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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숭어의 눈을 덮는 지방 눈꺼풀, 가숭어와 구별하는 법까지

원물알리미

숭어는 겨울이 되면 눈 위에 두꺼운 지방막이 덮여 앞을 보기 어려워진다는데, 그 이유와 닮은꼴 가숭어와의 차이, 제철과 영양까지 살펴봅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 포구나 하구에 가면 유독 눈이 뿌옇게 흐려 보이는 회색빛 물고기를 만나게 된다. 숭어다. 몸은 길고 둥글며 등은 회청색, 배는 은백색으로 반짝이고, 비늘 한가운데마다 검은 점이 박혀 있어 몸통에 여러 줄의 세로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에게는 “숭어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 속 주인공으로 더 익숙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숭어는 수면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습성으로도 잘 알려진 물고기다.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사는 회유어

숭어는 영어로 flathead grey mullet이라 불리는 숭어과 어류로, 연안과 하구의 기수역을 중심으로 살면서 강의 담수역까지 들어갈 수 있는 광염성 물고기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숭어(崇魚), 수어(秀魚) 등 여러 이름으로 등장하며, 어린 개체를 지역에 따라 모쟁이·동어·살모치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어린 숭어는 연안과 하구에서 성장하고 성어가 되면 산란을 위해 바다 쪽으로 이동하지만, 모든 개체가 똑같은 경로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국내 숭어의 이석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하구에 계속 머무는 개체부터 담수와 바다를 오가는 개체, 해수에서 주로 생활하는 개체까지 여러 이동 유형이 확인됐다. 숭어는 이처럼 염분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얕은 연안과 하구의 모래·진흙 바닥에서 유기물과 미세조류 등을 먹는다. 분포 범위도 매우 넓어 세계 여러 온대·아열대·열대 연안에서 발견된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서 무리 지어 헤엄치는 숭어 떼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

숭어의 눈을 덮은 투명한 막, 기름눈까풀

숭어를 알아보는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눈을 덮고 있는 기름눈까풀이다. 이는 눈 주변에 발달하는 투명한 지방성 조직으로, 어린 숭어에서는 뚜렷하지 않다가 몸길이가 약 4~5cm에 이르면서 눈에 띄기 시작하고 성장할수록 눈의 넓은 부분을 덮는다. 성어에서는 눈동자의 일부만 드러날 정도로 잘 발달하기도 한다.
이 막은 살아 있는 숭어에서는 투명하기 때문에 눈을 덮고 있다고 해서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죽은 뒤에는 조직이 불투명해지면서 눈이 희거나 뿌옇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겨울이 되면 지방막이 생겨 숭어가 눈이 멀어진다’고 설명하기보다는, 성장하면서 발달하는 숭어의 특징적인 눈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숭어와 가숭어, 닮았지만 다른 물고기

시장에서 숭어를 고를 때 가장 헷갈리는 지점은 ‘가숭어’라는 또 다른 숭어과 물고기의 존재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숭어과 어류가 기록되어 있지만, 식재료로 가장 흔하게 접하고 서로 혼동하기 쉬운 것은 숭어와 가숭어다. 두 물고기는 같은 숭어과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종이며, 생김새가 비슷해 지역과 시장에 따라 이름이 뒤섞여 사용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눈 주변이다. 숭어는 기름눈까풀이 매우 잘 발달하고 눈동자 주변이 어둡게 보이는 반면, 가숭어는 눈 주변에 노란빛이 뚜렷해 흔히 ‘노란 눈’으로 구별한다. 가숭어는 숭어보다 머리가 비교적 납작하게 보이고 몸빛에도 황색 기운이 나타나는 편이다. 다만 색이나 크기만으로 구별하기보다는 눈 주변의 색과 머리 형태 등 여러 특징을 함께 살피는 것이 좋다.

검은 눈에 지방 눈꺼풀이 덮인 숭어와 노란 눈을 가진 가숭어의 머리 부분을 나란히 비교한 모습

봄 숭어와 겨울 가숭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맛

숭어와 가숭어는 맛이 좋다고 여겨지는 계절과 산란 시기가 서로 다르다. 제주 연안에서 조사된 숭어의 주산란기는 11월부터 1월까지로, 성어는 산란을 위해 외양으로 이동한다. 봄철 연안에서 잡히는 숭어는 보리가 자라는 시기와 겹친다고 해서 흔히 ‘보리숭어’라 부른다. 가숭어는 겨울철에 맛이 좋은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 제철(11월~2월)에 먹는 가숭어는 지방이 풍부하고 식감이 뛰어나지만, 3~6월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봄에 먹으면 살에 영양이 없어 맛이 좋지 않다. 그래서 “봄 숭어, 겨울 가숭어”라는 말이 생겨났지만 정작 산지에서는 둘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바람에 혼선이 끊이지 않는다. 서해 영산강 하구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숭어를 ‘참숭어’, 숭어는 ‘개숭어’라 불러왔는데, 상식적으로는 숭어가 참숭어이고 가숭어가 개숭어라 불려야 할 듯하지만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자산어보』에서도 오늘날 숭어와 가숭어에 대응하는 두 유형을 따로 기록하고 눈 색과 머리 모양의 차이를 구분했다. 오늘날에도 지역에 따라 가숭어를 ‘참숭어’라고 부르는 등 이름이 뒤섞여 사용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참숭어’라는 이름만 보고 종을 판단하기보다는 실제 물고기의 특징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영양성분 – 고단백 저칼로리 횟감

