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왜 누구에게는 향긋하고 누구에게는 비누 냄새일까? 잎·씨·뿌리의 향이 다른 이유까지
고수는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허브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은 레몬과 풀을 섞은 듯한 상쾌한 향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비누나 세제, 심지어 벌레를 떠올리게 하는 냄새로 느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차이가 단순히 익숙함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수 잎의 향을 만드는 알데하이드 계열 성분을 감지하는 후각수용체의 유전적 차이도 향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점은 고수의 잎과 씨를 맡았을 때 향이 거의 다른 향신료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신선한 잎에서는 강한 풋내와 특유의 알데하이드 향이 나지만 말린 열매에서는 리날룰을 중심으로 한 따뜻하고 달콤한 향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같은 식물에서 나온 잎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음식의 생허브로, 마른 열매는 인도·중동·유럽 요리의 향신료로 전혀 다르게 사용됩니다.
고수는 어떤 식물일까?
고수의 학명은 **Coriandrum sativum L.**이며 미나리과(Apiaceae)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입니다. 현재 왕립식물원 큐는 고수의 자연분포 범위를 지중해 동부에서 서부 파키스탄에 이르는 지역으로 제시하며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에는 재배를 통해 도입된 식물로 분류합니다.
고수는 환경에 따라 약 20~80cm 정도까지 자라며 줄기는 곧게 서고 위쪽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집니다. 같은 한 포기에서도 아래쪽과 위쪽 잎 모양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린 아래쪽 잎은 비교적 넓고 둥근 갈래를 가지지만 꽃대가 올라오면서 위쪽 잎은 실처럼 가늘고 여러 번 갈라집니다.

고수와 실란트로, 코리앤더는 다른 식물일까?
대부분 같은 식물을 가리킵니다. 다만 나라와 음식문화에 따라 식물의 어느 부분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권에서 coriander는 식물 전체 또는 말린 열매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됩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신선한 고수 잎을 스페인어에서 온 cilantro라고 부르고 말린 열매를 coriander seed라고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고수’는 대체로 생잎과 줄기를 포함한 허브를 떠올리지만 씨앗 형태로 판매되는 코리앤더도 같은 Coriandrum sativum에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실란트로와 코리앤더를 서로 다른 허브로 보기보다는 같은 고수의 서로 다른 부분과 음식문화에서 나온 이름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우리가 고수씨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씨일까?
향신료로 판매하는 동그란 ‘고수씨’는 식물학적으로 정확히 말하면 열매입니다. 미나리과 식물의 열매는 익으면 두 부분으로 나뉠 수 있고 그 안에 각각 씨가 들어 있습니다.
고수의 열매는 대략 4~6mm 정도의 둥근 형태로 익으며 표면에는 세로 방향의 미세한 골이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녹색이지만 충분히 익고 마르면 황갈색으로 변합니다.
음식에서는 편의상 coriander seed, 즉 고수씨라고 부르지만 원물의 구조를 정확하게 보면 열매 전체를 향신료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고수 잎은 왜 아래와 위 모양이 다를까?
고수 한 포기를 자세히 보면 아래 잎은 파슬리처럼 비교적 넓게 갈라져 있지만 꽃대 주변의 윗잎은 딜처럼 가늘고 섬세하게 갈라집니다.
이것은 성장 단계에 따라 잎의 형태가 달라지는 현상입니다. 어린 시기에는 넓은 잎을 만들다가 식물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줄기가 길어지고 위쪽에서는 가늘게 갈라진 잎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마트에서 판매하는 어린 고수와 씨앗을 받기 위해 충분히 자란 고수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식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습이 다를 수 있습니다.
고수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고수꽃은 크지 않습니다. 흰색 또는 연한 분홍빛을 띠는 작은 꽃이 여러 개 모여 우산처럼 펼쳐집니다. 미나리, 당근, 파슬리와 같은 미나리과 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형꽃차례입니다.
꽃이 진 자리에는 둥근 녹색 열매가 생기고 점차 황갈색으로 익어갑니다. 열매가 충분히 익고 마르면 우리가 향신료로 사용하는 코리앤더가 됩니다.

고수 잎에서 비누 냄새가 난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
고수 생잎의 향에는 여러 휘발성 물질이 관여하지만 특히 알데하이드 계열 화합물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고수 잎의 향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decanal, dodecanal, (E)-2-decenal, (E)-2-dodecenal 같은 여러 알데하이드와 녹색 잎 특유의 향을 만드는 알코올·에스터류가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알데하이드는 비누나 세정제품에서 연상할 수 있는 향과 겹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향에 민감한 사람은 고수를 맡았을 때 상쾌한 허브 향보다 비누 같은 냄새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고수 잎을 자르거나 으깨면 향이 더욱 강해지는 것도 식물 조직이 손상되면서 휘발성 향기 성분이 빠르게 방출되기 때문입니다.
고수를 싫어하는 것은 유전 때문일까?
