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은 왜 꼭지가 솟았을까? 품종·제철·당도·고르는 법
꼭지가 봉우리처럼 솟은 한라봉은 왜 그런 모양을 갖게 됐을까요? 일본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완성된 한라봉의 탄생 배경과 품종, 제철, 영양성분과 고르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겨울이 되면 제주의 과수원마다 샛노란 귤들 사이로 유독 꼭지가 불룩 솟은 과일이 눈에 띈다. 한라봉이다. 동글동글한 여느 감귤과 달리 윗부분이 봉우리처럼 튀어나온 이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사람들은 한 번 보면 쉽게 기억한다. 그런데 정작 이 과일이 제주에서 태어난 재래종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도 아닌 이웃 나라에서 건너온 교잡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라봉이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그리고 그 이름이 지금처럼 제주를 대표하는 과일이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복잡한 사연이 숨어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완성된 감귤
1972년에 일본 농림수산성 과수시험장에서 청견과 병감을 교배하여 육성한 품종이다. 당시 실생번호는 키요미 × 폰칸 32호였다. 당시에는 과실의 형태가 좋지 않고 특이하며, 과면이 거칠고 과피색이 희미하다 하여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점차 품질이 개선되어 지금은 당도가 높고 과육 상태와 향기가 좋으며, 상품 또한 다양해졌다. 일본에서는 시라누이(不知火)라는 품종명과 데코폰(デコポン)이라는 상표명으로 유통되었고, 구마모토현이 주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 품종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90년을 전후한 시기다. 한국에는 1990년을 전후로 도입되었으며, 제주도에서 재배되면서 한라봉이라고 새롭게 불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본 이름 그대로 불리다가, 솟아오른 꼭지 모양이 한라산 봉우리와 닮았다는 데서 착안해 새 이름이 붙었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한라봉 가격이 비싼 이유가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에서 우리나라에 품종보호 출원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료 같은 로열티는 지불하고 있지 않다. 이후 제주 한라봉은 품질과 지역성을 인정받아 2015년 대한민국의 농산물 지리적 표시 제100호로 등록되었다.

꼭지가 봉우리처럼 솟는 이유
한라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은 역시 불룩 솟은 꼭지 부분이다. 이 독특한 형태는 품종 고유의 유전적 특성이지만, 재배과정의 밤과 낮의 온도차에 의해서 생기는 것으로 맛이나 영양, 보관, 저장에는 관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즉 꼭지가 많이 솟았다고 더 달거나 맛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껍질은 일반 감귤보다 두꺼운 편이지만 손으로도 쉽게 벗겨지며, 속껍질과 과육을 감싸는 하얀 막에는 헤스페리딘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헤스피리딘은 만감류의 속껍질과 알맹이를 싸고 있는 얇은 하얀 막에 풍부하다. 과육은 알갱이가 또렷하고 즙이 많아 씹는 맛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혈통, 다른 품종들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라봉이 모두 같은 나무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 들여온 품종은 나무 생육 과정에서 바이러스와 바이로이드에 취약한 문제가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항바이러스 계통으로 개량된 M16A가 2000년대 이후 국내 농가의 주력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비풍, 사가34호 같은 부지화 계열 품종이 함께 재배되고 있으며, 주요품종으로 비풍, 사가 34호 등이 꼽힌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육성한 품종도 등장했다. ‘탐나는봉’은 한라봉으로 알려진 ‘부지화’를 기반으로 한 주심배 유래 만감류 품종으로, 국내에서는 2014년 품종보호 등록을 받았고 미국에서는 2019년 식물특허 등록을 마쳤다. 유통 과정에서 품종이 뒤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유전자 수준에서 ‘탐나는봉’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판별기술을 개발해 ‘탐나는봉’과 ‘부지화’ 기반 품종의 잎과 열매를 100%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한라봉은 이렇게 다른 품종을 낳는 어버이 역할도 했다.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처럼 제주를 대표하는 만감류 대부분이 한라봉 또는 그 교배 혈통에서 갈라져 나온 품종들이다.
12월부터 3월, 가장 맛있는 시기
한라봉의 수확철은 겨울 한복판부터 이른 봄까지 이어진다. 12월부터 3월까지 주로 수확을 하는데, 2월과 3월에 가장 맛있게 익는다. 따뜻한 기온과 충분한 일조량이 필요한 작물이라 재배 환경이 중요하며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서 재배된다. 제주 외에도 전남 나주, 경남 밀양 등지에서도 생산이 이루어진다. 당도는 품종과 재배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감귤 교배종 중에서도 당도가 높은 편으로 보통 13~14 브릭스 정도이며, 재배 지역 및 관리기술에 따라 16브릭스 이상도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수확 직후보다 일정 기간 보관한 뒤가 더 달다는 것인데, 이는 과실 안의 수분이 자연스럽게 줄면서 당도가 농축되기 때문이다.
