에는 세계적으로 190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꿩은 아시아 동남부에서 중국 동북 지방에 걸쳐 서식하고 있다.

가을 들녘에서 낟알을 쪼아 먹는 화려한 깃털의 장끼와 수수한 까투리 한 쌍

가을에야 비로소 맛있어지는 이유

꿩고기가 특별히 겨울철 음식으로 자리 잡은 데는 분명한 생태적 이유가 있다. 주로 농한기인 겨울에 먹었고, 그 외엔 잘 먹지 않았다. 일단 늦은 봄 이후에는 꿩이 풀을 뜯어먹으므로 꿩고기에서 풀냄새가 나게 된다. 반대로 꿩고기가 떡국에 들어가는 이유는 가을에 벼나 작물의 열매를 먹은 뒤라 이런 냄새가 거의 없고 먹이로 인한 담백한 맛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즉 같은 새라도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에 따라 육질의 풍미가 크게 달라지는 셈이며,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낟알을 배불리 먹은 늦가을과 초겨울의 꿩이 가장 맛있는 시기로 꼽힌다. 사냥이 수월했던 이유도 여기 있는데, 꿩은 농한기(겨울~초봄) 철에 사냥하면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장끼전과 치악산, 꿩이 남긴 이야기들

꿩은 단순한 사냥감을 넘어 한국인의 정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판소리계 소설 장끼전의 주인공이 바로 이 새이며, 강원도의 명산 이름에도 꿩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은혜갚은 꿩 설화로 적악산(赤岳山)이 치악산(雉岳山)이라고 불린다. 치악산이 위치한 원주시의 시조(市鳥)이다. 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꿩의 화려한 무늬를 상징으로 삼기도 해서 조선 시대 중전의 대례복인 ‘적의’에 꿩을 수놓았다. 이보다 앞선 시대에는 고기뿐 아니라 가죽도 귀하게 여겨져 삼국시대에는 여러모로 고급 모피로 취급되었던 듯하다. 고구려가 오나라에 담비 가죽과 함께 할계피(꿩가죽) 10구를 보냈다는 기록도 전한다. 전통 의학서에서도 꿩고기를 다루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맛이 시고 무독, 혹은 미독하여 몸에 좋으며 설사를 그치게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꿩은 귀한 음식이나 미독이 있어 생식하여서는 안 되며, 9~12월 사이에 먹으면 괜찮다고 하였다. 또 누창을 고친다고 하였다. 다만 이는 전통적인 기록일 뿐, 현대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 효과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설 떡국의 원래 주인공

지금은 떡국에 소고기나 닭고기를 넣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본래 떡국의 국물과 고명을 책임지던 고기는 꿩이었다. 예로부터 떡국의 국물을 내고 고명으로 얹기 위해 사용하는 값비싼 식자재가 바로 꿩고기였다. 궁궐이나 양반집에서는 꿩고기로 만든 떡국을 먹으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꿩고기는 맛도 좋고 ‘하늘 닭’이라며 좋은 일을 가져오는 동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수급이었다. 꿩고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야생 새다 보니 기를 수도 없고, 겁이 많고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숨거나 도망친다. 알도 적게 낳다 보니 꿩은 아주 귀한 날짐승이었다. 결국 구하기 쉬운 닭으로 대체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자리를 잡았고, 지역별로도 전통이 갈라졌다. 원래는 꿩을 이용해 만드는 것인데, 꿩이 없으면 닭으로 대신해서 끓이던 것이 떡국의 한 종류로 정착한 것이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도 여기서 나왔다. 꿩으로 만든 떡국은 ‘생치떡국’이라고 한다. 북쪽 지방에서는 떡국 대신 만둣국을 끓이며 한반도 북부 지방에서는 설날에 떡국이 아니라 만둣국을 먹는다. 기온이 낮고 강수량도 풍부하지 못해 벼농사를 짓기 어려웠다. 돼지고기, 숙주 등을 놓은 만두를 꿩고기 국물에 끓여 먹는 게 특징이다.

궁중에서도 꿩고기는 빠지지 않는 식재료였다. 겨울철에 사냥한 야생 꿩은 귀한 음식으로 구이와 만두, 떡국 등의 음식재료로 쓰였다. 꿩고기는 조선후기 궁중연향의 진어찬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이다. 꿩을 통째로 구운 요리도 따로 이름이 있었는데, 1887년 경복궁 만경전 정일진찬 때 신정왕후의 대왕대비전진어찬안에도 전치적이 올랐다. 전치적은 꿩을 통째로 구워낸 구이이다. 만두로 빚어 먹는 전통도 따로 발달했는데, 생치만두는 꿩고기를 재료로 사용하여 빚은 만두를 말한다. 꿩만두라고도 하며 조선 시대에 궁중을 비롯한 서울지역에서 겨울철에 즐겨 먹던 음식이다. 조선 시대에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즐기던 음식이기도 했다.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개고기와 함께 서민과 양반 가리지 않고 즐겨 먹던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한양 내에는 생치전과 건치전에서 꿩을 팔았다.

