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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리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까나리, 뒤바뀐 이름과 겨울 별미 이야기

원물알리미

겨울철 속초 화로에서 구워 먹는 양미리, 사실은 다른 물고기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름이 뒤바뀐 사연부터 제철과 영양, 손질법까지 살펴봅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속초 동명항과 대포항 화로에는 벌겋게 달아오른 숯불이 놓이고, 그 위에서 손가락만 한 은빛 생선이 지글지글 구워진다. 사람들은 이 생선을 ‘양미리’라 부르며 한 해의 겨울 별미로 반긴다. 그런데 정작 어류도감을 펼쳐 ‘양미리’를 찾아보면, 화로 위에서 익어가는 그 생선과는 전혀 다른 물고기가 등장한다. 겨울 밥상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이름과 실제 생물학적 정체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굳어진 착각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은 ‘까나리’였다: 이름이 뒤바뀐 사연

강원 동해안에서 겨울철 식용으로 ‘양미리’라 부르는 물고기는 생물학적으로는 까나리류다. 표준명 양미리라는 별도의 어종이 존재하지만, 지역 방언과 유통명으로 까나리까지 ‘양미리’라 불러온 관습이 굳어지면서 두 물고기의 이름이 오랫동안 뒤섞여 사용됐다. 강원도에서는 관습적으로 크기가 큰 까나리를 ‘양미리’라고 부르면서 이 명칭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졌다. 서해에서 액젓 재료로 쓰이는 어린 까나리와, 동해에서 구이·조림으로 먹는 다 자란 까나리가 사실은 한 종이라는 뜻이다.

동해안에서는 ‘양미리’라고 부르며 주로 구워 먹거나 조려 먹는 반면, 서해안에서는 ‘까나리’라 불리며 주로 덜 자란 것을 젓갈로 담가 먹는데, 이러한 지역적 차이로 인해 서해안 사람들은 까나리가 동해에서 양미리로 불린다는 사실을, 동해안 사람들은 양미리가 서해에서 까나리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같은 물고기를 두고 자란 곳과 먹는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름이 붙은 셈이다.

그렇다면 ‘진짜’ 양미리는 누구인가

표준명 양미리는 따로 있다. 표준명 양미리(Hypoptychus dybowskii)는 보통 몸길이 9cm 안팎의 작은 어종으로, 한국 동해 북부를 비롯해 일본 북부·사할린·러시아 연안 등에 분포한다. 오늘날 강원도 시장에서 ‘양미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큰 생선과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이다. 표준명 양미리는 양미리과의 Hypoptychus dybowskii이고, 까나리는 까나리과의 Ammodytes속 어류로 서로 다른 과에 속하는 별개의 종이다. 어류 도감에 나오는 ‘진짜 양미리’는 다 자라도 9cm 정도인 작은 물고기로 현재 시장에서 양미리라고 부르는 15~20cm 크기의 물고기와는 다른 종이다.

몸길이 약 8cm인 진짜 양미리와 20cm에 이르는 까나리 성체를 나란히 놓고 크기를 비교하는 모습

진짜 양미리의 몸은 가늘고 긴 원통형이며 약간 측편하고, 주둥이는 뾰족하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튀어 나와 있으며 양 턱에 이빨이 없고, 배지느러미 및 비늘이 없다. 북서 태평양 해역과 한국 연안에서 발견되며 100~500마리 규모의 무리를 이루어 생활한다. 산란철이 되면 얕은 바위 지대로 몰려와 특별한 방식으로 알을 남기는데, 산란기인 4~7월에 만조 시 수심 2~3m 되는 해조류가 무성한 바위나 암초지대에 떼를 지어 몰려와 총 2~3회 점착성의 난을 산란하며, 1회에 35~55개의 알을 해조류 등에 붙여 놓고 수컷은 알을 보호한 후 죽는다. 사람을 위한 먹거리가 되지 못한 이 작은 물고기는 대신 작은 갑각류나 요각류 등을 주로 먹으며 다른 물고기의 먹이가 되어 바다 생태계를 떠받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름을 둘러싼 혼선이 학계와 언론 사이에서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생물종 분류의 설명과도 내용이 조금 달라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한 물고기의 진짜 이름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까나리와 진짜 양미리는 어떻게 구별할까?

두 물고기는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니다. 표준명 양미리는 성체가 약 9cm 안팎으로 작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몸 뒤쪽에 짧게 자리한다. 반면 까나리는 몸이 더 길고 등지느러미가 몸의 상당 부분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형태를 보인다. 2018년 국내 연구에서도 두 종은 등지느러미가 시작되는 위치와 등·뒷지느러미 연조 수 등으로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다고 정리됐다. 따라서 시장에서 흔히 보는 15~20cm 안팎의 ‘양미리’는 표준명 양미리와 외형부터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겨울 바다 모래 속에 숨어 사는 까나리

겨울 새벽 동해 바다에서 어부들이 그물로 은빛 까나리(양미리) 떼를 건져 올리는 모습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먹는 ‘양미리’의 정체인 까나리는 어떤 물고기일까. 까나리는 몸길이가 15~20cm이며 몸이 가늘고 길고, 배지느러미가 없고 비스듬히 뻗는 153개의 주름이 있으며, 등은 회갈색, 배는 은백색이다. 이 물고기의 가장 독특한 생태는 모래 속에 몸을 숨기는 습성에 있다. 연안의 모래 바닥에 살다가 천적이 오면 모래 속에 숨고, 밤에도 모래 속으로 들어가며 수온이 19°C를 넘으면 모래 속에서 여름잠을 잔다. 반대로 수온이 17°C 이하로 내려가면 모래에서 나와 활동하며, 산란기는 겨울이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여름 내내 모래 속에서 잠들어 있던 까나리가 찬바람과 함께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사람들이 ‘양미리철’이라 부르는 계절과 겹친다. 한국과 일본·알래스카·시베리아 남쪽·미국 등지에 분포한다.

