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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은 왜 독이 있는 붓순나무 열매와 헷갈릴까? 별 모양의 비밀부터 시킴산·타미플루 이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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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은 왜 독성이 있는 붓순나무 열매와 혼동될까요? 여덟 갈래 별 모양 구조와 아네톨, 시킴산과 타미플루의 관계, 오향분·마라탕에 쓰이는 이유까지 팔각의 모든 것을 살펴봅니다.

중국 요리를 조금이라도 먹어본 사람이라면 진한 갈색의 여덟 갈래 별 모양 향신료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향장육이나 동파육 국물 위에 떠 있는 그 별 모양 열매가 바로 팔각이다. 그런데 이 향신료에는 흥미로운 반전이 숨어 있다. 팔각과 거의 똑같이 생긴 사촌 나무가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향신료의 한 성분이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원료로 쓰였다는 사실이다. 팔각이라는 작은 별 모양 열매 하나에 식물학과 약학, 그리고 아시아 음식 문화가 함께 얽혀 있다.

여덟 개의 뾰족한 별, 팔각은 무엇인가?

팔각(star anise, Illicium verum)은 붓순나무과 붓순나무속에 속하는 식물로 중국이 원산인 향신료의 일종이다. 분류학적으로는 오미자과로 함께 묶이기도 하는데, 이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정리가 계속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름처럼 열매의 생김새가 이 향신료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별 모양의 스타 아니스 꼬투리에는 평균적으로 뾰족한 팔이 여덟 개 달려 있고, 각 팔마다 완두콩만 한 씨앗이 하나씩 들어 있다. 요리에 쓰이는 부분은 씨앗을 감싼 꼬투리 전체로, 씨앗과 껍질 모두 향을 낸다.

중국 남부와 베트남 국경, 팔각이 자라는 곳

팔각은 아무 곳에서나 자라지 않는다. 중국 남부 광시 좡족 자치구와 베트남 북부의 국경 지역에서 자생하며, 중국 남부나 남부 인도, 인도차이나에서 넓게 재배되고 있다. 상록성 나무로 자라며 붉은 자주색 꽃을 피운 뒤 별 모양의 열매를 맺는데, 이 꼬투리는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해 햇볕에 말리는데, 이 과정에서 짙은 갈색 혹은 녹슨 빛을 띤다. 아직 초록빛일 때 나무에서 딴 열매가 시간이 지나며 우리가 아는 진한 갈색의 팔각으로 변하는 것이다.

중국 남부 숲에서 가지에 매달린 채 별 모양으로 자라나는 초록빛 미숙 팔각 열매
중국 남부 숲에서 가지에 매달린 채 별 모양으로 자라나는 초록빛 미숙 팔각 열매

팔각과 꼭 닮은 독초, 붓순나무는 왜 위험할까?

팔각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바로 생김새가 거의 똑같은 독성 식물이다. 식용 팔각(Illicium verum)은 독성이 없지만, 이와 비슷하게 생긴 일본 붓순나무(Illicium anisatum)는 매우 독성이 강해 먹을 수 없으며, 일본에서는 대신 향으로 태워 쓰인다. 두 식물의 열매는 겉모습이 유사해 혼동되기 쉽지만 성분은 완전히 다르다. Illicium anisatum에는 아니사틴, 아니소틴, 네오아니사틴, 슈도아니사틴 같은 세스퀴테르펜 계열의 성분이 들어 있다. 이 가운데 아니사틴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로, 중독되면 신장과 요로, 소화기관에 심한 염증을 일으킨다. 건조된 상태에서는 식용 팔각과 독성 붓순나무속 식물의 외형이 비슷해 육안만으로 확실하게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혼입으로 인한 중독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으며, 정확한 판별에는 형태 관찰뿐 아니라 성분 분석 등 전문적인 확인 방법이 사용된다. 따라서 꼭지의 개수나 모양만을 기준으로 식용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유통 경로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허벌 프로덕츠 협회(AHPA)는 팔각을 독성이 있는 다른 붓순나무속 식물과 구별할 수 있는 분석 방법을 자체 인증 프로그램에 추가했다. 가정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검증된 제품을 구입한다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지만, 원산지가 불분명한 산지 직거래 제품이나 해외 직구 제품을 고를 때는 이 사실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여덟 개의 매끈한 꼭지를 가진 정품 팔각과 열 개 이상의 거친 꼭지를 가진 독성 붓순나무 열매를 나란히 놓은 비교 사진

시킴산과 타미플루, 팔각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유

2009년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팔각은 뜻밖의 이유로 품귀 현상을 겪었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가 팔각회향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제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는데, 타미플루의 주요 성분인 오셀타미비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킴산을 팔각회향이 다량 함유하고 있어 이를 추출한 뒤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것이다. 당시 수요가 폭증하자 중국집들이 팔각을 구하지 못해 정향과 육두구를 대신 섞어 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는 기록도 있다. 다만 오해하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다. 팔각에서 추출된 시킴산이 타미플루를 만드는 재료로 쓰인 것은 맞지만, 팔각을 그대로 먹는다고 같은 효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시킴산은 여러 단계의 화학적 합성을 거쳐야 항바이러스제로 바뀌며, 음식으로 섭취하는 팔각 몇 조각이 같은 작용을 하지는 않는다. 현재는 시킴산 상당량을 대장균 발효 등 다른 방식으로도 생산하고 있어 팔각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

