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고기의 역사는 기러기 가축화에서 시작됐다, 푸아그라부터 게사니찜까지
거위고기는 기러기를 길들인 인류 최초의 조류 가축에서 나옵니다. 회색기러기와 개리의 가축화 과정부터 두꺼운 지방층, 푸아그라의 역사, 한국의 게사니 요리까지 거위고기를 둘러싼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닭고기나 오리고기에 비하면 거위고기는 한국 식탁에서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거위는 인류가 식용으로 길들인 가장 오래된 조류 가운데 하나이며,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 식탁의 주인공으로, 중국과 북한에서는 오늘날까지도 귀한 고기로 대접받는다. 거위고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이 새가 야생 기러기에서 어떻게 가축이 되었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기러기를 길들여 만든 가금, 거위
거위는 생물학적으로 보면 야생 기러기를 가축화한 새다. 유럽 거위는 회색기러기를, 중국 거위는 개리를 가금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두 혈통이 서로 다른 야생종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거위라는 가축의 독특한 지점이다. 가축 거위의 야생 조상은 하나가 아니라 두 계통으로 나뉘며, 유럽계 거위는 회색기러기에서, 대부분의 중국계 거위는 개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거위의 가축화 시기는 정확히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 유전체 연구에서는 유럽계 거위가 회색기러기에서, 중국계 거위가 주로 개리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가축화된 것으로 보며, 두 계통의 가축화 시점도 서로 달랐던 것으로 추정한다. 고대 이집트와 중국 모두 오래전부터 거위를 사육하고 이용한 흔적이 남아 있어, 거위의 가축화 역사는 하나의 지역에서 시작되어 단순히 퍼져나갔다기보다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야생 기러기 계통을 길들인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흔히 거위를 연구해 각인 현상을 밝혀낸 동물행동학자로 알려진 콘라트 로렌츠도 실제로는 가축 거위가 아니라 그 야생 조상인 회색기러기를 관찰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거위와 기러기의 경계가 과학사에서도 자주 혼동되어 온 지점임을 보여준다.

기러기와 무엇이 다를까
오랜 가축화를 거치며 거위는 야생 기러기와 확연히 달라졌다. 가축 거위는 야생 거위보다 크고, 더 많은 알을 낳으며, 깃털 색깔과 체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설명을 보면 거위의 생김새와 번식 특성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가축 거위는 품종에 따라 회갈색부터 흰색까지 깃털 색이 다양하고, 야생 기러기보다 몸집이 훨씬 커진 품종이 많다. 중국계 품종 가운데는 부리 기부에 둥근 혹이 발달하는 경우가 많으며, 몸집이 큰 품종은 비행 능력이 크게 줄어든 경우가 많다. 번식력도 상당해서 봄과 가을에 30~42개의 알을 낳으며 약 30일이면 부화한다. 또한 거위는 풀과 잎, 곡물 같은 식물성 먹이를 주로 먹지만 작은 무척추동물 등을 함께 먹기도 하며, 여타 조류들처럼 소화를 돕기 위해 작은 돌 따위를 집어삼킨다. 낯선 사람을 보면 요란하게 울어대는 습성 때문에 동양에서는 집거위를 집을 지키는 데에 썼다는 기록도 있어, 거위가 단순한 식용 가금을 넘어 경비 동물로도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살과 간, 두 갈래로 갈린 거위의 운명
거위고기의 세계적 명성은 역설적으로 고기 자체보다 간에서 비롯됐다. 고대 이집트에는 거위류를 사육하고 먹이를 먹이는 장면이 벽화에 남아 있을 만큼 거위 사육 문화가 오래됐다. 이후 지중해와 유럽 지역에서는 살찐 거위의 간을 별미로 이용하는 전통이 발전했고, 강제급식 방식인 가바주(gavage)가 푸아그라 생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사계절 내내 이 별미를 맛보고 싶었던 이들은 억지로 먹이를 먹여 거위를 살찌우는 방법을 택했고, 이렇게 탄생한 강제급식 방식을 프랑스어로 가바주(Gavage)라 부른다. 이 기법이 유럽에 자리 잡은 경로에 대해서는 거위 간 생산 방식이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에 전해진 것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유대인들이 정착하면서부터였다는 설명이 있으며, 원조국인 이집트를 거쳐 그리스·로마로 전해진 푸아그라가 프랑스로 건너온 것은 12세기 무렵이었다. 오늘날 가바주 방식은 거위나 오리에게 관을 통해 고에너지 사료를 반복적으로 급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이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물복지 논란과 함께 생산·유통 금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오늘날 시중의 푸아그라는 따로 거위라 강조하지 않으면 대부분 오리의 간인 경우가 많아, 거위 본연의 살코기와 간 요리는 오히려 분리되어 소비되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거위고기의 영양 성분