언제 가장 맛있고,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찬바람이 불어야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도는 것이 까나리의 특징이다. 양미리와 도루묵이 제철을 맞이하는 시기는 매년 겨울이며, 양미리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강원도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으로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이 시기에 맞춰 속초에서는 해마다 지역 축제가 열린다. 가을철 동해안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속초 양미리·도루묵 축제는 속초항 항만부지에서 열리며, 속초시수협동조합이 주최하고 속초시양미리자망협회가 주관해 지역 수산물의 맛을 알리고 어업인의 소득 증대를 도모하는 행사다. 축제는 해마다 11월 초중순에서 12월 초 사이 날짜가 조금씩 바뀌며 열리므로, 방문 전 그해 일정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한 마리엔 어떤 영양이 들었을까

기름기가 오른 이 생선은 등푸른 생선 특유의 영양 성분으로도 눈길을 끈다. 영양학적으로 볼 때 까나리에게서 주목해야 할 성분은 등푸른 생선들 특유의 성분인 불포화지방산으로, 멸치와 비교해볼 때 거의 3배에 가까운 불포화지방산을 지니고 있으며 100g당 5.9g의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무기질 함량도 적지 않아 100g당 338㎎의 칼슘이 들어 있으며, 철 성분은 멸치(3.6㎎)보다 까나리(13.3㎎)에 더 많이 들어 있다. 다만 이런 수치는 크기와 산지, 계절, 지방 함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말린 형태나 젓갈로 가공했을 때는 염분과 수분 함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불포화지방산과 칼슘, 철 성분을 함유한 생선이라는 사실은 균형 잡힌 겨울 식단을 구성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정보이지,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

구이, 조림, 젓갈: 지역마다 다른 밥상

같은 물고기를 두고도 크기와 지역에 따라 조리법이 완전히 갈린다. 다 자란 까나리는 몸길이가 30㎝까지 자라며, 토막을 내 찌개에 넣거나 통째로 구워 먹기에 좋다. 반면 어린 까나리로는 젓갈을 담그는데, 내장 등이 적은 어린 것으로 젓갈을 담가야 액젓의 빛이 맑고 맛도 깔끔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동해안에서는 뼈째 숯불에 굽거나 무와 고춧가루를 더해 매콤하게 조려 먹는 방식이 흔하고, 서해안과 인천 등지에서는 어린 까나리를 소금에 절여 삭힌 뒤 김장이나 국물 요리의 감칠맛을 내는 액젓으로 오래도록 활용해 왔다.

고르는 법과 손질, 보관

구이나 조림용으로는 몸통에 윤기가 돌고 눈이 맑으며,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살아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기본이다. 비늘이 거의 없는 몸 구조 덕분에 손질이 비교적 간단한 편으로, 굽기 전에는 내장을 따로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굽는 경우가 많으며 조림이나 찌개에 쓸 때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면 잡내가 줄어든다. 신선한 상태로 오래 두기 어려운 작은 생선이므로 구입 후에는 되도록 빨리 조리하는 것이 좋고, 남는 양은 한 번 먹을 만큼 나누어 밀봉한 뒤 냉동 보관하면 비린내가 덜하고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동해와 서해를 잇는 이름의 문화사

결국 겨울 화로 위에서 익어가는 이 은빛 생선은 단순한 별미를 넘어,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이름과 쓰임이 달라지는 수산물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서해에서는 김치의 감칠맛을 책임지는 액젓의 재료로, 동해에서는 겨울 화로를 데우는 구이와 조림의 주인공으로 살아온 같은 물고기가 ‘까나리’와 ‘양미리’라는 서로 다른 얼굴을 갖게 된 것이다. 정작 도감 속 진짜 양미리는 너무 작아 상에 오르지 못한 채 다른 물고기의 먹이로 조용히 바다를 지키고 있다.

매년 찬바람이 불 때마다 속초 바닷가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이름의 정확한 학명보다 숯불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냄새와 맛을 먼저 기억한다. 그러나 이름 하나에 담긴 지역의 역사와 생태, 그리고 두 물고기 사이의 착각까지 알고 나면 겨울 밥상 위 한 접시의 의미가 조금 더 깊어진다. 양미리라 불리든 까나리라 불리든, 이 작은 생선은 오랫동안 한반도 동서 해안 사람들의 겨울을 데워온 존재임에는 변함이 없다.

참고자료

  • 경향신문, 「[우리말 산책] ‘까나리’ ‘양미리’」
  • 어업in수산(수협 뉴스), 「양미리? 까나리? 알고나면 더 맛있는 수산물」
  • 디지털강릉문화대전, 「양미리」 항목(한국학중앙연구원)
  • 위키백과, 「까나리」, 「양미리」 항목
  • 국가생물종목록
  • 한국수산과학회 논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속초시 공식자료
  • 문화일보, 「[힐링푸드] 불포화지방산, 멸치의 3배… 뇌세포 살리는 ‘굿 닥터’」
  • 강원도민일보·타임뉴스, 「속초 양미리·도루묵 축제」 관련 보도
  • 국립수산과학원(해양수산부 소속기관) 생물종 분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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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특성, 원산지를 찾아보다가 정보를 한곳에 정리하고자 원물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식품 전문가가 아니라 재료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자료를 근거로 출처를 남기며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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