향의 핵심, 아네톨이 만드는 팔각의 풍미

팔각 특유의 달콤하고 은은하게 매운 향은 아니스 씨앗에도 함유된 아네톨이라는 오일에서 비롯되며, 감초 같은 달큰한 맛을 낸다. 재미있는 점은 이름과 향이 비슷한 아니스 씨(회향씨)와 팔각이 전혀 다른 식물이라는 사실이다. 스타 아니스와 아니스 씨앗은 풍미와 이름이 비슷해 자주 헷갈리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과에 속하는데, 팔각은 목련류에 가까운 식물이고 아니스 씨앗은 미나리과 식물이다. 같은 아네톨 계열 향 성분을 공유하기 때문에 향이 비슷하게 느껴질 뿐, 식물학적으로는 남이나 마찬가지다.

팔각의 영양성분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팔각은 한 번에 몇 조각만 넣어 국물이나 조림에 향을 내는 향신료이므로 실제로 먹는 양은 매우 적지만, 참고를 위해 100그램 기준 자료를 살펴보면 337킬로칼로리, 단백질 17.6그램, 탄수화물 50그램, 지방 15.9그램 정도로 보고된다. 미네랄 면에서는 철, 구리, 망간의 훌륭한 공급원으로 각각 하루 권장량의 462퍼센트, 101퍼센트, 100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 수치는 향신료 전체를 100그램 섭취했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으로, 실제 요리에서 몇 조각만 넣고 건져내는 팔각의 섭취량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오향분부터 마라탕까지, 팔각은 어떻게 쓰일까?

팔각이 가장 빛을 발하는 자리는 중국 요리다. 중국요리, 특히 상하이요리에 많이 쓰이며, 훙사오러우 또는 동파육, 오향장육 등 삶은 고기 요리에서 나는 향의 상당 부분이 팔각에서 나온 것이고, 삶은 계란 요리인 차예단에도 들어간다. 오향분이라는 이름 자체가 다섯 가지 향신료를 뜻하는데 팔각은 그 중심이 되는 재료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가 높아진 마라탕에도 팔각은 빠지지 않는다. 초피, 팔각, 정향, 회향, 쿠민 등 다양한 향신료를 기름에 넣고 가열해 향을 낸 다음, 고춧가루와 두반장을 더해 육수를 만드는 방식이 마라탕 특유의 향을 만든다. 한국 전통 음식에서도 팔각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개성주악을 만들 때 조청을 끓이며 계피, 생강과 함께 팔각을 넣는 방식이 전해진다. 족발을 삶을 때 잡내를 잡아주는 용도로도 널리 쓰인다.

좋은 팔각 고르는 법과 보관

팔각을 고를 때는 색이 너무 탁하거나 검지 않고 균일한 적갈색을 띠며, 꼭지 여덟 개가 비교적 매끈하고 온전하게 붙어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부스러진 조각이 많거나 꼭지 수가 들쭉날쭉하고 거친 것은 품질이 낮거나 다른 붓순나무속 식물이 섞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신뢰할 수 있는 유통 경로에서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향이 강한 만큼 개봉 후에는 밀폐 용기에 담아 햇빛과 습기를 피해 서늘한 곳에 두면 향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가루보다는 통으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갈거나 그대로 넣는 방식이 향의 손실을 줄여준다.

여덟 개의 뾰족한 꼭지로 이루어진 이 작은 별 모양 열매는 단순한 향신료를 넘어 여러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한 그릇의 오향장육과 마라탕 국물 속에 스며든 은은한 단맛과 향은 아네톨이라는 화학 성분에서 나오고, 같은 열매의 한 성분은 인류가 신종플루와 싸울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시에 겉모습이 거의 똑같은 독성 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연이 만들어낸 형태의 유사성이 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일깨운다. 결국 팔각은 향과 약리, 그리고 조심스러운 구별이 함께 어우러진 향신료로, 부엌 선반 위에서 작은 별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꽤 복잡한 식물학과 화학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셈이다.

참고자료

  • 위키백과, “팔각”
  • 나무위키, “팔각”, “타미플루”, “마라탕”, “오향장육”
  • Wikipedia, “Illicium verum”
  • ScienceDirect Topics, “Illicium anisatum”, “Illicium verum”
  • iNaturalist, “Japanese star anise (Illicium anisatum)”
  • American Herbal Products Association(AHPA) 관련 보도, NutraIngredients
  • Academia.edu, “Distinguishing Chinese Star Anise from Japanese Star Anise Using TD-GC-MS”
  • USDA FoodData Central 기반 영양정보(FatSecret, foodcaloriecalculator.co.uk 등 재구성 자료)
  • NIKOM(한국한의학연구원 관련 기고), “약재의 발견 – 팔각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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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특성, 원산지를 찾아보다가 정보를 한곳에 정리하고자 원물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식품 전문가가 아니라 재료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자료를 근거로 출처를 남기며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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