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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의 톡 쏘는 맛을 만드는 시니그린, 돌산갓·청갓·홍갓의 차이

원물알리미

갓의 알싸한 매운맛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시니그린과 겨자유의 원리부터 청갓·홍갓·돌산갓의 차이, 제철과 영양성분, 갓김치 이야기까지 살펴봅니다.

김장철이면 배추 사이사이에 진한 향이 도는 짙은 잎이 섞여 있다. 씹는 순간 코끝이 찡하게 매워지는 이 채소가 바로 갓이다. 조선시대 선비가 쓰던 검은 모자 갓과 이름이 같아 헷갈리기 쉽지만, 여기서 다루는 갓은 배추·무와 같은 십자화과에 속하는 잎채소로 학명은 Brassica juncea다.

갓, 매운 잎채소는 어떤 채소일까?

갓은 배추과에 속하는 1년 또는 2년생 초본이다. 잎갓은 엽신과 잎자루가 가늘고 털이 많으며, 겨자보다는 잎이 더 무성한 편이다. 배추, 양배추, 브로콜리와 한 식구인 셈인데 잎을 씹었을 때 느껴지는 알싸하고 톡 쏘는 맛이 이 채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무나 배추와 달리 뿌리나 결구된 속을 먹는 게 아니라 잎과 줄기를 그대로 먹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원은 어디일까: 여러 학설이 엇갈리는 매운 잎

갓이 정확히 어디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했는지는 아직 하나의 정설로 굳어지지 않았다. 갓의 야생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원산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중앙아시아로부터 히말라야 지역이 가장 유력하다는 견해가 있다. 바빌로프 등의 학설을 종합하면 지중해 지역에 야생하는 배추속 식물과 흑겨자가 중앙아시아에서 자연 교잡된 결과로 추정하기도 한다. 반면 갓을 중국이 원산지로 보고 십자화과 배춧속에 속한 한해살이 식물로 설명하는 자료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갓이 한반도에 들어와 뿌리내린 지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옛 의서에서도 이 채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한의서에서는 “생김새가 배추 같은데 털이 있고 맛은 몹시 매우면서 알알하다”고 갓을 묘사했고, 중국의 본초서에는 청개, 자개, 백개, 남개, 선개, 화개, 석개, 대개, 마개 등으로 갓의 품종을 세분해 기록한 대목도 남아 있다. 오랫동안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갓은 아시아 여러 지역의 식탁에서 흔한 채소였던 셈이다.

매운맛의 정체, 시니그린과 겨자유

갓을 씹었을 때 느껴지는 톡 쏘는 자극은 우연이 아니다. 갓과 브로콜리, 배추, 케일 등 십자화과 채소에 공통적으로 풍부한 글루코시놀레이트가 그 열쇠다. 그중에서도 갓씨에 특히 많이 들어 있는 시니그린은 잘게 썰거나 으깨는 과정에서 효소 작용을 받아 겨자유 계열 물질로 바뀌며 강한 매운맛을 낸다. 세포가 온전할 때는 매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다가 칼로 썰거나 씹어서 조직이 파괴돼야 비로소 알싸한 향이 올라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흥미롭게도 고추냉이(와사비) 역시 같은 시니그린 계열 성분을 지니고 있어 코를 톡 쏘는 매운맛이 갓과 비슷하다. 이런 매운 성분은 식물이 초식동물이나 일부 병원체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갓은 비교적 재배가 쉬운 채소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실제 재배에서는 무사마귀병·균핵병·진딧물 등 병해충이 발생할 수 있어 재배환경에 따른 관리가 필요하다. 갓의 씨앗 역시 겨자 향신료를 만드는 원료로 이용된다. 특히 Brassica juncea의 씨앗은 갈색겨자 또는 브라운 머스터드 계열의 겨자를 만드는 데 쓰이며, 씨앗 속 글루코시놀레이트가 조직이 으깨지고 물과 만나 효소 작용을 받으면서 특유의 톡 쏘는 향을 낸다.

청갓·홍갓·돌산갓, 무엇이 다를까?