유전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맞지만 유전자 하나만으로 고수를 좋아하거나 싫어한다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후각에는 다양한 냄새 분자를 감지하는 여러 종류의 후각수용체가 있습니다. 최근 구조 연구에서도 OR6A2라는 후각수용체가 중간 길이의 알데하이드를 감지하며 고수에서 비누 같은 향을 느끼는 현상과 유전적으로 연관된 수용체군에 속한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음식 선호에는 유전뿐 아니라 어떤 음식을 어릴 때부터 먹었는지, 향에 얼마나 익숙한지, 음식 속에서 어떤 재료와 함께 먹는지 등의 경험도 영향을 줍니다. 처음에는 고수를 싫어하다가 여러 번 먹으면서 익숙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도 이러한 요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후각수용체의 개인차가 고수 향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잎과 고수씨는 왜 향이 전혀 다를까?
같은 식물이어도 잎과 익은 열매의 휘발성 성분 구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선한 고수 잎은 여러 알데하이드의 비중이 높아 풋풋하면서 강한 특유의 향을 냅니다.
반면 성숙한 고수 열매에서 얻은 정유에는 리날룰(linalool)의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리날룰은 꽃과 감귤을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따뜻한 향을 만드는 성분으로 여러 허브와 향료에서도 발견됩니다.
고수 정유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열매 정유에서 리날룰이 약 40~80% 범위까지 차지하는 사례가 보고됐지만 실제 비율은 품종과 재배지역, 수확시기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생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코리앤더를 넣은 카레나 향신료 음식은 문제없이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향의 원료가 같은 식물이지만 주요 향기 성분의 조합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수 뿌리도 먹을 수 있을까?
고수는 잎과 열매뿐 아니라 뿌리도 향신재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태국 요리에서는 고수 뿌리를 마늘과 후추 등과 함께 찧어 양념의 향을 내는 데 사용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뿌리는 잎처럼 가볍고 강하게 퍼지는 향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고수 향을 낼 수 있어 국물과 양념, 육류요리 등에 이용됩니다.
식품 관련 국내 기준에서도 고수잎은 허브류, 고수씨는 향신료의 씨 부분, 고수 뿌리는 뿌리 향신료로 각각 구분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한 식물에서 여러 부위를 식재료로 활용한다는 고수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고수는 어느 나라 음식에 많이 사용할까?
고수의 사용 범위는 특정 국가에 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쌀국수와 태국 요리, 중국 남부 음식 등에 생잎을 많이 사용하고 인도와 중동에서는 생잎뿐 아니라 말린 열매도 중요한 향신료입니다.
중남미 요리에서도 실란트로라는 이름으로 살사, 타코, 수프 등에 널리 이용됩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말린 코리앤더 열매를 빵과 소시지, 피클, 향신료 혼합물 등에 사용하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잎과 씨를 모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수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리 잡은 허브입니다.
고수와 파슬리는 왜 비슷하게 생겼을까?
고수와 파슬리는 모두 미나리과 식물이기 때문에 잎 모양이 어느 정도 닮았습니다. 특히 어린 고수와 이탈리안 파슬리는 얼핏 보면 혼동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수의 아래쪽 잎은 가장자리가 조금 더 둥글고 부드럽게 갈라지는 경우가 많고 파슬리는 잎 끝과 톱니가 상대적으로 뚜렷한 편입니다. 무엇보다 잎을 살짝 비볐을 때 향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고수는 특유의 강한 알데하이드 향이 올라오지만 파슬리는 상대적으로 풋풋하고 쌉싸래한 허브 향이 중심입니다.
고수는 언제 씨를 뿌릴까?
고수는 한여름의 강한 더위보다 비교적 서늘한 시기에 재배하기 좋은 허브입니다. 기온이 지나치게 높고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 잎을 충분히 키우기 전에 꽃대가 빠르게 올라오는 추대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잎을 먹기 위해 키운다면 봄이나 가을처럼 온도가 비교적 온화한 계절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코리앤더 열매를 수확할 목적이라면 꽃이 피고 열매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재배해야 합니다.
기후에 따라 파종 시기는 달라질 수 있으며 따뜻한 지역에서는 겨울에도 재배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집에서 고수를 키울 때 옮겨 심기가 어려운 이유
고수는 중심으로 비교적 길게 내려가는 뿌리를 만들기 때문에 어린 모종을 옮기는 과정에서 뿌리가 크게 손상되면 생육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재배에서는 최종적으로 키울 화분이나 텃밭에 씨를 바로 뿌리는 직파가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개의 씨를 뿌린 뒤 싹이 자라면 간격을 확보해 주고 어린 잎부터 조금씩 수확할 수 있습니다.
잎만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면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수확을 이어가는 편이 좋고 씨를 얻고 싶다면 일부 포기는 그대로 꽃을 피우도록 둡니다.
고수 열매는 왜 살짝 볶으면 향이 강해질까?
