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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은 왜 제주에서만 잘 자랄까? 온주밀감·만감류 차이부터 진피까지

원물닷컴 에디터

귤은 왜 유독 제주에서 많이 나고, 겨울에 먹는 온주밀감과 봄에 먹는 한라봉·천혜향은 뭐가 다를까요? 귤의 기후 조건과 품종, 진피로 쓰이는 껍질, 영양성분과 고르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겨울철 귤 상자를 열면 손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과일이지만, 정작 귤이 왜 유독 제주에서 많이 나는지, 편의점에서 파는 동글납작한 귤과 설날 선물세트에 들어있는 울퉁불퉁한 한라봉이 같은 과일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귤은 감귤류(柑橘類) 전체를 편하게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좁게는 껍질이 잘 벗겨지는 온주밀감 한 품종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둘의 차이를 알고 나면 겨울 밥상에 오르는 귤이 훨씬 입체적으로 보인다.

귤은 왜 제주에서만 잘 자랄까

귤나무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나무다. 따뜻한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귤은 아주 예민한 과일로, 재배지는 일교차가 작고 일조량이 많아야 하며 배수가 잘 되는 땅이어야 하고 겨울 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고 심하면 나무가 죽기도 한다. 문제는 한반도 대부분 지역이 겨울마다 차가운 북서풍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차가운 북서풍의 영향으로 겨울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가 찾아오지만,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도는 북서풍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다. 여기에 한라산이 방풍림 역할을 하고 화산회토 특유의 배수력이 더해지면서, 제주는 오랫동안 한반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노지 감귤 재배가 가능한 지역으로 자리 잡아 왔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전남과 경남 해안 지역까지 재배지가 조금씩 넓어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국내 감귤 생산의 중심은 제주다.

온주밀감과 만감류, 같은 귤이 아니다

마트에서 흔히 보는 동글납작하고 껍질이 얇아 손으로 쉽게 까지는 귤은 대부분 온주밀감이다. 감귤은 크게 온주밀감과 만감류로 나뉘는데, 온주밀감은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감귤로 극조생·조생·중생·만생종 등 10여 종류가 있으며 현재 재배되는 품종은 1910년대 이후 일본에서 들여왔고 지름 5~8㎝에 황적색으로 익는다. 반면 한라봉·천혜향·청견·레드향처럼 열매가 크고 껍질이 두꺼우며 신맛과 단맛이 진한 품종들은 만감류(晩柑類)로 묶인다. 만감은 한라봉·청견·천혜향 등 비대기간이 긴 감귤을 말하며, 온주밀감은 11~12월에, 만감류는 1~3월에 수확한다. 이름 그대로 나무에 오래 매달려 서서히 살이 오르고 당도가 쌓이는 만생종 감귤인 셈이다.

만감류 품종들의 족보를 따라가 보면 서로 얽혀 있다. 밀감은 온주밀감, 뽕깡(병감), 탄제린 등으로 분화된 한편 밀감과 오렌지가 만나 탄골류를 탄생시켰으며 한라봉은 청견에 뽕깡을 교배해 육성했고 천혜향은 청견과 앙콜에 마코트 품종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으로, 수확 시기를 기준으로 한라봉은 2월부터, 천혜향은 3월부터 수확되어 만감류로 분류된다. 국내 재배 구조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감귤은 크게 온주밀감(80%)과 만감류(20%)로 나뉘는데 거의 대부분이 도입 품종이며, 재배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도입 온주밀감 궁천조생과 흥진조생은 11월 중순∼12월 상순에 수확된다. 최근에는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가을향·레드스타 같은 국산 신품종 만감류도 재배 면적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어, 감귤 시장에도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제주 감귤밭에서 한라산을 배경으로 노랗게 익어가는 온주밀감나무

제철은 언제이고, 껍질과 속은 어떤 구조일까

결국 귤은 한 가지 제철이 아니라 늦가을부터 봄까지 릴레이로 이어지는 과일이다. 극조생·조생 온주밀감이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먼저 나오고, 뒤이어 저장 온주밀감이 한겨울 내내 유통되며, 한라봉·천혜향 같은 만감류가 겨울 끝자락부터 봄까지 바통을 이어받는다. 귤 한 알의 구조도 눈여겨볼 만하다. 겉껍질 안쪽에는 하얗게 실처럼 붙어 있는 귤락이 있는데, 귤 과육의 겉면에 하얗게 실처럼 붙어 있는 귤락은 떼어내지 말고 먹는 게 좋으며 여기에는 헤스페리딘이 풍부해 비타민C를 도와 세포를 노화시키는 활성 산소를 억제하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 무심코 떼어내는 흰 속살에 오히려 고유한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셈이다.

