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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는 왜 물텀벙이라 불렸을까, 이름의 유래부터 마산 아귀찜의 탄생까지

원물알리미

한때 바다에 던져지던 아귀가 어떻게 겨울 별미가 되었을까요? 아귀의 생태와 산란, 제철, 마산 아귀찜의 유래부터 손질법까지 살펴봅니다.

겨울이 되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커다란 머리에 축 늘어진 입을 가진 생선이 시장 좌판에 등장한다. 바로 아귀다. 한때는 그물에 걸리면 그 자리에서 바다에 던져버릴 만큼 홀대받던 생선이었지만, 지금은 겨울철이면 식당 앞에 줄을 세우는 별미로 자리 잡았다. 못생긴 생선의 대명사가 어떻게 겨울 밥상의 주인공이 되었는지, 아귀라는 이름에서부터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아귀’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귀라는 이름의 정확한 어원은 단정하기 어렵다. 『자산어보』에는 이 물고기가 ‘아구어(餓口魚)’라는 속명으로 기록돼 있는데, 무엇이든 삼킬 듯한 커다란 입과 식성이 이름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오늘날의 ‘아귀’라는 이름도 큰 입과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 널리 전해지지만, 특정 한자 조합에서 직접 변한 이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이 생선은 ‘물텀벙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는데, 인천 지역에서는 어부들이 아귀를 잡으면 징그럽다고 그 자리에서 바다에 던져버려 물텀벙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바다 밑바닥에 몸을 숨긴 사냥꾼

아귀는 분류학적으로 척삭동물문, 조기어강, 아귀목, 아귀과에 속한다. 흔히 ‘못생긴 물고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단순히 외형이 특이한 수준을 넘어서 매우 정교한 사냥 전략을 가진 포식자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황해, 동중국해 등 서태평양 연안에 널리 분포하며, 주로 바다 바닥에서 생활하는 저서성 어류다. 머리가 몸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크고 입 역시 매우 넓으며, 이빨은 안쪽으로 휘어 있어 한 번 물린 먹이는 빠져나가기 어렵다. 몸은 납작하고 바닥에 밀착되어 있어 주변 환경과 잘 섞이도록 되어 있다. 형태를 좀 더 자세히 보면 대가리가 크고 납작한 편이며 몸통과 꼬리 부분은 가늘고 짧은 편이고, 입이 몹시 크며 위턱보다 아래턱이 크고 턱밑에는 듬성듬성 수염 같은 돌기가 나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는 아귀와 황아귀처럼 서로 닮은 아귀과 어류가 함께 서식하며, 입안의 반점과 머리·지느러미 형태 같은 세부적인 특징으로 종을 구별한다. 이런 생김새는 우연이 아니라 바닥에 몸을 숨기고 먹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머리 위 첫 번째 등지느러미 가시는 낚싯대처럼 길게 변형되어 있는데, 아귀는 이 유인돌기를 움직여 작은 물고기를 가까이 끌어들인 뒤 커다란 입으로 순식간에 삼킨다. 매복형 사냥에 철저히 최적화된 구조다.

모래 바닥에 몸을 납작하게 붙이고 주변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한 아귀의 모습

산란기와 제철, 겨울이 맛있는 이유

국내 연안에 서식하는 황아귀(Lophius litulon)를 1년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산란 기간은 1월부터 6월까지로 나타났으며, 생식소숙도지수와 성숙도의 월별 변화를 종합하면 산란기는 1~6월로 추정된다. 황아귀를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산란기가 1월부터 6월까지로 나타났으며,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서는 2~6월을 산란기로 설명한다. 아귀는 일반적으로 겨울철 별미로 많이 소비되며, 해양수산부도 2025년 2월 ‘이달의 수산물’로 아귀를 선정한 바 있다. 다만 제철에 잡아 얼려 둔 냉동 아귀를 이용해 사철 먹을 수 있는 생선이기도 해서, 겨울이 지나도 아귀 요리를 즐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버려지던 생선이 별미가 되기까지

