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고기는 왜 흑염소로 대표될까? 재래종 3계통·보양식 문화와 영양성분까지
염소고기는 왜 유독 흑염소로 통할까요? 재래흑염소 3계통과 산양과의 차이, 낮은 지방과 콜레스테롤 같은 영양성분부터 흑염소탕·진액 문화까지 살펴봅니다.
삼복더위마다 뜨끈한 국물 한 그릇으로 떠오르는 보양식 중에는 유독 ‘흑염소’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염소고기라고 하면 흰 염소보다 검은 털의 흑염소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흑염소는 단순히 털 색이 검은 염소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한반도 기후와 지형에 적응해 온 고유한 재래 품종을 가리키는 이름에 가깝다. 염소고기라는 원물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재래종의 정체와 산양과의 차이, 그리고 왜 최근 들어 염소고기 수요와 수입이 함께 늘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염소와 산양, 그리고 흑염소는 어떻게 다를까
염소는 소·돼지·닭과 함께 오래된 가축이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흑염소’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한국종축개량협회의 정리에 따르면 염소는 꼬리가 짧고 털이 흑색이며 암수 모두 뿔이 있고 수컷은 턱수염을 갖는 반면, 산양은 몸길이가 더 길고 꼬리도 20~45㎝로 길며 털이 담회색이나 적갈색을 띠고 턱수염이 없다는 점에서 뚜렷이 구분된다. 즉 시장에서 ‘염소’라 불리는 동물과 ‘산양’은 겉모습부터 다른 별개의 종에 가깝다. 재래흑염소를 감별하는 또 하나의 기준도 흥미로운데, 재래흑염소는 목 부분에 늘어진 육염이 없어야 순수 혈통이며, 육염이 있는 개체는 유산양과 교잡된 흔적으로 본다. 몸집은 크지 않아서 성축 체중이 30~50㎏ 수준이고 두당 평균 산자수는 1.7두 정도이며, 번식은 연중 가능해 평균 2년에 세 번 분만한다.
염소는 언제, 어떻게 한반도에 들어왔을까
염소의 국내 유입 시기는 여러 기록이 겹쳐 있어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 한국종축개량협회 자료에 따르면 6세기 초 중국의 제민요술에 염소 사육 기록이 처음 등장하고, 고려시대에는 ‘안우’라는 인물이 중국에서 염소를 들여와 경상도에서 길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조선시대 세종실록에는 염소와 흑염소를 구분한 기록이, 증보산림경제와 본초강목에는 흑염소가 보양강장·회춘·진정 작용을 한다는 내용이 전한다. 유입 경로에 대해서는 중국 동부 연안에서 서해안으로 직접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며, 대만 서부나 중국 광둥 지방의 흑색계통 염소와의 관련성이 뒷받침된다는 학설이 있다. 다만 이는 여러 문헌을 근거로 한 추정이며, 염소가 정확히 어느 경로로 몇 차례에 걸쳐 들어왔는지는 여전히 연구 대상으로 남아 있다.
사라질 뻔했던 재래흑염소, 세 계통으로 남다

오늘날 국내에서 사육되는 흑염소 중 순수 혈통을 유지한 개체는 많지 않다. 국립축산과학원은 1990년대 후반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재래흑염소 유전자원을 수집해 다른 종과 섞이지 않도록 관리해 왔는데, 가축유전자원센터가 1990년대 후반 국내 재래 흑염소 유전자원을 수집해 순수 혈통으로 관리해 왔으며, 당진계통은 충남 태안군 안면도, 장수계통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 통영계통은 경남 통영시 욕지도 지역에서 각각 수집됐다. 이 세 계통은 오랜 기간 국내 환경에 적응해 온 한국 고유 품종으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도 등재돼 있다. 계통별로 생김새도 조금씩 다른데, 예컨대 통영계통은 1997년 경남 통영시 욕지도 지역에서 수집된 유전자원으로 다른 계통에 비해 털이 짧고 성장 속도가 느리며 체구가 작은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순수 혈통 보존과 상업적 생산성은 다른 문제다. 한국흑염소협회 관계자는 최근 육류 소비 패턴에 맞는 품종은 개량종이나 외래종이며, 재래 흑염소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교잡·개량종 생산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도 현재는 재래 흑염소만 순수 계통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일반 농가는 대부분 보어종 등 외래종과 교잡된 개체를 기르고 있어 교잡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보양식 수요가 만든 최근의 변화