숭어(생것)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에 속하며, 100g당 열량은 107kcal로 낮은 편이고 단백질 21.7g, 지질 1.5g, 회분 2.3g, 탄수화물 0.4g을 함유하며 무기질로는 칼슘 42mg, 인 217mg, 철 1mg 등을 포함한다. 불포화지방산 비중도 눈에 띄는데,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숭어 100g당 DHA 232.1mg, EPA 128.6mg을 함유하고 있다. 철분 함량은 다른 흰살생선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철분 함량이 숭어 100g당 1mg으로 광어의 0.45mg보다 두 배 이상 많으며, 구우면 철분 함량이 1.41mg으로 더 높아진다. 비타민류도 함유하고 있어 비타민 A, 비타민 B군이 풍부해 균형 잡힌 식단에서 단백질과 비타민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선이다. 다만 지방과 영양 함량은 계절과 개체의 성숙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앞서 살펴본 제철 시기의 지방 함량 차이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회부터 어란까지, 숭어를 즐기는 법

숭어는 오랫동안 서민의 횟감으로 사랑받아 온 생선이다. 가격이 저렴한 탓에 고급 횟감으로 쳐주지는 않지만 맛은 일품이며, 실제 횟감으로 먹었을 때 돔과 자주 비교가 될 만큼 탄탄한 식감을 자랑한다. 육질의 탄력도 상당해서 육질의 탄력성은 광어의 1.7배에 달할 정도로 탁월하다. 모둠회에 섞여 있어도 구분이 어렵지 않은데, 약간 밝고 진한 선홍빛과 하얗게 낀 지방층이 특징이다. 회와 구이 외에 숭어가 남긴 가장 특별한 식문화유산은 어란이다. 다만 여기에도 흔한 오해가 있다. 특히 영암의 전통 어란에는 영산강 하구와 서남해안에서 잡힌 큰 가숭어의 알이 많이 이용되어 왔기 때문에, 이름에 ‘숭어 어란’이 쓰이더라도 실제 원료가 가숭어인 경우가 있다. 전통 방식의 어란은 산란기인 3~5월에 잡힌 알에 참기름을 발라 말려 건조해 만든다.

고르고 손질하고 보관하는 법

숭어를 고를 때는 서식 환경을 함께 떠올리면 좋다. 펄바닥에서 유기물을 먹고 자란 개체는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는데, 숭어든 가숭어든 뻘 쪽에서 잡힌 것은 흙내가 나고 강이나 바다의 맑은 중상층에서 잡힌 것은 흙내가 덜하지만, 흙냄새는 주로 내장과 대가리에서 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면 어느 쪽이든 회나 탕으로 먹는 데 지장이 없다. 손질할 때 내장과 머리 부위를 꼼꼼히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구는 것만으로도 비린내와 흙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비늘이 단단한 편이라 손질에 다소 힘이 들어가지만, 그만큼 살이 단단하게 여물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신선한 숭어는 눈이 맑고 몸통에 탄력이 있으며 아가미가 선홍빛을 띠는 것을 고르면 되고, 구입 후에는 내장을 제거한 상태로 냉장 보관해 가능한 한 빨리 조리하는 편이 맛과 식감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옛 기록 속 숭어, 흔하지만 귀하게 여긴 생선

숭어는 오래전부터 한반도 연안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생선이었던 만큼, 한의학 고서에도 흔적을 남겼다.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서는 진흙을 먹고 사는 숭어가 모든 약에 어울리며, 위와 비장을 비롯한 오장을 편안하게 다스려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고 언급했다. 흔하다고 해서 가볍게 여겨질 생선은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도 연안과 하구에서는 무리를 지어 다니거나 수면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숭어를 볼 수 있고, 반대로 서해 갯벌에서는 노란 눈의 가숭어가 겨울 밥상을 책임진다. 이는 당시 의서에 기록된 전통적인 식재료·약재 인식으로, 오늘날 의학적으로 입증된 효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름값에 비해 저평가되어 온 생선이지만, 강과 바다를 오가는 회유 생태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눈의 모습, 그리고 숭어와 가숭어라는 두 사촌이 만들어내는 혼선까지 알고 나면 흔한 횟집 메뉴판의 ‘숭어회’ 세 글자가 다르게 보인다. 연안과 하구를 오가며 떼를 이루고 때로는 수면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숭어의 모습은, 오랫동안 서민의 밥상을 지켜온 이 물고기가 남긴 가장 인상적인 자연사의 한 장면이다.

참고자료

  •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Our Benthos), ‘가숭어’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블로그, ‘이름부자 숭어’ (바다愛)
  •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수산자원관리법 및 금어기 관련 자료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MBRIS, 「숭어 Mugil cephalus」 숭어의 형태, 최대 약 1m 성장, 연안·기수역 서식, 먹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MBRIS, 「가숭어 Planiliza haematocheilus」가숭어의 노란 눈 주변, 작은 기름눈까풀, 약 1m 크기, 2~3월 산란 등 숭어와 비교할 때 핵심 자료입니다.
  • 제주 연안 숭어 암컷의 생식주기 연구숭어의 주산란기가 11월~1월이며 외양으로 이동해 산란한다는 근거로 쓰기 좋습니다.
  • 한국학호남진흥원, 「맛이 좋으니, 선물이 되고 뇌물이 되었겠지 숭어」『자산어보』에 기록된 숭어·가숭어 구분, 눈 색과 머리 형태 차이를 확인하는 데 유용합니다.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논문정보 – 한국산 숭어과 어류 관련 자료국내 숭어과 분류가 과거 4종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뒷받침할 때 좋습니다. 특히 한국산 미기록종 추가 자료가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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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특성, 원산지를 찾아보다가 정보를 한곳에 정리하고자 원물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식품 전문가가 아니라 재료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자료를 근거로 출처를 남기며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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