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고기는 왜 회로 먹을 때 가장 맛있을까? 몽골 목마장의 유산과 제주 말고기 문화까지
말고기는 왜 소고기보다 지방이 빨리 녹고 붉은 살코기가 도드라질까요? 몽골 목마장에서 시작된 제주 말고기 문화와 품종 차이, 영양성분과 손질법까지 살펴봅니다.
말고기라고 하면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제주에서는 오래전부터 육회와 구이, 죽으로 먹어온 향토 음식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결이 다른 진한 선홍빛 살코기,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 지방, 은은한 단맛까지 말고기는 다른 육류에서는 찾기 어려운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 고기가 왜 유독 제주에서 발달했는지, 어떤 말을 먹는지,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말고기는 단순한 이색 식재료가 아니라 섬의 자연 조건과 역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주 말고기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제주에서 말고기를 먹었다는 흔적은 생각보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경신 자청비의 이야기를 담은 제주 신화 ‘세경본풀이’에는 자청비의 하인인 ‘정수남’이 아홉마리의 소와 말을 몰래 먹는 내용이 나온다. 이 밖에도 소와 말, 돼지 등을 먹는 육식신과 그렇지 않은 미식신이 등장하는 여러 제주 신화를 보면 먼 옛날부터 말고기를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가 본격적으로 ‘말의 섬’이 된 결정적 계기는 고려 후기 몽골의 개입이었다. 몽골이 몽골말 160마리를 제주에 들여와 동쪽의 수산평 일대에 풀어놓은 것은 1276년의 일로, 그때 몽골식 목마장이 제주에 처음 설치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몽골이 탐라를 말의 수호신 별자리인 방성 분야로 여겨 목장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탐라는 천연의 말 방목지로 여겨졌다. 목장을 관리하기 위해 말을 기르고 관리할 몽골인 ‘하치’들도 함께 보내졌으며, 이들은 ‘목호’라고도 불렸다. 이 과정에서 몽골식 도살법과 요리법이 제주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함께 전해졌다.
조선시대에도 말고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제주 목마장에서는 매년 말고기 포를 떠서 말린 ‘건마육’을 만들어 임금에게 진상했고, 흥미롭게도 흰말고기 육회는 연산군이 즐겨 먹던 음식으로 전해진다. 다만 말은 농사용 소와 달리 군수 물자로 중요하게 취급되었기 때문에 민간의 도축은 엄격히 제한되었고,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질 좋은 제주 말고기를 군수용품으로 쓰기 위해 통조림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서귀포 지역을 비롯한 제주 중산간 마을에서는 해발 150~250m 일대에서 말 목축업이 성행하면서, 농번기를 피해 마을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 말을 공동으로 도축하고 고기를 나눠 갖는 ‘말고기 추렴’ 풍습이 이어졌다. 자연재해로 기근이 잦았던 제주에서는 단백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말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었다.

제주마와 제주산마, 같은 말이 아니다
지금 제주에서 유통되는 말고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어떤 말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제주마는 몽골계 혈통의 말로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근육 속에 지방을 축적해 마블링이 잘 형성되는 특징이 있어 예로부터 즐겨 먹었다. 반면 제주산마는 제주마와 더운 지방 혈통인 더러브렛 등을 교배시킨 말로, 근육 내 지방 축적이 잘 되지 않아 마블링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현재 제주에서 유통되는 말고기는 대부분 이 제주산마다. 여기에 건초와 사료를 먹여 전문적으로 살을 찌운 ‘비육마’가 더해져 오늘날 유통되는 말고기 대부분을 이룬다.
문제는 경마장에서 은퇴한 더러브렛 퇴역마가 저품질임에도 제주산 말고기로 둔갑해 팔리는 사례였다. 이에 제주도는 2025년 저품질 경주 퇴역마를 제주산 말고기로 둔갑해 판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제주 말고기 판매 인증점’을 지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증 대상은 제주마, 제주산마, 비육마만을 취급하는 업소로 한정된다. 신청 업소는 도축검사증명서나 거래명세표를 통해 취급하는 말고기의 품종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 항생물질 잔류검사를 통과한 안전한 말고기만을 판매한다는 것을 제주도가 보증하는 방식이다.