영양성분, 비타민C의 보고
생것 100g 기준으로 에너지는 약 51kcal, 수분 85.4g, 단백질 1.2g, 지질 0.1g, 탄수화물 12.9g이며, 무기질로는 칼슘 5mg, 인 24mg, 철 0.5mg, 칼륨 114mg, 나트륨 13mg이 들어 있다. 비타민 측면에서는 비타민A(레티놀 당량) 149㎍, 베타카로틴 891㎍, 비타민B1 0.07mg, B2 0.14mg, 나이아신 0.6mg, 비타민C 58mg 수준으로 보고된다. 다른 조사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자료를 근거로 한라봉의 비타민C 함량이 100g 당 52.94mg으로, 36mg인 일반 감귤보다 높다고 소개되기도 하는데, 품종과 산지, 재배 시기에 따라 수치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 기능성 성분으로는 플라보노이드류인 나리루틴, 헤스페리딘과 구연산이 대표 성분으로 꼽히며, 비타민A의 한 형태인 베타크립토잔틴과 엽산도 포함되어 있다. 과육 부분의 헤스피리딘 함량은 100g당 125.19mg 수준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런 성분들은 항산화 작용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는 물질들이며, 한라봉 자체가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열량이 낮으면서 비타민C와 칼륨 같은 영양소의 공급원이 될 수 있어 겨울철 과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먹는 법과 활용
한라봉은 대부분 껍질을 벗겨 생과로 먹는다. 두꺼운 편인 껍질이지만 귤처럼 손으로 쉽게 벗길 수 있고, 속은 과즙이 풍부해 그대로 먹기에 부담이 없다. 과육은 생식 외에 주스나 에이드, 샐러드, 디저트 토핑 등으로도 활용되며, 겉껍질에 들어 있는 향 성분을 이용해 말린 껍질이나 청을 만들어 차로 우려 마시는 경우도 있다. 다만 껍질에는 재배 과정에서 사용된 농약 성분이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껍질째 활용할 때는 충분히 씻은 뒤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르는 법과 보관법
맛있는 한라봉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살필 것은 껍질의 상태다. 껍질이 얇아야 당도가 높고 맛이 좋으며, 껍질이 과육과 들떠있거나 주름이 많으면 신맛이 강하거나 맛이 싱거울 수 있다. 전체적으로 색이 짙고 선명한 주황빛을 띠며 손에 들었을 때 크기에 비해 묵직한 것이 과즙이 많다. 갓 수확한 것은 오히려 과육이 덜 안정되어 있으므로, 이제 막 수확한 것은 푸석하고 즙이 적기 때문에 수확한지 조금 지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보관은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상온 보관이 가능하며, 다른 감귤류에 비해 저장성이 좋아 신선한 곳에서는 한 달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다 먹기 전까지 조금 두었다가 먹으면 수분이 빠지면서 단맛이 더 또렷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라산을 닮은 이름, 제주를 대표하는 과일
한라봉이라는 이름에는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이 그대로 담겨 있다. 외래종이면서도 이름을 통해 완전히 제주의 것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 제주녹차에 이어 세 번째로 제주한라봉이 지리적표시 등록 품목이 되었을 만큼, 지역 생산자들은 이 과일의 품질을 지키고 알리는 데 공을 들여왔다. 겨울철 선물용 과일로 자리 잡은 것도, 단순히 맛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울퉁불퉁한 겉모습과 달리 속은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반전, 그리고 이름 속에 녹아든 한라산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한라봉은 제주를 대표하는 겨울 과일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지금 시장에 나온 한라봉 한 알에는 일본의 육종 기술과 제주의 풍토, 그리고 이름을 새로 지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한국인들의 손길이 함께 담겨 있다. 꼭지의 돌기 하나에도, 두꺼운 껍질 속 하얀 막 한 겹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겨울 식탁 위에 놓인 한라봉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농사로 – 가정에서 한라봉 기르기
- 디지털제주문화대전 – 한라봉 항목
- 헤드라인제주 – ‘제주 한라봉’ 지리적표시제 품목 등록 관련 보도
- 데일리안 – 농촌진흥청 ‘탐나는봉’ 유전자 판별기술 개발 보도
- 농식품정보누리(foodnuri.go.kr) – 제철농식품 한라봉 영양성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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