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에 왜 구멍이 뚫려 있을까? 연꽃의 땅속줄기·10월 수확·아삭한 식감까지
연근을 둥글게 자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러 개의 구멍입니다. 마치 사람이 일부러 뚫어놓은 것처럼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지만 이 구멍은 연꽃이 진흙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만든 공기 통로입니다. 또 이름에는 ‘뿌리 근(根)’이 들어가지만 우리가 먹는 연근은 식물학적으로 진짜 뿌리가 아니라 연꽃의 굵어진 땅속줄기, 즉 근경(rhizome)입니다.
여름에 연못 위로 올라오는 커다란 연잎과 꽃만 보면 연근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아래 진흙 속에서는 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다가 가을이 되면서 굵어지고 전분을 저장합니다. 우리가 가을과 겨울에 먹는 연근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연근은 정말 연꽃의 뿌리일까?
연근은 흔히 ‘연꽃 뿌리’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는 뿌리가 아닙니다. 연꽃의 학명은 **Nelumbo nucifera Gaertn.**이며 연꽃과(Nelumbon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입니다. 왕립식물원 큐는 연꽃을 진흙 속에서 근경을 뻗으며 자라는 수생식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연분포 범위에는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일부 유라시아와 호주 지역까지 포함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도 연근을 명확하게 연꽃의 땅속줄기라고 정의합니다. 진흙 속을 가로로 뻗는 줄기에 마디가 생기고 가을이 되면 일부가 굵어지면서 우리가 먹는 연근이 됩니다. 그 마디에서는 다시 잎자루와 꽃대가 자라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그래서 연근을 자세히 보면 일반적인 뿌리와 달리 마디가 일정한 간격으로 나타납니다. 이 마디가 줄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연근의 구멍은 왜 생겼을까?
연근의 단면에는 여러 개의 큰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습니다. 이 구멍은 단순히 속이 빈 것이 아니라 연꽃 내부에서 공기가 이동하는 통기 조직과 가스 통로의 일부입니다.
연꽃은 물이 고인 진흙 속에서 자랍니다. 이런 환경의 토양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산소가 부족하기 쉽습니다. 연꽃은 수면 위 잎에서 들어온 공기를 잎자루와 땅속줄기 내부의 연결된 공기 통로를 통해 아래쪽으로 전달합니다. 실제 연꽃의 가스 통로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잎과 잎자루, 근경 내부의 통로가 서로 연결돼 공기가 이동하고 진흙 속 기관에 산소를 공급하는 구조가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연근의 구멍은 요리할 때 보기 좋은 무늬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한 진흙 속에서도 줄기가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생존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근 구멍은 항상 같은 개수일까?
연근 단면을 보면 중심 주변으로 큰 구멍들이 배열돼 있지만 모든 연근이 완전히 똑같은 모양은 아닙니다. 품종과 절단 위치, 마디와의 거리, 생육 상태에 따라 구멍의 크기와 형태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근에는 반드시 몇 개의 구멍이 있다’고 단정하는 것보다 여러 개의 큰 공기 통로가 일정한 형태로 배열돼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연근을 얇게 썰었을 때 꽃처럼 보이는 모양은 이 구조 때문에 생깁니다. 연근조림이나 튀김에서 특유의 단면이 그대로 살아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연꽃과 수련은 같은 식물일까?
연꽃은 흔히 수련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식물분류상 같은 식물이 아닙니다. 연꽃은 연꽃과 Nelumbonaceae의 Nelumbo속에 속하며 현재 이 속에는 Nelumbo nucifera와 북아메리카의 Nelumbo lutea 두 종이 인정됩니다.
연꽃의 잎은 긴 잎자루를 따라 수면 위로 높게 올라오는 경우가 많고 잎자루가 잎의 중앙에 붙습니다. 반면 우리가 흔히 보는 수련은 잎이 수면에 떠 있는 모습이 일반적입니다.
왕립식물원 큐는 과거에는 두 식물이 가까운 친척으로 여겨졌지만 현대 분자분류 연구에서는 연꽃이 수련류와 가까운 계통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연근은 언제 굵어질까?
연꽃은 따뜻한 시기에 활발하게 자라는 식물입니다. 농촌진흥청 농사로는 연근의 생육 적온을 대략 20~30℃로 설명하며 지온이 12℃ 이상이 되는 봄에 종근을 심는 재배 방식을 소개합니다. 여름에는 잎과 줄기가 활발하게 자라고 이후 기온과 일장이 변하면서 땅속줄기 끝부분이 비대해 연근이 형성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진흙 속 줄기가 가을에 비대해져 연근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연근은 가을부터 겨울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뿌리채소처럼 취급되지만 실제로는 수생식물의 저장줄기를 수확하는 것입니다.
