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추리고기는 낯설고 메추리알은 익숙한 이유, 겨울철새에서 채란 사육까지
메추리알은 익숙해도 메추리고기는 왜 낯설까요? 겨울철새 메추라기의 정체와 채란 중심의 국내 사육 구조, 조선 시대 조리법부터 담백한 육질과 손질법까지 살펴봅니다.
마트 진열대에서 메추리알은 낯설지 않다. 장조림으로, 샐러드 위 고명으로, 간식으로 늘 가까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 알을 낳은 새의 고기, 메추리고기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사람이 더 많다. 과거에는 참새, 꿩, 메추리 같은 가금류 고기를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술안주로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닭을 제외하고는 새를 요리 재료로 사용하는 일은 보기 어렵고, 메추리알을 먹어본 적은 있지만 메추리 고기를 먹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알은 익숙한데 고기는 낯선 이 기묘한 불균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답을 찾으려면 먼저 메추리라는 새가 겨울철새에서 가금으로 바뀌어 온 과정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메추리와 메추라기, 같은 새를 가리키는 두 이름
흔히 메추리라 부르지만 표준국어대사전과 조류 분류상 정식 이름은 메추라기다. 메추라기(학명: Coturnix japonica)는 닭목 꿩과에 속하는 조류의 한 종으로, 흔히 메추리라고도 하고, 겨울철새다. 이름의 어원도 흥미로운데, ‘메-(뫼, 멧)’은 ‘산’이나 ‘야생’을 뜻하고 ‘-라기’는 ‘아기’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추측이 맞다면 메추라기는 ‘산(야생)에서 사는 병아리 소리 내는 작은 새’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몸집은 손바닥 위에 올라올 정도로 작다. 약 18~20cm의 소형으로 흰색을 띤 황갈색 바탕에 검정색 세로무늬를 가지고 있으며, 약 4000만 년 전 닭과 분리된 메추리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세대 간격이 짧으며 다루기가 용이하다. 번식기가 되면 5~9월에 산란하고 한배의 산란수는 7~12개에 이르며, 먹이로는 벼과와 사초과 식물의 종자·장과와 더불어 곤충류와 거미류 등도 먹는다.
야생 메추라기는 겨울철 한반도를 찾아와 머물다 가는 손님이다. 국내에서는 11월에서 4월까지 관찰되는 겨울철새지만, 특유의 위장색과 작은 크기, 갈대숲에 숨어 다니는 습성 때문에 실제로 눈에 띄기는 매우 어렵다. 반면 식탁에 오르는 메추리는 거의 전부 사람이 기른 것이다. 야생의 메추라기는 날 수 있기 때문에 농장에서는 철망 안에서 기른다. 날개가 있어도 좁은 케이지 안에서는 멀리 날 수 없으니, 작고 다루기 쉬운 몸집이 오히려 집약적인 사육에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겨울철새가 가금이 되기까지
메추리가 사람 손에 길러지기 시작한 역사는 비교적 최근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사육되는 메추리는 일본메추리(Coturnix japonica)를 가축화한 계통이다. 일본에서는 적어도 12세기부터 메추리를 울음소리를 감상하는 새로 길렀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후 산란과 식육에 적합하도록 개량되면서 가금으로 자리 잡았다. 근대에는 일본에서 사육하던 메추리가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퍼졌고, 오늘날에는 알과 고기 생산은 물론 실험동물로도 널리 이용된다. 작은 몸집은 번식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초산일 나이는 40~50일, 산란율은 높게 75~80%에 이르며, 알의 무게는 약 10g, 성숙체중은 수컷 100g 전후, 암컷 130g 전후에 불과하다. 빠른 성장과 짧은 세대 간격 덕분에 외국에서는 몸체가 작고 번식률이 높아 세대교체도 빠르기 때문에 실험동물로도 널리 쓰인다.
농장에서는 왜 다들 알만 거둘까

국내 메추리 산업의 무게중심은 지금도 압도적으로 알 쪽에 쏠려 있다. 메추리알은 우리나라에서는 계란 다음으로 이용되고 있을 만큼 유통망이 탄탄한 반면, 고기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농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메추리 관련 총생산액 중 메추리알이 80%를 차지하고 있어 고기로 먹는 일은 흔치 않으며, 2023년 4월 기준 전국 사육 농가는 101호, 사육 마릿수는 1만 6754천수에 이르지만 국내에 육용 전용 메추리 농장은 한 곳도 없다. 사육 농가 수 자체는 예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농가수가 삼분의 일 이하로 쪼그라든 대신 호당 사육마릿수는 4~5만 수에서 평균 20여만 수로 늘어났고, 전국메추리생산자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메추리 사육마릿수는 1400여만 수에 달한다. 결국 시중에서 유통되는 메추리고기는 알을 얻기 위해 기르던 산란 메추리 가운데 일부가 고기용으로 넘어오는 구조에 가깝고, 이 때문에 공급량 자체가 많지 않다.