간을 위한 집중 비육이 아닌,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거위고기 자체의 영양가도 살펴볼 만하다. 생것 기준 거위고기 100g에는 칼로리 161kcal, 탄수화물 0g, 단백질 22.8g, 지방 7.1g이 들어 있어, 탄단지 비율로 보면 단백질이 전체 칼로리의 59%, 지방이 41%를 차지한다. 비슷한 자료에서도 거위 고기 100g 당 칼로리 161kcal, 지방 7.13g, 탄수화물 0.0g, 단백질 22.75g으로 큰 차이 없이 확인된다. 참고로 같은 자료에서 오리 고기 100g 당 칼로리 132kcal, 지방 5.95g 수준으로 나타나, 거위고기가 오리고기보다 다소 지방과 열량이 높은 편으로 비교된다. 다만 이 수치는 부위와 껍질 포함 여부, 사육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하나의 참고치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거위는 살코기뿐 아니라 알도 식용되는데, 삶은 거위알 100g은 칼로리 187kcal, 탄수화물 1g, 단백질 12.7g, 지방 13.6g으로 일반 달걀보다 지방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과 북한에서의 거위, 게사니
거위가 한반도에 전래된 정확한 시기를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조선 시대 문헌에는 거위를 기르고 이용한 기록이 비교적 풍부하게 남아 있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820년에 신라에서 거위를 일본으로 보냈다는 기록도 전해져, 적어도 통일신라 시기에는 한반도에서 거위를 길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어지』에는 거위의 사육법이,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거위젓 담는 법이, 『동의보감』에는 거위의 살, 기름, 털, 알 등의 효능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전어지』에는 사육 요령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데 거위는 모양이 작고 털이 많으며 다리가 가늘고 짧은 것이 둥우리를 잘 지키고 새끼를 잘 기르며, 한 살 된 것이 두 번째로 품은 알을 종자거위로 삼고 암수 3대 1의 비율로 길렀다고 한다. 사료 면에서도 거위는 오곡과 피, 풀이나 채소만 먹으며 살아 있는 벌레는 먹지 않는다고 기록해, 현대의 생태 관찰과는 다소 결이 다른 전통적 인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거위고기가 대중적인 육류는 아니지만, 북한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북한에서는 거위를 ‘게사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고, 게사니구이·게사니찜 같은 요리가 소개되기도 한다. 거위는 고기뿐 아니라 알과 깃털까지 다방면으로 활용되어 온 가금으로, 알과 고기, 깃털을 위해 사육되며 거위를 활용한 요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간으로 만든 푸아그라인데, 사육비가 비싸게 드는 만큼 오리를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독일 음식 문화에서도 갠스브라텐(Gänsebraten)이라 불리는 거위 통구이는 상당한 별미로 꼽힌다.
거위알 역시 전통적으로 귀한 식재료였다. 완숙으로 삶으면 흰자는 탄력이 높아 구운 계란과 비슷한 식감이 되고 노른자는 달걀보다 퍽퍽한 편이지만, 반숙으로 삶으면 달걀이나 오리알보다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지방 함량이 높은 만큼 균형 잡힌 식단 안에서 다른 육류와 마찬가지로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정 질환의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단백질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식재료 중 하나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결국 거위고기는 한 마리의 새 안에 가축화의 역사, 식문화의 호불호, 동물복지 논쟁까지 모두 품고 있는 식재료다. 거위와 기러기가 계절에 따라 에너지를 저장하는 생리적 특성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식문화와 연결되어 왔고, 그 결과 푸아그라는 어떤 이에게는 고급 식재료가, 어떤 이에게는 동물복지 논란의 상징이 되었다. 동시에 조선의 농서에 기록된 소박한 사육법과 오늘날 북한 식탁의 게사니찜처럼, 거위는 화려한 서양 미식의 아이콘과는 또 다른 결로 동아시아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아 왔다.
닭이나 오리에 비해 낯설지만, 거위고기를 한 번이라도 맛본 이들은 그 짙고 진한 육향과 두툼한 지방층을 쉽게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오래된 가축화 역사를 지녔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고기, 그것이 오늘날 거위고기가 놓인 자리다.
참고자료
- FAO – Origins and Breeds of Domestic Geese: 거위 가축화, 회색기러기·개리 계통, 품종 특징
- Journal of Animal Science and Biotechnology – Origins, timing and introgression of domestic geese: 유럽계·중국계 거위 가축화와 유전체 연구
- World’s Poultry Science Journal – Variations of geese under domestication: 가축화 이후 체형·산란·행동 변화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거위: 한반도 전래, 신라 기록, 『전어지』·『동의보감』 등 국내 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개리: 중국계 거위의 야생 조상 확인용
- EFSA – Welfare of farmed ducks, geese and quail: 푸아그라 생산과 동물복지
- USDA FoodData Central 공공 영양식품성분 데이터
원물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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