아귀가 지금처럼 사랑받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과거 어민들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아귀를 값싸게 내다 팔았고, 뼈가 많고 보기 흉한 생김새 때문에 ‘버리는 생선’ 취급을 받았다. 지금의 아귀찜이 탄생한 곳은 경남 마산이다. 식생활 문화 연구에 따르면 마산 지역에서는 1960년대 무렵 ‘혹부리 할머니’로 불린 상인이 마른 아귀를 양념해 팔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마산 아귀찜의 시초 가운데 하나로 전해진다. 어시장과 가까운 오동동에서 장어국을 팔던 혹부리 할매가 된장과 고추장을 섞고 마늘, 파 등을 넣은 양념장을 꼬들꼬들하게 말린 아귀에 발라 북어찜처럼 구워 팔다가 삶은 콩나물을 곁들인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이후 1981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풍81 행사에 마산 아귀찜이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도 마산식 아귀찜은 생물이 아니라 반건조 아귀를 쓰고 매운맛을 특히 강조하는 요리로, 다른 지역의 촉촉한 아귀찜과는 식감이 다르다.

버릴 게 없는 생선, 부위별 이용

아귀는 살코기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위를 식용으로 쓸 수 있는 특이한 생선이다. 살뿐 아니라 간, 위장, 껍질, 알 등 대부분 부위를 식용할 수 있어 ‘버릴 게 없는 생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부위별로 다양한 조리법에 활용된다. 그중에서도 아귀의 간은 진미로 꼽히며 미식가들 사이에서 ‘바다의 푸아그라’로 불린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찜 외에도 아귀 수육, 아귀 불갈비, 아귀 해물찜 등 살과 함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한 요리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손질된 아귀의 살과 간, 위, 껍질 등 각 부위가 나란히 놓인 모습

영양성분, 저지방 고단백 흰살생선

아귀는 열량이 낮고 단백질 비중이 높은 흰살생선이다. 겨울 제철 아귀살 100g에는 에너지 76kcal, 단백질 14g, 지방 1.5g, 탄수화물 0g이 들어 있으며 수분 함량이 83%에 달해 저열량 식품에 속한다. 다른 조사에서는 수분이 85.8%, 단백질이 12.9%, 지질이 0.5%, 탄수화물이 0.2%, 회분이 0.6%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개체의 크기와 포획 시기, 측정 방법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는 수치다. 아미노산 구성을 보면 단백질 100g당 글루탐산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리진, 로이신 등의 순이며, 칼슘 및 철의 함량은 성인 남성의 일일 섭취 권장량에 비해 많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아귀는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흰살생선으로, 다양한 조리법에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다.

고르고 손질할 때 주의할 점

아귀를 집에서 손질할 때는 내장을 제거한 뒤 위생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수산물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아귀에서 아니사키스 유충이 높은 비율로 확인된 사례가 있어, 생식보다는 충분히 가열해 먹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내장과 간을 이용할 때는 신선도를 확인하고 충분히 익혀 섭취하는 것이 좋다. 조리법은 지역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데, 아귀찜, 아귀 매운탕, 아귀 맑은탕, 아귀 튀김 등으로 즐길 수 있다. 매콤하고 진한 양념을 원한다면 찜이,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을 원한다면 맑은탕이 더 어울린다.

한때 바다에 그대로 버려지던 생선이 지금은 겨울이면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게 만드는 별미가 되었다는 사실은 아귀라는 원물이 가진 반전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다. 바닥에 몸을 숨기고 먹이를 기다리는 조용한 포식자의 생김새, 겨울철 별미로 사랑받는 계절성, 그리고 마산의 한 할머니가 우연히 발견한 조리법이 오늘날의 아귀찜과 아귀탕으로 이어졌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생선이 결국 버릴 것 하나 없는 알뜰한 식재료로 다시 평가받게 된 과정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바다 생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참고자료

  • 해양수산부, 이달의 수산물(1~2월 아귀) 관련 보도자료
  • 국립수산과학원 발간 연구자료 및 수산과학지식
  • 한국수산과학회지, “한국 연안해역에 출현하는 황아귀(Lophius litulon)의 성숙과 산란”
  •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Our Benthos 아귀 소개 자료
  • 국가유산청, 월간국가유산사랑 “마산 아귀찜” 기사
  • 디지털창원문화대전, “아구찜” 항목
  • 경남도민일보, 어업in수산 등 마산 아귀찜 관련 취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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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특성, 원산지를 찾아보다가 정보를 한곳에 정리하고자 원물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식품 전문가가 아니라 재료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자료를 근거로 출처를 남기며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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