연근 제철은 10월일까?
연근은 10월 제철 식재료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 출하 시기는 재배방식에 따라 더 넓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서는 시설재배의 경우 여름부터 수확이 가능하고 노지재배에서는 8월 중순부터 수확이 시작될 수 있으며 주요 성출하기는 11월부터 다음 해 2월로 제시합니다.
따라서 10월은 연근이 본격적으로 굵어지고 햇연근이 시장에 등장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지만 가장 출하량이 많은 시기는 늦가을 이후까지 이어집니다. 지역과 재배방법에 따라 실제 시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연근은 10월부터 겨울까지 계절성이 이어지는 원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연근은 왜 진흙 속에서 재배할까?
연꽃은 원래 얕은 연못이나 습지처럼 물이 있고 바닥에 진흙이 쌓인 환경에 적응한 식물입니다. 연근을 재배할 때도 물을 댈 수 있는 논 형태의 포장을 많이 이용합니다.
농촌진흥청은 연근 재배 적지로 토심이 깊고 유기물이 풍부한 참흙이나 질참흙을 제시합니다. 수온이 지나치게 낮거나 물이 너무 깊으면 연근의 비대가 억제될 수 있고 여름철 일조가 부족해도 수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연근 수확이 일반 밭작물보다 힘든 이유도 진흙 속 깊숙이 자리한 근경을 손상시키지 않고 꺼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길게 이어진 연근은 중간이 부러지기 쉬워 흙을 제거하면서 조심스럽게 캐내야 합니다.
연근을 자르면 왜 실처럼 늘어날까?
생연근을 자른 뒤 두 조각을 벌려보면 가는 실 같은 것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연근을 잘라 잡아당기면 명주실 같은 가는 실이 나온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런 실은 연근 조직 안에 존재하는 성분과 섬유 구조가 끊어지면서 가늘게 늘어나 보이는 현상입니다.
중국에서는 이 모습을 두고 ‘연근은 끊어져도 실은 이어진다’는 표현을 사용해 관계가 끊어진 것 같아도 정이 이어지는 모습을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먹는 식재료의 구조가 문화적인 표현으로까지 이어진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연근이 아삭한 이유
익힌 연근을 먹어도 특유의 아삭함이 어느 정도 남습니다. 연근은 수분을 많이 함유하면서도 세포벽과 섬유질이 비교적 단단한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리시간에 따라 식감도 크게 달라집니다. 짧게 데치거나 볶으면 아삭한 느낌이 많이 남고 오래 삶거나 조리면 조직이 점차 부드러워집니다.
이 때문에 같은 연근이라도 초무침이나 샐러드에서는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조림에서는 양념이 충분히 배도록 조금 더 오래 익히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연근을 자르면 왜 갈색으로 변할까?
연근을 껍질 벗겨 자른 뒤 그대로 두면 표면이 점차 갈색으로 변합니다. 이는 과육 내부의 페놀성 물질과 효소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서 일어나는 효소적 갈변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도 연근은 잘랐을 때 공기에 닿으면 갈변한다고 설명합니다.
손질한 연근을 바로 물에 담그거나 소량의 식초를 넣은 물에 잠시 담가두는 방법이 흔히 사용되는 것도 갈변을 줄이고 색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너무 오래 담그면 맛과 식감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정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근의 영양성분은 어떻게 구성될까?
연근은 수분과 탄수화물의 비중이 큰 채소입니다. USDA의 생연근 자료에서는 가식부 100g 기준으로 에너지 약 74kcal, 탄수화물 17.2g, 단백질 2.6g, 지방 0.1g, 식이섬유 4.9g, 수분 79.1g으로 제시됩니다.
| 생연근 100g 기준 | 함량 |
|---|---|
| 에너지 | 74 kcal |
| 수분 | 79.1 g |
| 탄수화물 | 17.2 g |
| 단백질 | 2.6 g |
| 지방 | 0.1 g |
| 식이섬유 | 4.9 g |
삶은 연근은 수분 함량과 조리 과정 때문에 같은 100g에서도 수치가 달라집니다. USDA 자료에서는 소금 없이 삶아 물기를 뺀 연근 100g이 약 66kcal, 탄수화물 16.0g, 식이섬유 3.1g으로 제시됩니다. 따라서 생연근과 익힌 연근의 영양수치를 같은 상태의 식품처럼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K-FIND 역시 식품별 영양성분을 100g 기준으로 검색하고 조리 상태를 구분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근을 건강효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연근에는 탄수화물과 식이섬유, 비타민과 무기질 등 여러 영양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연근이 다양한 식생활과 약용 문화에서 이용돼 온 기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 이용과 현대 의학에서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의미는 구분해야 합니다. 연근을 먹는다고 특정 질병이 치료되거나 출혈이 멈춘다고 단정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연근은 다양한 채소 가운데 하나로 이용하면서 식이섬유와 여러 영양성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식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근은 어떻게 고를까?