영양성분, 닭보다 담백하고 지방이 적다.

미국 농무부(USDA) 식품성분 자료에 따르면 꿩고기(살코기, 생것) 100g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영양성분이 들어 있다.

  • 열량 약 130~135kcal
  • 단백질 약 22~24g
  • 지방 약 3~4g (포화지방 약 1g 내외)
  • 콜레스테롤 약 56~66mg
  • 인 약 195mg, 칼륨 약 220mg 내외

이 수치는 Pheasant, meat only, raw Select portion size 자료와 Pheasant, leg, meat only, raw, Pheasant, breast, meat only, raw 등 부위별 USDA 데이터를 종합한 값으로, 부위(가슴살·다리살)와 조리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다른 가금류 고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담백한 저지방 고단백 식재료로 볼 수 있다. 다만 사육 환경이나 개체의 나이, 조리 방법에 따라 실제 수치는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단백질 공급원의 하나로 고려할 수 있는 식재료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손질과 조리, 뼈까지 알뜰하게

꿩을 손질할 때는 껍질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털을 뽑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일단 꿩을 구한 후 털을 뽑아야 한다. 껍질이 상하지 않게 조심히 털을 뽑아 낸후 날갯족지와 다리는 잘라내야 한다. 다리와 몸통 가슴 부분을 잘 분리한 다음 찜을 해 먹거나 튀겨 먹거나 살을 발라서 만두로 해 먹기도 한다. 뼈는 모아서 육수로 끓이는데 보통 냉면이나 떡국의 육수로 이용된다. 살코기는 구이나 찜, 만두소로 활용하고, 자잘한 뼈와 잔살은 버리지 않고 끓여 국물 요리의 베이스로 쓰는 것이 전통적인 이용법이다. 경상도 지역의 떡국에서도 이런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경상도에서는 끼미 또는 꾸미라 부르는 고명이 올라가는데 꿩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을 이용하여 만든다.

부위별로 손질되어 나무 도마 위에 놓인 꿩고기 살코기와 육수용 뼈

지금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전적으로 겨울 사냥에 의존해야 했던 꿩고기지만, 오늘날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꿩은 원래 야생 조류이나 현재는 민가에서 사육하여 식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다만 꿩도 사육이 가능하고 실제로 꿩 사육을 하는 농장들도 있지만 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번식력이 낮고 사육 비용 대비 생산량이 적다 보니 대중적인 육류로 자리 잡지는 못했고, 지금도 향토 음식점이나 특산물 형태로 명맥을 잇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구입할 때는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으며 특유의 누린내가 심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고, 냉장 보관 시에는 가급적 빨리 조리하거나 소분해 냉동하는 편이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겨울 한 철 벼이삭을 쪼아 먹고 살을 찌운 꿩이 가장 담백하다는 옛사람들의 경험칙은, 오늘날 사육 꿩을 고를 때도 참고할 만한 기준이 된다.

장끼와 까투리가 들판을 거니는 모습에서 시작해 궁중의 생치적과 서민의 생치전, 그리고 설날 떡국의 ‘꿩 대신 닭’이라는 말까지, 꿩고기는 한국인의 식탁과 언어 양쪽에 깊은 자국을 남긴 식재료다. 지금은 닭고기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지만, 가을 들판에서 곡식을 먹고 살을 찌운 꿩 한 마리가 왜 그토록 귀한 설 음식의 재료였는지를 알고 나면, 이 고기가 품고 있는 계절감과 이야기가 한층 다르게 다가온다.

참고자료

  • 디지털용인문화대전, 「꿩」(한국학중앙연구원)
  • 부산역사문화대전, 「꿩」(한국학중앙연구원)
  • 지역N문화, 「생치만두」(한국문화원연합회)
  • 한양도성 디지털인문학 아카이브, 「꿩고기」(한국학중앙연구원)
  • 어린이 경제신문, 「유래 알아봐요 – ‘꿩 대신 닭’」
  • USDA FoodData Central, Pheasant meat nutrient data (nutritionvalue.org, myfooddata.com, recipal.com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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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특성, 원산지를 찾아보다가 정보를 한곳에 정리하고자 원물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식품 전문가가 아니라 재료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자료를 근거로 출처를 남기며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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