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향, 감평이라는 이름을 벗고 붉은 만감류로 다시 태어나다.
레드향은 어떻게 만들어진 감귤일까요? 한라봉과 서지향의 교배 과정부터 납작한 모양과 붉은빛의 비밀, 제철과 고르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과일 가게 한편에 유난히 붉고 납작한 감귤이 놓인다. 보통 귤보다 한 뼘은 더 크고, 껍질은 주황을 넘어 붉은빛을 띤다. 이름도 그래서 레드향이다.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과 함께 만감류로 묶이지만 생김새도 맛도 저마다 다르다. 레드향은 왜 이렇게 색이 붉고, 왜 이런 납작한 모양을 갖게 되었을까.
레드향은 어떻게 태어난 품종인가?
레드향은 자연에서 저절로 생겨난 과일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만든 교배종, 즉 만감류다. 운향과 귤속 재배식물로, 1991년 일본에서 서지향에 병감의 꽃가루를 교배해 개발한 만감류 품종이다. 서지향은 온주밀감 계열의 품종이고 병감은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은 감귤류로, 이 둘을 교배하면서 기존 감귤에는 없던 특징들이 섞여 들어갔다. 레드향은 한라봉과 온주밀감류인 서지향을 교배해서 만들어진 품종으로, 우리가 보통 귤이라고 부르는 감귤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크기가 더 크고 색이 붉어 레드향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처음부터 레드향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것도 아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제주에서 재배한 레드향은 일본에서 서지향과 한라봉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으로, 처음에는 감평이란 어려운 이름으로 불리다가 불과 몇 년 전에야 레드향이란 이름을 달았다.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처럼 이름난 만감류 대부분이 일본에서 육성된 품종을 국내로 들여와 재배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납작한 모양과 붉은 껍질, 어디서 온 특징일까?
레드향을 손에 쥐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모양이다. 레드향은 한라봉과 서지향을 교배해 만든 품종으로, 껍질과 과육에 붉은 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며 감귤보다 크고 한라봉보다는 작은 편이며 납작하고 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공처럼 둥근 한라봉이나 천혜향과 달리 위아래로 눌린 듯한 형태라 한눈에 구분된다. 껍질 안쪽 알맹이도 다른 감귤류와는 결이 다르다. 알갱이가 굵고 식감도 비교적 단단하며 당도는 한라봉과 비슷하다. 재배 과정에서는 열매가 갈라지는 현상이 품종 특유의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레드향의 특성으로 알려진 열매가 벌어지는 열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무 관리를 철저히 해야 다른 농가보다 수확량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착색기와 완숙기에 물과 온도 관리가 품질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언제 수확해야 가장 맛있을까?
레드향은 당도가 일정 기준에 올라야 비로소 수확이 시작되는 과일이다. 한라봉(부지화), 레드향(감평), 천혜향(세토카) 등의 만감류는 당도가 13°Bx 이상이 되면 수확하며, 무가온 재배시 레드향은 1월, 한라봉은 2월, 천혜향은 3월경이 수확 적기이다. 너무 이르게 따면 신맛이 강하고, 반대로 너무 늦으면 과육이 마르기 시작한다. 제주도에서 레드향 수확시기는 12월말에서 1월 초이며, 11월과 12월 초에 수확하는 경우 산도가 높고 당도가 떨어져 상품의 레드향을 수확하기 어렵고, 1월 하순 이후에 수확하는 경우 당도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레드향이 말라가기 시작한다. 실제로 소비자가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시점도 이 수확 적기와 맞물린다. 1월 중순에 출하하는 레드향이 맛이 좋으니 구입시기를 잘 보고 구매해서 맛보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제주도가 유일한 산지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재배지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레드향은 일반 감귤보다 크기가 크고 붉은빛이 도는 만감류로 풍부한 과즙과 높은 당도 덕분에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고소득 작물로 꼽히며, 제주도가 주산지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와 시설재배 기술의 발달로 내륙에서도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충북 청주 같은 내륙 지역에서도 시설하우스를 이용한 재배가 시작된 사례가 보고된다.
영양성분은 어떻게 다를까?
레드향의 영양 구성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비타민C다. 국가표준 식품성분표에 의하면 감귤과 만감류의 비타민C 함량은 100g당 감귤 30.39㎎, 레드향 47.89㎎, 한라봉 52.94㎎으로 나타난다. 열량 면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과일에 속한다. 한라봉과 레드향은 100g당 열량이 각각 50㎉, 48㎉로 낮은 편이다. 비타민C 외에도 여러 식물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베타카로틴, 플라보노이드, 비타민C를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과 베타크립토잔틴도 포함돼 있다. 감귤류 특유의 기능성 성분도 보고된다. 기능성 성분인 플라보노이드류인 나리루틴, 헤스페리딘과 구연산 등이 대표 성분이며 비타민A의 하나인 베타 크립토산틴과 엽산도 포함돼 있다. 다만 이런 성분들은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비타민C나 항산화 성분의 공급원으로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이며,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품종, 산지, 숙성도에 따라 실제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고르고 보관하는 법
좋은 레드향을 고르는 기준은 비교적 단순하다. 껍질이 얇고 광택이 덜 나면서 배꼽부분은 진한 담홍색이 좋으며, 레드향은 크기가 클수록 단맛이 나고 신맛이 빨리 빠지는 특징이 있다. 표면에 상처나 눌린 자국이 적고 크기에 비해 묵직한 것을 고르면 과즙이 알찬 경우가 많다. 보관할 때는 바로 씻지 않는 편이 신선도 유지에 유리하다. 씻지 않은 상태로 냉장 보관하고 먹기 직전에 세척하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다 먹고 남은 껍질도 그냥 버리기 아깝다. 껍질을 까서 과육을 섭취하고, 껍질은 잘 말려 차로도 활용할 수 있다.

겨울 끝자락을 알리는 감귤
레드향은 오래된 전통 품종이 아니라 교배를 통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과일이지만, 짧은 역사 안에서도 제주 감귤 산업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잡았다. 한라봉의 단단한 과육과 서지향의 색을 물려받아 납작한 모양과 붉은빛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 재배 농가들은 열과 현상을 관리하고 당산비를 맞추는 세심한 과정을 거쳐 한겨울에서 초봄 사이 가장 좋은 상태의 열매를 시장에 내놓는다. 감평이라는 생소한 이름 대신 레드향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을 얻으면서 소비자들에게도 더 가까워졌다.
크고 붉고 납작한 생김새, 단단하면서도 즙이 많은 식감, 그리고 1월을 전후로 한 짧은 제철까지, 레드향은 겨울 감귤류 중에서도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과일이다. 다음 겨울 과일 가게에서 유독 붉고 묵직한 감귤을 만난다면, 그 안에 담긴 교배의 역사와 제철의 타이밍을 한 번쯤 떠올려봐도 좋을 것이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이달의 농업기술 – 감귤 수확시기 안내
-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정보누리(foodnuri.go.kr) – 제철농식품 ‘레드향’
- 국가표준식품성분표(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원물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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