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는 사실 꽃봉오리다, 화뢰의 정체와 설포라판이 늘어나는 조리법
브로콜리의 둥근 덩어리는 사실 덜 핀 꽃봉오리라는 것, 아시나요? 화뢰의 구조와 품종, 제주를 중심으로 한 제철과 수확 시기, 설포라판과 영양성분, 고르고 보관하는 법까지 살펴봅니다.
마트에서 흔히 보는 브로콜리의 둥글고 녹색인 덩어리는 사실 잎도 열매도 아니다. 줄기 끝에 수없이 많은 작은 꽃봉오리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것으로, 이를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작은 꽃이 피어난다. 브로콜리는 다른 채소와는 달리 미숙한 꽃봉오리를 식용으로 하고, 화아분화 조건이 수확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먹는 부위가 화뢰, 즉 꽃봉우리의 집합체로서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브로콜리는 사실 ‘꽃’이다.
식물학적으로 브로콜리는 양배추, 콜리플라워, 케일, 방울양배추와 같은 종인 브라시카 올레라케아에 속하며, 그중에서도 꽃봉오리를 크게 키우도록 선택육종된 이탈리카 품종군이다. 브로콜리는 큰 꽃송이와 줄기, 그에 딸린 작은 잎을 채소로 먹는 양배추과 식물이며, 종 브라시카 올레라케아의 이탈리카 품종군으로 분류된다. 콜리플라워가 흰색으로 변한 변형된 줄기 조직을 먹는 것과 달리, 브로콜리는 녹색을 그대로 유지한 꽃봉오리 덩어리를 먹는다는 점에서 같은 집안이지만 먹는 부위의 발달 방향이 다르다.
지중해의 식용 꽃봉오리가 한국 식탁에 오르기까지
브로콜리의 뿌리는 지중해 연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은 이탈리아이며, 2,000년도 더 전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로, 로마 제국 시기에 재배되었고 18세기 무렵 북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야생 양배추의 두꺼운 줄기와 큰 꽃봉오리를 가진 개체를 농부들이 대를 이어 골라 심으면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다듬어진 작물인 셈이다.
국내에 들어온 시기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1970년대 말로 추정되며 그 당시에는 주로 시험재배가 이루어졌고 1980년대 초반부터 일부 농가에서 재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다른 자료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되는데, 국내 도입은 1970년대 말로 추정되며 1980년대 초반부터 일부 농가에서 재배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제주도와 강원도, 충북 제천에서 주로 생산되며 수입을 통해서도 국내 수요를 충당해왔다.
품종과 제철, 제주가 주산지인 이유
브로콜리는 파종부터 수확까지 걸리는 기간에 따라 품종이 나뉜다. 극조생종은 90~100일, 조생종은 100~120일, 중생종은 120~145일, 만생종은 145일 이상으로 구분한다. 이 숙기에 따라 산지별 출하 시기도 달라지는데, 제주산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충북·충남·전남산은 9월부터 11월까지, 강원도산은 7월부터 9월까지 주로 유통된다.
국내 브로콜리 생산의 중심은 단연 제주다. 제주는 전국 재배면적의 약 74%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주산지로, 주요 생산 시기는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이며 이 가운데 10~12월에는 조생종, 1~2월에는 만생종이 주로 재배된다. 2024년 기준 제주지역 브로콜리 재배면적은 1,188ha, 생산량은 1만1,408톤에 달한다. 그동안 재배 종자의 대부분을 외국산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 구조적인 한계로 지적돼 왔는데, 최근에는 2022년 개발·보급된 만생종 ‘삼다그린’이 노균병과 검은무늬병에 강하고 온도 적응성이 높아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한 품종으로 보급되는 등 국산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해 개발된 ‘한라그린’ 품종도 농가에 보급돼 2021년 0.4㏊에 불과했던 국산 품종 재배 면적이 54㏊로 크게 늘었다.

단면으로 보는 구조와 품종 차이
브로콜리를 세로로 잘라보면 두꺼운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끝마다 작은 꽃봉오리 알갱이들이 포도송이처럼 뭉쳐 있는 구조가 드러난다. 품종에 따라 이 꽃봉오리 알갱이의 크기와 색, 모양도 달라지는데, 화뢰입자가 가늘며 진녹색을 띠어 상품성이 높은 품종이 있는가 하면, 화뢰입자가 작고 균일하며 송이가 단단하고 돔형인 품종도 있다. 같은 자료는 12월 하순 이후 온도가 낮아지면 일부 품종의 화뢰에 안토시아닌이 다소 발생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추운 날씨에 꽃봉오리 표면이 옅은 보랏빛으로 물드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같은 이탈리카 계통 안에는 더 극적인 생김새를 가진 친척도 있다. 브로콜리플라워라고도 불리는 로마네스코 브로콜리는 산호를 닮은 연두빛 머리를 만들어내며, 16세기 이탈리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품종이다. 나선형으로 쌓아 올려진 듯한 구조는 같은 종 안에서도 선택육종이 얼마나 다른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설포라판과 영양성분, 조리법에 따라 달라지는 수치
브로콜리가 다른 채소와 구별되는 지점은 글루코라파닌이라는 물질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설포라판은 글루코라파닌이라는 비활성 전구물질 형태로 브로콜리에 들어있으며,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에 의한 가수분해 과정을 거쳐 설포라판으로 바뀐다. 이 과정은 채소를 썰거나 씹을 때 식물 세포가 깨지면서 일어나는데, 잘게 썰거나 씹거나, 얼렸다 녹이는 과정에서 식물 세포벽이 파괴되어 미로시나아제가 글루코라파닌을 설포라판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흥미롭게도 씨앗에 글루코라파닌이 가장 많이 들어있고 어린 새싹이 그 다음이며, 다 자란 브로콜리에는 가장 적게 들어있다.
