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왜 안 익으면 떫고 익으면 달게 변할까? 단감·홍시·곶감의 비밀까지
감은 왜 떫다가도 홍시나 곶감이 되면 달아질까요? 단감과 떫은감의 차이, 타닌이 사라지는 원리, 곶감의 하얀 가루와 영양성분까지 감의 모든 것을 살펴봅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감나무는 잎을 하나둘 떨구면서도 주황빛 열매만은 가지 끝에 오래 매달아 둔다. 그런데 이 감이라는 과일은 참 이상하다. 딱딱할 때 베어 물면 입안이 조여드는 떫은맛이 나다가도, 같은 열매가 물러지거나 말리기만 하면 어느 순간 꿀처럼 달아진다. 감을 둘러싼 궁금증의 대부분은 결국 이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왜 감은 떫었다가 달아질까. 그 답을 따라가다 보면 단감과 떫은감이 애초에 다른 존재라는 것, 홍시와 곶감이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감이 한국인의 밥상과 의례 속에서 오래 자리잡아 온 이유까지 만나게 된다.
감나무는 어디에서 왔을까
감나무의 학명은 Diospyros kaki로, 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이다. 감나무는 동아시아 온대의 특산종으로 중국의 중북부, 일본, 한국의 중부 이남에 널리 재배되는 과수, 활엽교목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오래전부터 이 나무를 길러왔는데,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재배되었으며 품질 좋은 재래종이 육성되었고, 일본은 재래종 외에 8세기경 중국에서 전래되어 지방종을 포함해 800여 종의 품종을 갖고 있다. 나무의 생김새를 보면 높이는 6~14m이고 줄기의 겉껍질은 비늘 모양으로 갈라지며 작은가지에 갈색 털이 있고, 잎은 어긋나고 혁질이며 타원상 난형이고, 꽃은 양성 또는 단성으로 5~6월에 황백색으로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산에서 흔히 보이는 작은 열매의 고욤나무나 돌감나무도 감나무의 근연종인데, 이들은 모두 감나무를 닮았으나 열매의 지름이 1~2cm로 작아 재배품종의 대목으로 이용된다. 현재 감의 주 생산지는 중국, 한국, 일본이다.
단감과 떫은감, 사실은 다른 감이다
흔히 “덜 익은 감이 떫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애초에 감은 크게 단감과 떫은감이라는, 성숙해도 떫은맛이 저절로 빠지느냐 아니냐가 다른 두 계통으로 나뉜다. 감은 크게 단감과 떫은감으로 구분되는데, 한국 재래종의 대부분은 떫은감이며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단감은 일본에서 도입된 부유라는 품종이다. 실제로 국내 단감 재배는 오래되지 않아서 단감은 1980년대 후반부터 노지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규모는 크게 성장해 우리나라는 세계 1위 단감 생산국인 동시에 세계 2위의 감 생산국가다. 다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완전단감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육종된 품종을 사용해 왔고, 특히 부유 품종이 전체 재배 면적의 82.5%로 편중되어 있다. 이런 편중을 줄이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해 식미가 우수한 조완, 로밍, 감풍 등 완전단감 품종을 육성 보급하고 있다.
떫은감으로는 대봉, 청도반시 같은 품종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런 감은 다 익어도 씹으면 떫어서 그대로 먹기 어렵다. 흥미로운 점은 단감과 홍시 두 얼굴을 모두 가진 품종도 있다는 것이다. 시중의 대부분의 홍시나 곶감은 떫은 감으로 만들어지는데, 떫은 감으로 만들었을 때 단맛이 더욱 강해지고 단감은 타닌이 불용성으로 바뀌는 숙성 과정에서 금방 물러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단감과 홍시 두 가지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품종도 있는데, 2019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육성해 보급되고 있는 ‘봉황’이 재배가 쉽고 생리장해가 적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국산 단감이다.