왜 회로, 살짝만 구워서 먹을까
말고기의 가장 큰 특징은 지방의 녹는점이 유난히 낮다는 점이다. 말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익히지 않고 육회로 먹는 것인데, 말의 지방은 녹는점이 소고기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입안에서도 충분히 녹아내려 살코기의 담백한 맛과 지방의 감칠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말고기 지방의 녹는점은 14℃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구워 먹더라도 오래 익히면 오히려 손해다. 구울 때는 레어로 살짝만 익히는 것이 좋은데, 오래 구우면 육즙과 지방이 빠르게 빠져나가 질겨지기 때문이다. 육회로 즐기든 살짝 구워 먹든 덜 익힌 말고기는 송아지 고기만큼 부드럽고 약간의 단맛이 도는 것이 특징인데, 이 단맛은 근육 속에 저장된 글리코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에서는 이 밖에도 구이, 수육, 찜, 탕, 샤부샤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말고기를 즐기며, 밭벼쌀과 잘게 썬 말고기를 함께 넣어 끓인 말고기죽도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 남아 있다.
영양성분은 실제로 어떨까
말고기는 생것 100g 기준으로 탄수화물 0.3g, 단백질 20g 안팎, 지방 2.5g 내외로 보고되어 지방 함량이 매우 낮은 편이며, 콜레스테롤은 65mg, 나트륨은 50mg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이 적은 만큼 열량도 소고기 살코기보다 낮은 편에 속한다.
제주축산진흥원이 경북대학교와 함께 진행한 비교 연구에 따르면 제주산 말고기의 필수 아미노산 함량은 닭고기, 오리고기보다 높게 나타났고, 필수 지방산 역시 닭고기와 오리고기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혈관 건강과 관련해 연구되는 리놀렌산은 말고기가 닭고기·오리고기보다 2배 이상 많았고, 피부 재생과 관련해 알려진 팔미톨레산 역시 말고기 쪽이 더 높게 측정됐다. 다만 이런 수치는 품종과 사육 방식, 부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 질병 예방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고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의 공급원 중 하나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고르고 손질할 때 주의할 점
말고기는 손질과 유통 과정의 품질이 맛을 크게 좌우하는 고기다. 손질과 조리를 잘하면 소고기 못지않은 맛을 낼 수 있지만, 손질이나 유통 과정에서 조금만 삐끗해도 질겨지기 쉬워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다루기 까다로운 편이다. 구매할 때는 색이 진한 선홍빛을 띠면서 윤기가 흐르는지, 눌렀을 때 탄력 있게 되돌아오는지, 불쾌한 냄새가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기본이다. 보관은 밀봉한 상태로 냉장에서는 3~4일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권장되며, 장기 보관이 필요하면 소분해 냉동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앞서 살펴본 인증점 제도처럼 도축검사증명서나 거래명세표로 품종을 확인할 수 있는 판매처를 이용하면 제주산 말인지, 저급 퇴역마인지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말고기는 몽골 기마민족의 목축 문화가 섬에 뿌리내리면서 생겨난 음식이자, 척박한 화산섬에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야 했던 생존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기도 하다. 지방의 녹는점이 낮아 날것으로도 부드럽고, 근육 속 글리코겐 덕분에 은은한 단맛이 도는 이 고기는 오늘날 제주마와 제주산마, 비육마를 구분하고 인증 제도로 품질을 관리하는 단계까지 발전해왔다. 낯설게만 느껴졌던 말고기 한 점에는 고려시대 목마장에서부터 이어져 온 섬의 오랜 역사가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
참고자료
- 제주의소리, “몽골말 160마리와 함께 시작된 제주 목마장”
- 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 “말고기죽”
- 제이누리, “말고기 먹으면 부정탄다? 사실은 의도된 공작!”
- 위키백과, “말고기회”
- 나무위키, “말고기” 항목
- 경인일보, “[新팔도명물] 다양한 요리법 연구되는 ‘제주 말고기'”
- 제주일보, “제주도, 말고기 판매 인증점 지정…4월 15일까지 접수” (2025)
- 한국일보, “제주 말고기, 닭ㆍ오리보다 영양 더 높아” (제주도 축산진흥원·경북대 공동연구)
- 국립축산과학원(NIAS), 말 관련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식품안전나라)
원물닷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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