조리 방식도 설포라판 함량에 영향을 준다. 미국 농무부 산하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서로 다른 재배 품종에서 수확한 브로콜리 송이를 삶기, 찜, 전자레인지 조리로 각각 처리해 설포라판 함량을 비교했는데 품종에 따라서도 조리 후 설포라판 양이 달라졌다. 그 결과 찜으로 조리했을 때 다른 조리법보다 설포라판 농도가 가장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콜리에 들어있는 설포라판, 글루코시놀레이트 같은 성분은 식이섬유, 비타민 A·C·K, 칼슘·칼륨·철 같은 무기질과 함께 항산화 작용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는 생리활성물질로 꼽히지만,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기본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미국 농무부 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는 생브로콜리 100g을 열량 34kcal, 단백질 2.82g, 식이섬유 2.6g, 비타민C 89.2mg, 비타민K 102㎍ 수준으로 제시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여주는데, 생브로콜리 100g에는 회분 0.95g, 칼슘 39.00㎎, 아연 0.64㎎, 엽산 103.00㎍, 베타카로틴 253.00㎍, 비타민E 0.88㎎, 비타민K 122.91㎍이 들어있다. 철분 함량도 눈에 띄는데, 비타민C는 레몬의 2배, 철분은 100g 중 1.9㎎으로 채소 중 가장 많은 수준으로 소개된다.
조리 상태에 따른 차이도 분명하다. 데치거나 삶으면 수분이 빠지면서 일부 성분의 100g당 농도가 오히려 높아지는데, 삶은 브로콜리 100g에는 베타카로틴 830.00㎍, 비타민E 2.70㎎, 비타민K 190.00㎍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것보다 수치가 높게 측정된다. 다만 열에 약한 일부 비타민은 조리 과정에서 줄어들 수 있으므로, 상태에 따라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참고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고르고 손질하고 보관하는 법
싱싱한 브로콜리를 고를 때는 꽃봉오리 사이에 틈이 없이 촘촘하고 색이 진한 녹색을 띠는 것을 살핀다. 산지 재배 기준으로도 수확 적기는 외부에서 보아 화뢰에 틈이 없고 개개의 화뢰 입자가 작으며 화뢰 직경이 일정 크기 이상일 때로 본다. 봉오리가 누렇게 뜨거나 듬성듬성 벌어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꽃대가 자라나려는 신호이므로 신선도가 떨어진 상태다.
수확 직후의 품온 관리도 품질에 큰 영향을 준다. 빙냉방식은 브로콜리의 품온과 습도를 동시에 유지시켜주는 방식으로 브로콜리 예냉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가정에서는 수확 후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 작용으로 당분과 수분이 빠르게 소모되므로 구입 후에는 되도록 빨리 냉장 보관하고, 물기를 남긴 채 밀폐하거나 살짝 데쳐 소분해 얼리면 더 오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식탁 위의 작은 꽃다발
브로콜리는 화려한 역사를 지닌 채소는 아니지만, 지중해 농부들이 수백 년에 걸쳐 야생 양배추의 꽃봉오리를 조금씩 더 크고 단단하게 골라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선택이 만들어낸 작물의 전형이다. 로마 시대 지중해 밭에서 다듬어진 이 채소는 20세기 들어 한국의 제주와 강원 고랭지 밭까지 건너와 가을과 겨울을 대표하는 채소로 자리 잡았다.
줄기를 가르면 드러나는 촘촘한 꽃봉오리 다발, 품종마다 다른 입자의 크기와 색, 그리고 찜으로 익혔을 때 더 잘 지켜지는 설포라판까지, 브로콜리는 들여다볼수록 단순한 녹색 채소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철인 가을부터 겨울 사이 제주산 브로콜리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지금, 화뢰 하나하나가 실은 피어나기 직전의 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식탁에 올려보는 것도 이 채소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참고자료
-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브로콜리 농업연구사」·「브로콜리 재배기술」
- 농촌진흥청 농사로, 「채소 > 양채류 브로콜리의 특성 및 영양학적 가치」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브로콜리, 생것」·「브로콜리_삶은것」·「브로콜리_데친것」
- 헤드라인제주, 「제주지역 양채류 재배의 역사」
- 농민신문, 「[주목받는 신품종] 브로콜리 국산 품종 ‘삼다그린’」
- 월간친환경, 「[제주] 조생 브로콜리 국산화 가속」
- 세종종묘, 「브로콜리 재배기술」
- USDA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Impact of thermal processing on sulforaphane yield from broccoli”
- USDA FoodData Central, Broccoli, raw (FDC ID 170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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