떫은맛의 정체, 그리고 사라지는 원리
감의 떫은맛을 만드는 주범은 타닌 계열 물질이다. 감의 떫은맛은 탄닌이라는 물질이 혀나 입속의 점막에 존재하는 단백질과 강하게 결합함으로써 미각세포가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뇌로 전달된 결과로 생기는 감각이다. 감에서는 이 성분을 디오스프린 또는 시부올이라고도 부르는데, 디오스프린이라는 탄닌 성분이 떫은 맛을 내고 이 성분이 많이 먹었을 때 변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핵심은 이 타닌이 물에 녹느냐 안 녹느냐다. 감의 타닌은 수용성인데, 감을 베어 먹을 때 입 안의 수분에 의해 녹으면서 쓴맛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감을 그대로 두거나 특정한 처리를 하면 이 수용성 타닌이 불용성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침에 녹지 않게 되고, 그 결과 혀가 떫음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떫은감을 말리면 수용성인 타닌이 불용성으로 바뀌어 떫은맛이 사라지고 단맛이 강해진다. 이렇게 떫은맛을 없애는 과정을 탈삽이라고 부르며, 예로부터 다양한 방법이 쓰였다. 감의 떫은맛은 사과의 사과산과 감의 타닌이 중화 반응을 일으켜 제거되기도 하고, 에탄올과 물을 섞어 감 꼭지 부분에 뿌린 뒤 비닐봉지에 넣어 따뜻한 곳에 두는 방법도 있으며 소주를 사용해도 되지만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홍시와 곶감, 같은 원리 다른 방식
홍시(연시)는 나무에서건 실내에서건 감을 그대로 두어 자연히 무르게 만든 것이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시간을 들여 후숙시키는 사이 타닌이 불용성으로 바뀌면서 살이 젤리처럼 부드러워지고 단맛만 남는다. 곶감은 여기에 건조라는 과정을 더한 것으로, 감 열매를 건조시킨 식품으로 한국·중국·일본·대만·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만들어 먹으며 제조에는 떫은감을 사용한다. 곶감이라는 이름 자체도 만드는 방식에서 나왔다.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이라는 쪽이 유력하며, 어근 ‘꽂’의 중세 한국어 어형이 ‘곶’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이미 체계화된 기술이었는데, 조선시대 농업 저술인 임원십육지에는 곶감가공기술이 기술되어 있으며, 큰 감을 껍질을 벗기고 납작하게 눌러 낮에는 햇볕을 쬐고 밤에는 이슬을 맞혀 다 마르면 항아리에 넣어 두었다가 흰 가루가 생기면 꺼낸다고 적혀 있다. 건조 기간에 따라 이름도 갈리는데, 건시와 반건시는 둘 다 떫은 감의 껍질을 벗겨 말리는 곶감으로, 50~60일 동안 숙성·건조한 것을 건시라 하고 40~45일 동안 숙성·건조한 것을 반건시라 부른다.
잘 마른 곶감 표면에는 눈이 소복이 내린 듯한 하얀 가루가 앉는데, 이를 처음 보는 사람은 곰팡이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곶감을 만들기 위해 떫은 감의 껍질을 벗겨 매달아 두면 감에 포함된 과당이 세포막을 통해 표면으로 스며 나오고, 이것이 건조·농축되어 결정화된 ‘시상’이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성분을 분석하면 포도당과 과당이 6:1 비율로 구성되어 있으며 곶감의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부드럽게 하고 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다만 진짜 곰팡이와는 분명히 구별해야 하는데, 시상은 분말 형태로 손으로 비비면 부드럽게 녹아 없어지는 반면, 곰팡이는 솜털이 뭉친 형태를 띠며 색깔이 푸르거나 검은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경상북도 상주는 이런 곶감 문화가 특히 발달한 지역으로, 지리적 표시제에 상주시, 산청군, 함양군, 영동군, 덕산의 곶감이 등록되어 있는데 특히 경상북도 상주시가 전국 최대 산지다.

제철과 수확, 그리고 첫서리
감은 늦은 봄 황백색 꽃을 피운 뒤 여름 내내 열매를 키우다가 가을에 수확한다. 동아시아에서 감의 주요 수확기는 10월과 11월이며, 나무는 수확기가 되면 잎을 떨군다. 품종에 따라 시기는 조금씩 다른데, 조생종 계열은 10월 상순에 일찍 수확되기도 하고, 대봉 같은 만생종 떫은감은 서리가 한두 차례 내린 뒤에야 단맛이 오르며 늦게 거둬들이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붉어진 감을 나무에 그대로 남겨 두는 풍경도 낯설지 않은데, 이는 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관상용으로 남겨두는 오랜 관습과도 이어진다.