껍질까지 약이 된다, 진피 이야기

귤은 과육만큼이나 껍질로도 오래 이용돼 온 과일이다. 한의학에서는 말린 귤껍질을 진피(陳皮)라 부르는데, 진피는 오래될수록 좋고 색이 붉을수록 좋다고 해서 홍피·진피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열매는 귤, 잎은 귤엽, 열매껍질 속의 노란 부분은 귤홍, 종자는 귤핵, 덜 익은 열매껍질은 청피라고 부른다. 조선시대 의서에도 진피에 대한 기록이 여럿 남아 있다. 귤 껍데기 한 가지만 맹물에 달여 먹는 귤피일물탕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동의보감에는 귤피 한 냥을 이른 새벽 처음 길은 물에 달이라 하며 편안하면 기가 막히고 맺히는데 가벼운 것은 움직이면 낫지만 심한 경우 이 처방을 써야 한다고 적혀 있다. 다만 이는 전통 한방 처방에서 내려오는 쓰임새이지, 현대 의학에서 검증된 치료 효과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는 깨끗이 씻은 귤껍질을 잘 말려 차로 우려 마시는 정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으로 자른 귤의 단면과 나란히 놓인 말린 귤껍질(진피)의 모습

영양성분, 과장 없이 살펴보기

귤은 열량이 낮으면서 수분이 많은 과일이다.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자료에 따르면 감귤(온주밀감) 100g당 열량은 33㎉로, 사과 52㎉, 바나나 77㎉보다 낮다. 비타민C 함량은 조사 기관과 품종, 재배 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는데,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감귤(온주밀감) 100g의 비타민C 함량은 36㎎으로, 하루 2~3개만 먹어도 성인 하루 권장량의 절반 정도를 채울 수 있다. 다른 조사에서는 귤 100g당 비타민C가 55~60㎎ 정도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재배 시기와 품종, 분석 시료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 이 외에 감귤류에만 있는 노빌레틴과 헤스페리딘 같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런 성분들은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비타민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겨울철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C를 보충하는 간편한 식품 정도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좋은 귤 고르는 법과 보관법

귤을 고를 때는 겉모습을 몇 가지만 살펴도 충분하다. 껍질이 얇고 매끄러운 것이 좋고, 껍질이 지나치게 말랑말랑한 것은 오래 보관된 것이며, 꼭지가 단단하고 푸른색을 띤다면 수확 후 신선도가 높은 상태다. 상자째 오래 두면 아래쪽 귤부터 무르기 쉬우므로, 중간중간 꺼내 상태를 확인하고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신문지 등에 싸서 보관하는 것이 무난하다. 한번 곰팡이가 핀 귤은 다른 귤로 옮겨가기 쉬우므로 발견 즉시 골라내는 것이 좋다.

천 년을 이어온 진상품

귤이 제주와 맺어온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삼국시대부터 탐라국에서 백제와 같은 나라들에게 귤을 선물했다고 전해지며, 고려시대에는 국가에 바치는 공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고려사 세가의 기록에 따르면 문종 6년인 1052년에 탐라에서 세공하는 귤자의 수량을 일백포로 개정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어, 그 이전부터 이미 정례적으로 감귤이 공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감귤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동안 가장 중요한 진상품 가운데 하나였고, 귤이 진상되면 중앙 정부에서는 황감제라는 과거 시험을 열어 이를 경축할 만큼 귀한 과실로 대접받았다. 화려한 이름 뒤에는 고단함도 따랐는데, 운송과 보존 기술이 낙후했던 시절 제주 백성들에게 감귤 진상은 상당한 부담이었다는 기록도 함께 전해진다.

이렇게 보면 겨울철 무심코 까먹는 귤 한 알에는 화산섬의 기후 조건, 온주밀감과 만감류로 갈라지는 품종의 계보, 껍질까지 약재로 썼던 오랜 생활의 지혜, 그리고 천 년 가까이 이어진 진상의 역사가 함께 쌓여 있다. 같은 감귤류라도 11월의 조생 온주밀감과 이듬해 봄의 천혜향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고, 그 사이 한파를 견디며 자라는 나무들 덕분에 우리는 계절을 옮겨가며 귤을 만날 수 있다. 다음에 귤을 손에 쥐었을 때는 껍질의 두께와 꼭지의 색, 속에 붙은 하얀 귤락까지 한 번쯤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농사로 – 감귤 기능성 성분의 종류와 효능
  • 농민신문 – 감귤류, 쉽게 구분하기 / 감귤시장 새바람 일으키는 국산 품종들
  • 헤럴드경제 – 겨울엔 필수, 비타민C 감귤 2개면 절반 (국립식량과학원·식약처 자료 인용)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 ‘겨울 보약’ 귤 잘 먹는 법 3가지
  • 코메디닷컴 – ‘겨울 보약’으로 불리는 과일, 귤의 건강 효과
  • 한국전통지식포탈 – 진피(陳皮), 귤(Citrus unshiu Markovich) 약재 정보
  • 푸드투데이 – 제대로 알고 먹는 약재 상식, 귤껍질 진피
  • 헤드라인제주 – 제주 감귤재배의 역사
  • 위키백과 – 제주감귤(조선왕조실록 인용)
  • 파이낸셜뉴스 – 왜 제주도에서 날까, 귤의 역사
  • 제주감귤연합회 – 감귤 품종 및 분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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