갓은 재배 지역과 품종에 따라 잎의 색과 질감이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널리 재배되는 종류는 김치를 담그는 돌산갓과 김장 양념으로 쓰이는 청갓, 홍갓, 얼청갓이며, 봄과 가을 모두 재배할 수 있지만 김치를 담기에 적절한 가을 재배가 더 흔하다. 이름 그대로 청갓은 온통 초록빛이고 홍갓은 잎 가장자리나 줄기에 붉은 자줏빛이 도는데, 이 색은 안토시아닌 계열 색소 때문으로 관상용은 물론 김치에 색을 더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그중에서도 여수 앞바다 돌산도에서 나는 돌산갓은 다른 지역 재래 갓과는 결이 다르다. 돌산갓은 알싸한 맛과 연한 식감이 특징인 청갓 계열로 분류되며, 국내 다른 지역의 재래 갓과 달리 톡 쏘는 매운맛이 덜하고 엽채 섬유질이 거의 없어 부드러운 데다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어 명성을 얻었다.

도마 위에 나란히 놓인 초록빛 청갓과 자줏빛이 도는 홍갓 잎을 비교해 보여주는 클로즈업

돌산갓은 어떻게 여수의 이름이 됐을까?

돌산갓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매우 뚜렷하다. 돌산읍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채소 주산단지로 이용했는데, 해방 이후인 1954년 일본 재래 품종인 만생평경대엽고채가 돌산읍 우두리 세구지마을에 도입되면서 재배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교통이 불편한 섬 지역이라 시장 출하가 미미해 이름나지 못한 채 30여 년 동안 우두리를 중심으로만 재배됐다. 전환점은 다리였다. 1984년 돌산대교가 준공되면서 왕래가 수월해졌고, 갓을 재래시장인 서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게 되면서 돌산갓김치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여수시는 자체 품종 개발에 나서 2001년부터 품종 육성 연구를 추진해 늦동이, 순동이, 신동이, 짱돌이, 쌈돌이, 꽃돌이, 자람이, 자랑이, 알싸미, 매코미 등 10개 품종을 개발·보급했다. 매운 정도까지 골라 먹을 수 있는데 순한 맛을 원하면 순동이, 강한 매운맛을 원하면 신동이나 알싸미, 매코미가 적합하다. 이런 노력 끝에 2010년 7월 지리적표시 제67호 ‘여수돌산갓’으로 등록되면서 지역명을 딴 돌산갓, 화양갓이라는 이름이 하나로 통합됐다. 여수시 농업기술센터의 2025년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돌산갓 생갓 생산량은 연간 약 3만 5,832톤이다. 돌산 지역의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재배환경은 돌산갓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비교적 덜 매운 맛이 형성되는 배경으로 설명된다.

언제 가장 맛있고, 언제 거둘까?

갓은 사실상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자라는 채소지만 수확까지 걸리는 시간은 계절마다 다르다. 봄 갓은 60일, 여름과 가을 갓은 40~50일 정도 자라면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수확하며, 월동 갓은 90~120일이 걸리는데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아침 일찍 베는 것이 좋다. 남쪽 지방에서는 월동재배도 이루어지며, 월동 갓은 봄·여름·가을 재배보다 생육기간이 길어 보통 90~120일 정도 자란 뒤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수확한다. 여수 지역에서는 봄에 남겨둔 어린 순도 별미로 여겨지는데, 한 만화 작품에서도 봄갓을 진미로 언급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다만 전국 유통을 기준으로 보면 가을철 김장철에 수확한 갓으로 담근 갓김치가 특히 입맛을 사로잡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요 생산 시기는 9월부터 12월 사이다.

가을 해풍이 부는 섬 밭에서 농부가 짙은 초록빛 갓 잎을 낫으로 베어 수확하는 모습

영양성분은 어떻게 다를까?

생것 상태의 갓 100g에는 다음과 같은 성분이 들어 있다.

