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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견은 왜 한라봉·천혜향의 부모라 불릴까? 기원부터 당도·후숙·보관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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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를 닮았지만 귤처럼 새콤달콤한 청견. 한라봉과 천혜향의 뿌리가 된 이 감귤이 어떻게 태어났고, 왜 껍질 벗기기가 까다로운지부터 맛있게 고르고 보관하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한겨울 노랗게 쌓인 감귤 더미 옆에서 유난히 둥글고 매끈한, 오렌지를 닮은 과일을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청견일 가능성이 높다. 귤처럼 까먹을 수 있지만 모양과 향은 오렌지에 가깝고, 맛은 그 둘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한라봉과 천혜향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이 청견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귤도 오렌지도 아닌, 그 사이에서 태어난 과일

청견은 식물학적으로 만감류(晩柑類, tangor)로 분류된다. 만감류란 밀감과 오렌지를 교배해 만든 잡종 감귤을 일컫는 말로, 수확 시기가 일반 감귤보다 늦다는 뜻에서 ‘늦을 만(晩)’ 자가 붙었다. 온주밀감은 흔히 보는 감귤이며 만감은 한라봉·청견·천혜향 등 비대기간이 긴 감귤을 말한다. 온주밀감은 11~12월에, 만감류는 1~3월에 수확한다는 점에서 청견은 겨울이 끝나갈 무렵에야 비로소 맛을 볼 수 있는 감귤인 셈이다.

이름만 보면 순우리말 같지만 사실 청견은 시즈오카시의 실험장 근처에 있는 절 세이켄지(清見寺)와 호수 키요미가타(清見潟)에서 이름을 따왔다. 한자 그대로 ‘맑게 보인다’는 뜻의 지명에서 유래한 이름이 바다 건너 제주에서도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제주에 뿌리내리기까지

청견은 일반 조생감귤인 궁천조생 품종에 트로비타 오렌지 품종을 교배해서 육성한 감귤이다. 일본에서는 1963년 처음 수확되었고, 제주도에는 1978년도에 도입되었다. 보다 정확히는 1949년 일본에서 온주밀감 ‘궁천조생’과 오렌지 ‘트로비타’를 교배해 육성한 품종으로, 1949년 교배가 이루어진 뒤 1963년 첫 수확, 1979년 정식 품종 등록이라는 긴 육종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영문 자료에서도 1949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탕고르(tangor) 품종으로 기록하고 있어, 청견은 일본 감귤 육종사에서도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제주에 들어온 이후 청견은 서귀포시, 남제주군지역의 비가림 하우스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가온 시설재배를 실시해 온주밀감 출하가 끝나는 3월 중하순부터 출하되고 있다. 온주밀감이 끝물에 접어드는 늦겨울, 하우스 안에서는 청견이 한창 노랗게 익어가는 셈이다. 제주뿐 아니라 경남 진주 등 노지 월동이 가능한 남부 일부 지역에서도 시설 재배로 생산되고 있다.

비가림 하우스에서 가지마다 매끈한 청견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가는 모습

오렌지와 귤의 특징을 함께 가진 외형

청견을 처음 본 사람은 대개 “귤치고는 너무 둥글고 매끈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청견은 오렌지와 감귤의 장점을 가지고 있고 감귤보다 모양이 더 둥글고 표면이 매끈하며, 오렌지보다는 껍질이 얇고 과즙이 풍부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온주밀감과 오렌지를 교배해 육성한 품종으로 약간 납작한 오렌지 모양이며 과실 표면이 귤보다 매끈하고 오렌지보다 껍질이 얇으며, 속껍질이 얇고 과즙이 풍부하고 오렌지향이 강하다는 특징을 보인다. 무게는 품종 특성상 껍질 벗기기가 어렵고 과실 무게는 200∼250g 정도로, 일반 감귤보다 크고 묵직하다.

흥미로운 점은 청견이 단순히 ‘여러 만감류 중 하나’가 아니라 다른 만감류들의 ‘부모’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만감류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품종 중 하나이며,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등 일본에서 개발된 상당수의 만감류는 대개 이 종을 조상종으로 둔다. 실제로 한라봉은 청견에 뽕깡(병감)을 교배해서 육성했고, 천혜향은 청견과 앙콜에 마코트 품종을 교배하여 육성한 품종이다.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화려한 만감류 라인업의 출발점에 수수하게 서 있는 과일이 바로 청견인 것이다.