말린 코리앤더를 약한 불에서 짧게 볶으면 향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열을 받으면서 표면의 휘발성 향기 성분이 빠르게 방출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너무 강한 불에서 오래 볶으면 향기 성분이 지나치게 날아가거나 탄맛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카레나 향신료 혼합물을 만들 때 통코리앤더를 가볍게 볶은 뒤 바로 갈아 사용하는 방식이 흔한 이유입니다.
분말은 표면적이 넓어 향이 빠르게 날아가므로 통열매 상태로 보관하다가 사용할 만큼만 갈면 향을 오래 유지하기 좋습니다.
생고수는 가열하면 향이 왜 달라질까?
신선한 고수 잎의 향을 만드는 성분 중 상당수는 휘발성이 있습니다. 오래 끓이거나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일부 향이 날아가면서 생고수 특유의 날카로운 향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쌀국수나 타코, 카레 등의 요리에서 생고수를 마지막에 올리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향에 민감한 사람은 반대로 익힌 고수에서 생잎보다 향을 덜 강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고수 줄기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잎만 떼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연하고 신선한 줄기는 잘게 썰어 잎과 함께 사용하면 됩니다.
고수의 영양은 어떻게 봐야 할까?
고수 생잎은 수분 비율이 높은 잎채소형 허브이며 에너지와 지방 함량은 낮은 편입니다. 여러 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식이섬유와 칼륨, 칼슘, 비타민 A·C·K 등을 함유하는 식품으로 제시합니다.
다만 고수는 일반적인 잎채소처럼 한 번에 100g씩 섭취하기보다 향을 내기 위해 몇 줄기나 한 줌 정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100g 영양성분표를 실제 한 끼 섭취량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고수에는 다양한 정유 성분과 폴리페놀 등이 포함돼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음식에서는 다양한 식재료 가운데 향과 맛을 더하는 허브로 이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좋은 생고수는 어떻게 고를까?
생고수는 잎이 선명한 녹색을 띠고 전체적으로 힘이 있으며 물러진 부분이 많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잎끝이 심하게 누렇게 변했거나 줄기 아래쪽이 무르고 끈적이는 제품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고수는 향이 강한 허브이기 때문에 신선한 제품에서는 가까이했을 때 특유의 향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뿌리까지 붙어 있다면 뿌리가 지나치게 말라 있거나 검게 썩은 부분이 없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말린 코리앤더는 통열매의 형태가 비교적 일정하고 곰팡이나 이상한 냄새가 없는 제품을 고릅니다.
고수는 어떻게 씻고 보관할까?
생고수는 잎과 줄기 사이에 흙이나 이물질이 남을 수 있으므로 먹기 전에 흐르는 물에서 부드럽게 여러 차례 씻습니다. 뿌리까지 사용할 경우 뿌리 사이의 흙을 특히 꼼꼼하게 제거합니다.
바로 먹지 않을 고수는 지나치게 젖은 상태로 냉장고에 넣으면 쉽게 물러질 수 있습니다. 물기를 제거한 뒤 키친타월 등으로 감싸 밀폐용기나 봉투에 넣어 냉장하면 비교적 보관하기 편합니다.
줄기가 붙어 있는 고수는 밑동을 조금 잘라 물을 소량 담은 용기에 세워 보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장기간 사용할 계획이라면 잘게 썰어 냉동할 수 있지만 해동한 뒤에는 생고수 특유의 아삭한 식감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익히는 음식이나 소스에 이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고수는 한 식물에서 세 가지 향신료가 나온다
고수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한 식물의 잎과 뿌리, 익은 열매가 모두 사용되면서도 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생잎에서는 여러 알데하이드가 만드는 날카롭고 풋풋한 향이 강하고 뿌리는 보다 묵직한 향신재료로 사용되며 익은 열매에서는 리날룰을 중심으로 달콤하고 따뜻한 향이 두드러집니다.
누군가에게 고수 잎이 비누처럼 느껴지는 현상도 이 식물이 가진 독특한 향기 화학과 인간의 후각 차이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고수를 단순히 ‘호불호가 갈리는 향신채’라고 보는 것보다 한 식물의 성장단계와 부위에 따라 향이 완전히 달라지고 사람마다 그 향을 감지하는 방식까지 다른 허브라고 이해하면 훨씬 흥미로운 원물이 됩니다.
참고자료
Royal Botanic Gardens, Kew, Plants of the World Online – Coriandrum sativum L. (Plants of the World Online)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PubMed, Structural decoding of reversible covalent linkage of odorants in human olfactory receptor OR6A2, 2026 (PubMed)
Chemical Composition of Fresh Leaves Headspace Aroma and Essential Oils of Four Coriander Cultivars, 학술논문 (PubMed Central (PMC))
Essential Oil from Coriandrum sativum: A Review on Its Phytochemistry and Biological Activity, 학술 리뷰 (PubMed Central (PMC))
식품의약품안전처, K-FIND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foodsafetykorea.go.kr)
식품의약품안전처, 향신료·허브류 식품 분류 기준 (foodsafetykorea.go.kr)
USDA National Agricultural Library, Food Composition 및 FoodData Central (nal.usda.gov)
원물닷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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