영양성분, 100g으로 살펴보면
감은 품종과 숙성 상태에 따라 영양성분에도 차이가 난다. 국가표준식품성분표를 기준으로 단감 생것 100g에는 에너지 57kcal, 탄수화물 15.13g, 당류 11.42g(과당 5.64g, 포도당 5.78g), 지방 0.12g, 단백질 0.38g, 수분 84.10g이 들어 있으며 식이섬유는 1.90g, 칼륨 157mg, 칼슘 8mg, 인 19mg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감이라도 홍시가 되면 성분비가 달라지는데, 당류는 100g당 단감이 10.52g, 홍시가 12.32g으로 홍시가 더 달다. 비타민A 함량도 크게 벌어져 홍시는 비타민A가 100g당 26㎍로 단감(7㎍)의 약 3.7배에 이른다. 대봉 같은 떫은감 계열은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국가표준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식이섬유는 단감 6.4g, 연시 6.5g, 대봉 2.7g으로 조사됐다. 비타민C 역시 상태에 따라 차이가 커서 비타민C는 단감 13.95mg, 대봉 10.29mg이 들어 있으며 연시에는 1.22mg이 함유돼 있다. 이처럼 같은 감이라도 익거나 마르는 정도에 따라 당분과 비타민 함량이 달라지므로, 어느 형태로 먹느냐에 따라 영양적 특징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에는 타닌 성분도 함께 들어 있는데, 이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의 한 종류로 연구되고 있다. 다만 감의 타닌은 철분과 결합해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빈혈이나 저혈압이 있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타닌 성분을 많이 섭취하면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어떻게 이용해 왔나
감은 생과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되어 왔다. 최근에는 단감은 대부분 생과로 소비되고 떫은감은 타닌 특유의 강한 떫은맛으로 인해 곶감, 연시로 주로 이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떫은감을 절단·건조한 감말랭이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발효식품으로는 감식초가 대표적인데, 감식초는 발효시킨 재래감으로 만드는 식초로, 한국 요리에서 전통적인 조미료이자 식재료, 음료 베이스로 쓰여 왔다. 겨울철 손님상에 자주 오르는 수정과 역시 감을 활용한 음료로, 끓인 물에 곶감을 넣고 벌꿀이나 설탕을 섞은 후 생강, 계피, 잣 등을 넣어 만드는 수정과가 그것이다. 이 밖에 감잎을 덖어 만드는 감잎차, 감 껍질과 씨를 활용한 추출물 연구도 이어지고 있으며, 감잎 및 감 종자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 개발 등 비식품 소재로의 활용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고르고 손질하고 보관하는 법
단감을 고를 때는 꼭지 부분이 마르지 않고 과피에 윤기가 도는 것을 살피면 도움이 된다. 홍시나 연시는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탄력 있게 들어가는 정도가 적당하며, 껍질이 터지거나 진물이 심하게 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곶감을 고를 때는 표면의 흰 가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앞서 살펴본 대로 솜털처럼 뭉치거나 색이 얼룩진 부분이 있다면 곰팡이가 발생한 것일 수 있으므로 부분만 잘라내기보다 전체를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단감은 실온보다 냉장 보관이 무르는 속도를 늦추는 데 유리하고, 홍시는 얼려서 냉동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 최근에는 냉동 홍시 형태로도 많이 유통된다. 곶감은 건조 정도에 따라 실온이나 냉장, 밀폐 보관을 달리하는데, 습기를 피하고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이 기본이다.
밥상과 의례 속의 감
감은 한국인의 식문화에서 단순한 간식을 넘어서는 자리를 차지해 왔다. 감은 대추·밤·감으로 이루어진 삼실과三實果의 하나로, 고사 등 민간의례의 제사상 음식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꿀이나 설탕이 흔치 않던 시절에는 곶감의 하얀 시상 가루가 귀한 감미료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과거에는 시상을 긁어모아 약용으로 쓰거나 최고급 감미료로 사용했으며, 꿀이나 설탕이 매우 귀했던 전근대에 평민도 접할 수 있던 가장 단 것 중 하나였다. 이런 배경 때문에 곶감과 시상은 오랫동안 민담과 이야기 속에서 좋은 것, 귀한 것을 상징하는 소재로 쓰여 왔다.
결국 감이라는 과일이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의 열매 안에 전혀 다른 두 가지 맛이 함께 들어 있고, 그 맛을 가르는 것이 시간과 처리 방식이라는 점에 있다. 딱딱한 채로 베어 물면 혀를 조이는 떫은맛을 내던 같은 감이, 가만히 두거나 말리는 것만으로 꿀처럼 달아지는 홍시와 곶감으로 바뀐다. 단감과 떫은감이라는 두 계통, 자연스레 물러지는 홍시, 볕과 바람으로 완성되는 곶감까지, 감은 손대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과일이다. 올가을 감을 마주하게 된다면 아삭한 단감 한 입과 말랑한 홍시 한 술, 그리고 오래 매달아 말린 곶감 한 조각을 나란히 놓고 그 차이를 직접 느껴보는 것도 이 과일을 제대로 알아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국가표준식품성분표 /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식품안전나라)
- 농촌진흥청 농사로 – “몸에 좋은 감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 개발”
- 상주시 – “곶감의 효능” (임원십육지 인용)
- 식품안전정보원 – “곶감 표면의 하얀 가루 먹어도 될까?” (foodnuri.go.kr)
- 헤드라인제주 – “감귤 제외한 기타 과수 재배의 역사”
- 월간원예(hortitimes) – “고품질 국내육성 단감 신품종 ‘감풍'”
- 위키백과 – “감”, “감나무” 항목
- 한국문화원 – “[가을] 감”
원물닷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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