최근 몇 년 사이 염소고기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염소고기가 보양식으로 급부상하며 수요가 빠르게 늘어 2021년 2,027톤이었던 염소고기 수입량이 2023년에는 6,179톤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이런 추세에 대응해 농촌진흥청은 국립축산과학원이 보존해 온 재래흑염소 3계통을 활용해 산업화가 가능한 염소 신품종 개발에 나섰으며, 뉴질랜드에서 혈통이 확인된 보어종 염소를 도입해 검은 털색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과 육질이 우수한 품종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즉 지금 시중에서 만나는 흑염소고기는 순수 재래종보다는 재래종의 특징을 물려받은 교잡·개량종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염소고기의 영양학적 특징

염소고기가 다이어트나 건강식으로 흔히 거론되는 데는 근거가 있다. 국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흑염소육의 도축수율은 수컷 48%, 암컷 39% 정도였으며, 영양학적으로는 단백질 함량이 약 21.1%, 조지방 함량은 약 3.7%로 다른 축종에 비해 지방 함량이 낮게 나타났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콜레스테롤 함량은 100g당 35.73~37.48mg 수준으로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아미노산 구성도 우수해 필수아미노산 비율은 약 50.3%였다. 지방 대사와 관련된 아미노산 유도체인 L-카르니틴 역시 염소고기의 L-카르니틴 함량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색과 조직감 면에서는 명도는 높고 적색도와 황색도는 낮아 밝은 적색을 띠는 것이 흑염소육의 가공 특성으로 확인됐으며, 보수력(WHC)은 77~78% 범위, 가열감량은 45.9~54.7% 범위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수치는 연구에 쓰인 개체와 부위, 사육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단백질이 높고 지방이 낮다는 특징이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염소고기는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어떻게 먹고, 어떻게 다루어 왔을까
염소고기는 굽거나 볶는 방식보다 오래 끓이는 조리법으로 발전해 왔다. 특유의 누린내를 잡기 위해 각종 향신 재료와 함께 오래 고아내는 방식이 자리 잡았고, 그 결과물이 지금의 흑염소탕과 흑염소전골이다. 고기와 뼈를 한약재와 함께 장시간 우려낸 진한 국물을 따로 내려 마시는 ‘흑염소 진액’ 문화도 이런 조리 전통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진하게 고아낸 농축액일수록 단백질과 지방이 응축돼 있어 평소 기름진 음식에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라면 적은 양부터 나눠 먹는 편이 무리가 없고, 시판 제품 중에는 풍미를 위해 당류나 나트륨이 더해진 경우도 있어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재래의 흔적을 품은 고기 한 점
염소고기라는 원물을 들여다보면 결국 한 갈래의 재래 가축이 소멸 위기를 넘기고, 다시 산업적 수요 속에서 새로운 품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게 된다. 검은 털과 짧은 꼬리, 목에 육염이 없는 순수한 체형은 당진·장수·통영이라는 세 지역의 이름으로 남아 국가 유전자원으로 관리되고 있고, 그 유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외래 품종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흑염소로 진화하고 있다. 오래전 문헌 속에서 보양강장의 식재료로 기록되던 흑염소가 오늘날에는 낮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갖춘 단백질 식품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는 셈이다.
결국 염소고기 한 그릇을 마주하는 일은 단순히 보양식 한 끼를 먹는 것을 넘어, 사라질 뻔했던 재래종의 역사와 그것을 지키려는 연구, 그리고 변화하는 식탁의 수요가 함께 얽혀 있는 이야기를 맛보는 일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관련 보도자료 및 한국농어민신문, 농민신문, 농축유통신문 보도
- 국립축산과학원 연구보고서 ‘흑염소육의 특이성 발굴 및 육골즙 생산기술 확립’ (KISTI 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 한국종축개량협회, ‘염소 이야기’
- 서울신문, ‘경남축산연구소 재래흑염소 사육’ 관련 보도
- 푸드아이콘, ‘축산과학원, 재래 흑염소 활용 산업화 품종 개발 착수’ 보도
- 농촌진흥청 농식품올바로 국가표준식품성분표
원물닷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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