새콤달콤함의 비밀, 당도와 산미의 균형

청견의 맛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당도다. 청견은 약간 납작한 오렌지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과즙이 많고 향기가 좋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당도도 11~12˚BX 정도로 매우 높다. 다른 조사에서는 당도가 보통 11~12°Bx이며 조건이 맞으면 13°Bx까지 오른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산 함량은 대체로 1% 안팎으로, 당도와 산미가 적절히 어우러져 오렌지보다 부드럽고 귤보다 깊은 향을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까먹기가 일부 오렌지 품종보다는 덜 불편해도 한라봉보다는 훨씬 불편하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단점이기도 하다. 속껍질이 질기고 과육에 밀착되어 있어 손으로 쉽게 벗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칼로 잘라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반으로 갈라 즙을 짜 먹는 방식이 더 잘 맞는 과일이다.

껍질을 반으로 갈라 과즙이 풍부한 속살과 얇은 속껍질을 보여주는 청견 단면

껍질 아래 숨은 영양 성분

감귤류 전반이 그렇듯 청견 역시 비타민C의 공급원이 될 수 있다. 국내 식품영양성분 자료에 따르면 귤은 품종마다 차이가 있어 100g당 26~60mg 정도의 비타민C를 함유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청견 같은 만감류도 이와 비슷한 범위에서 비타민C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밖에 만감류 전반에서 주목받는 성분으로는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 크립토잔틴 성분과 엽산, 그리고 플라보노이드류인 나리루틴과 헤스페리딘이 있다. 특히 헤스페리딘은 만감류의 속껍질과 알맹이를 싸고 있는 얇은 하얀 막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벗겨내기 귀찮다고 버리기 쉬운 그 하얀 속껍질이 사실은 영양 면에서 의미 있는 부분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러한 성분들의 체내 작용은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인 영역이며,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과일 하나로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르는 법과 보관, 그리고 후숙의 기술

좋은 청견을 고를 때는 껍질에 윤기가 돌고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을 고르는 것이 기본이다. 색이 완전히 노랗지 않고 초록빛이 살짝 남아 있어도 당도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비단 청견만이 아니라 기온 차가 크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감귤류 전반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일교차가 클수록 착색이 진행된다는 감귤의 생리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청견은 2~3일 후숙한 후 먹으면 더 달고 맛있다는 평가가 많아, 구입 직후 바로 먹기보다 서늘한 곳에서 며칠 두었다가 먹으면 단맛이 한층 살아난다.

보관에서 주의할 점도 있다. 청견 품종은 일반 감귤과 달리 저장 중 과피와 과육조직이 연해지면서 부패 및 감모가 많아지고 과실의 품질이 급속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산지 유통 단계에서는 비닐밀봉과 산화칼슘(CaO) 처리, 헥사날을 이용한 훈증 처리 같은 방법으로 부패를 억제하기도 한다. 가정에서는 이런 전문적인 처리까지는 어렵더라도, 표면 물기를 닦아낸 뒤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이나 냉장고 채소 칸에 보관하면 신선도를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다른 감귤류와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쌓아두기보다는 서로 눌리지 않게 보관하는 편이 무름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화려한 만감류 시대, 그 출발점에 선 과일

지금은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처럼 저마다 개성 강한 만감류가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청견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는 재배가 쉽고 과육이 부드러워 농가에서 많이 재배했으나 황금향, 레드향 등 품질이 우수한 만감류가 도입되면서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추세라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청견의 역할이 작아진 것은 아니다. 온주밀감과 오렌지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이어 붙인 품종이자, 지금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만감류의 출발점이 바로 청견이기 때문이다.

한겨울 끝자락, 온주밀감이 자취를 감출 무렵 하우스 안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청견 한 알에는 반세기가 넘는 감귤 육종의 역사와 제주 농업의 변천이 함께 담겨 있다. 오렌지도 귤도 아닌, 그 중간 지점에서 태어난 이 과일을 한 입 베어 물 때, 우리는 사실 한라봉과 천혜향이 태어나기 전 감귤의 원형을 맛보고 있는 셈이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농(農)영상 – 감귤 청견 저장 중 부패방지 (nongsaro.go.kr)
  • 제주감귤연합회 – 감귤의 종류와 특징 (jejugamgyul.or.kr)
  • 농민신문 – 감귤류, 쉽게 구분하기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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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특성, 원산지를 찾아보다가 정보를 한곳에 정리하고자 원물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식품 전문가가 아니라 재료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자료를 근거로 출처를 남기며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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