좋은 생연근은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묵직하며 표면이 지나치게 마르거나 물러 있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흙이 묻은 상태라면 색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눌렀을 때 단단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잘라서 판매하는 연근은 단면이 지나치게 갈색이나 검게 변하지 않았는지, 조직이 무르지 않은지 살펴봅니다. 단면의 구멍 안쪽에 진흙이나 이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손질할 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하얗게 보이는 것만을 신선도의 절대 기준으로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연근은 절단하면 자연스럽게 갈변할 수 있기 때문에 색뿐 아니라 냄새와 조직감, 보관상태를 함께 보는 편이 좋습니다.
연근은 어떻게 손질할까?
흙이 묻은 통연근은 흐르는 물에서 표면을 충분히 씻고 껍질을 얇게 벗깁니다. 이후 조리 목적에 따라 둥글게 썰거나 반달 모양, 막대 모양 등으로 자를 수 있습니다.
얇게 썬 연근은 구멍 사이에 흙이 남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다시 씻습니다. 바로 조리하지 않을 경우 물에 잠시 담가두면 표면이 마르고 갈변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초절임처럼 흰색을 비교적 선명하게 살리고 싶을 때는 식초를 소량 넣은 물에 데치는 방법도 오래전부터 이용돼 왔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도 연근을 삶을 때 식초를 조금 넣으면 색을 희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연근조림은 왜 오래 졸여도 모양이 남을까?
연근은 조직이 비교적 단단하기 때문에 일정 두께로 썰어 조리하면 모양이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장과 당류를 넣고 오래 졸이는 연근조림에서도 특유의 둥근 단면과 구멍이 그대로 남습니다.
반대로 아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기면 수분이 빠지면서 바삭한 연근칩이 됩니다. 식초에 절이면 산뜻하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나며 전이나 튀김, 볶음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근에서 전분을 분리해 이용한 역사도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연근에서 얻은 녹말을 우분(藕粉)이라고 했으며 옛 조리서에도 이를 이용한 음식이 기록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연꽃은 연근만 먹는 식물일까?
연꽃은 여러 부분을 식재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식물입니다. 땅속줄기인 연근뿐 아니라 씨앗인 연자, 어린 잎과 잎자루 등이 지역에 따라 식용됩니다.
왕립식물원 큐는 중국에서 3천 년 이상 연꽃을 재배해 왔으며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 근경을 굽거나 절이고 튀기거나 당절임으로 이용하고 씨앗도 식재료로 사용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꽃은 식재료만이 아니라 불교문화와 깊은 관계를 가져왔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사찰 주변의 연못 등에 연을 재배했고 연근과 연밥을 식용해 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연근은 이름만 보면 평범한 뿌리채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 위의 연꽃과 진흙 속 땅속줄기가 하나로 연결된 수생식물입니다. 단면에 보이는 구멍도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 산소가 부족한 진흙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공기 통로의 일부입니다.
가을이 오면 여름 동안 길게 뻗어 있던 줄기의 일부가 굵어지고 전분을 저장하면서 식재료로 사용하는 연근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연근을 이해할 때는 단순히 ‘구멍 뚫린 뿌리채소’라고 보기보다 연꽃이 물과 진흙이라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만든 저장줄기라고 보는 것이 이 원물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합니다.
참고자료
Royal Botanic Gardens, Kew, Plants of the World Online – Nelumbo nucifera Gaertn.
농촌진흥청 농사로, 「연근 재배력 및 재배적 특성」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연근」
Matthews, P. G. D. et al., Anatomy of the gas canal system of Nelumbo nucifera, Aquatic Botany
Matthews, P. G. D. & Seymour, R. S., Stomata actively regulate internal aeration of the sacred lotus Nelumbo nucifera, Plant, Cell & Environment
식품의약품안전처, K-FIND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USDA National Nutrient Database, Lotus root, raw
원물닷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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