  • 에너지 36kcal, 수분 87.8g, 단백질 3.5g, 지질 0.2g, 탄수화물 7.3g, 총 식이섬유 2.6g
  • 칼슘 193mg, 인 59mg, 철 2.7mg, 칼륨 378mg, 나트륨 33mg

같은 갓이라도 김치로 발효시키면 성분 구성이 크게 달라진다. 돌산갓 김치 100g 기준으로는 열량 45kcal, 수분 86.5g, 지방 1.6g, 단백질 2.9g, 탄수화물 4.8g, 식이섬유 4.2g이며, 나트륨 1150.5mg, 칼슘 82.4mg, 칼륨 574.1mg, 비타민C 9.8mg 등이 확인된다. 절임과 젓갈 양념이 더해지는 만큼 나트륨 함량이 생채소보다 크게 높아진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매운맛을 내는 시니그린과 겨자유 성분은 갓 특유의 향을 만드는 동시에, 다른 물질과 작용해 젖산균 형성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다른 잎채소 김치에 비해 저장성이 좋은 편이라는 특징으로도 이어진다. 최근에는 갓을 시래기로 가공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는데, 소금물에 데친 뒤 건조했을 때 무청 시래기보다 시니그린이 17배, 루테인이 2배 높게 나타났다는 시험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성분 수치는 실험실 분석 결과이며, 사람에게 직접적인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먹을까?

갓의 가장 대표적인 쓰임은 역시 김치다. 소금에 절인 갓 잎에 고춧가루, 젓갈, 찹쌀풀 등으로 만든 양념을 버무려 담그며, 배추김치보다 아삭한 식감과 훨씬 강렬한 향이 특징이다. 씨앗은 곱게 갈아 겨자로 만들어 냉채나 족발, 편육 등에 곁들이는 향신 양념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갓의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는데, 여수 지역에서는 갓으로 차린 한 상, 갓경옥고초콜릿, 갓고로케, 갓그래뇰라, 갓무화과잼, 갓쿠키, 갓페스토, 갓라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선보이며 고부가가치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르고 손질하고 보관하는 법

좋은 갓은 잎이 짙고 윤기가 나며 억세지 않고 줄기가 탄력 있게 살아 있는 것이 좋다. 잎이 누렇게 뜨거나 축 늘어진 것, 벌레 먹은 자국이 많은 것은 피한다. 손질할 때는 흐르는 물에 흙과 이물질을 씻어내고 억센 밑동이나 상한 잎은 제거한 뒤 소금물에 절여 수분을 빼는 것이 김치를 담글 때 일반적인 방식이다. 생잎 그대로는 냉장 보관 시 며칠 안에 향과 아삭함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되도록 빨리 조리하거나 절여서 보관하는 편이 낫고, 김치로 담근 뒤에는 서늘한 곳이나 김치냉장고에서 숙성시키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갓은 화려하게 주목받는 채소는 아니지만, 매운맛 하나로 김장독 안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채소다. 배추와 무가 김장의 큰 줄기를 이룬다면, 갓은 그 사이에서 알싸한 향과 색을 더해 김장 전체의 맛을 팽팽하게 당겨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돌산이라는 작은 섬에서 시작된 갓이 다리 하나로 세상에 알려지고, 지리적표시라는 이름표까지 달게 된 과정은 한 채소가 지역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매콤함 뒤에 숨은 감칠맛과 향, 그리고 그 향을 만드는 시니그린이라는 작은 화학물질 하나가 결국 밥상 위에서 갓을 오래도록 사랑받는 채소로 만들어온 셈이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농사로(nongsaro.go.kr) – 채소 엽채류 갓의 특성 및 영양학적 가치
  • 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농사로 – 갓 재배기술(수확·출하·종자 채종) 영상자료
  •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웹진 – 텃밭에서 돌산갓 키우기
  • 여수시 농업기술센터 여수농업정보 – 돌산갓 김치의 성분, 다양한 재배기술
  •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정보누리(foodnuri.go.kr) – 제철농식품 갓
  • 여수시 관광문화포털 – 돌산갓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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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특성, 원산지를 찾아보다가 정보를 한곳에 정리하고자 원물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식품 전문가가 아니라 재료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자료를 근거로 출처를 남기며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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