메추리 산업이 알 중심으로 자리 잡은 데는 작은 체구와 빠른 산란이라는 생물학적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메추리는 부화한 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적으로 성숙하고 작은 공간에서도 많은 개체를 사육할 수 있어 알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기에 유리하다. 반대로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은 닭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도축·손질·유통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육용으로 대량 생산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진다. 결국 같은 사육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알을 생산하는 쪽이 산업적으로 더 유리했고, 이것이 오늘날 ‘알은 흔하지만 고기는 보기 힘든’ 구조로 이어졌다.
메추리알의 갈색 얼룩은 왜 제각각일까?
메추리알을 자세히 보면 흰색이나 크림색 바탕 위에 갈색과 검은색 얼룩이 불규칙하게 퍼져 있다. 이 무늬는 알껍데기가 만들어지는 마지막 단계에서 색소가 입혀지면서 생기며, 같은 암컷이 낳은 알에서는 비슷한 무늬가 반복되는 경향도 있다. 야생에서는 이런 얼룩무늬가 주변의 흙과 마른 풀 사이에서 알의 윤곽을 흐리게 하는 위장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가 장조림용 메추리알에서 익숙하게 보는 얼룩무늬에도 야생 조류였던 흔적이 남아 있는 셈이다.
깃털 아래 숨은 맛과 영양
작은 몸집과 달리 메추리고기의 육질은 단조롭지 않다. 기름기가 거의 없고 담백하면서도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며, 닭고기와는 또 다른 은은한 풍미가 있다. 영양 면에서는 몸집에 비해 알찬 미량 영양소를 품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메추리고기는 미량 영양소가 풍부하고 특히 비타민 B군이 풍부한데, 이 중 리보플라빈은 세포의 재생 에너지 대사를 돕고 나이아신은 소화계와 두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특정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의미이지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뜻은 아니며, 균형 잡힌 식단의 한 구성 요소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전통 의서에서도 메추리고기를 순하고 자극 없는 식재료로 보았는데, 허준의 동의보감에 따르면 메추리고기는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금육 전반에 대해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가금육이 세계적으로 돼지고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먹는 육류로, 저렴하면서도 고품질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이라고 설명한다.
조선의 밥상에 오른 메추라기
메추라기는 동아시아의 오랜 식문화 기록 속에서도 꾸준히 등장하는 새다.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에서는 메추라기를 얕은 풀밭에 숨어 살며 정한 짝이 있어 어디서든 함께 만족하며 사는 순박한 새로 묘사했다. 조선에서도 메추라기 사냥과 조리의 흔적이 적지 않다. 정약용은 『다산시문집』에서 사냥 그물을 빌려 메추리와 참새를 잡아 삶고 굽고 국을 끓여 즐기던 풍경을 시로 남겼고, 1795년 혜경궁 홍씨가 화성행궁에서 받은 죽수라상에는 메추라기를 이용한 전유어로 추정되는 ‘순조전’이 별찬으로 올랐다. 조리법은 시대와 저자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메추라기로는 국, 전유어, 구이, 찜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지만, 1766년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에서는 메추라기를 조리할 때 국으로 만들지 않고 오로지 구이로만 먹는다고 적었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에는 내장을 정리한 메추라기 뱃속에 다진 소고기와 채소로 속을 채워 찌는 메추라기찜 조리법이 상세히 전해진다. 알보다 고기가 먼저 밥상에 올랐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던 셈이다.
지금 메추리고기는 어떻게 먹을까

오늘날 메추리고기를 가장 꾸준히 즐겨온 곳은 오히려 해외다. 메추리고기는 메추리알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지만, 프랑스 등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즐겨온 음식 식재료로 자리 잡았고, 통조림 같은 가공품으로도 꾸준히 소비된다. 조리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일반 가정에서도 양파와 버터를 곁들여 오븐에서 구우면 프랑스식 메추리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최근에는 캠핑의 대중화로 인해 별미요리 식재료로 메추리고기를 사용하며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 손질된 통 메추리를 숯불이나 오븐에 구워 먹거나, 튀김이나 꼬치로 즐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뼈가 작고 부드러워 통째로 조리해도 먹기 크게 번거롭지 않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고르고 손질하고 보관하는 법
메추리고기는 대부분 손질되어 냉동 상태로 유통된다. 고를 때는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으며 특유의 이취가 없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고, 냉동 제품이라면 포장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성에가 과도하게 끼어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편이 안전하다. 해동은 냉장실에서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 육즙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며, 상온 해동을 반복하면 품질이 떨어지기 쉽다. 몸집이 작아 전체 열이 고루 전달되므로 굽거나 튀길 때 과도하게 오래 익히지 않아야 퍽퍽해지지 않는다. 손질이 끝난 메추리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하면 비교적 오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작은 크기 탓에 건조해지기 쉬우니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소비하는 것이 좋다.
메추리고기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알을 중심으로 돌아간 산업 구조 때문이었다. 울음소리를 감상하던 완상용 새에서 산란용 가금으로, 다시 알이 주산물이 되고 고기는 부산물처럼 남겨진 과정을 거치며 메추리고기는 조선 시대 밥상의 별찬에서 오늘날 캠핑장의 별미로 자리를 옮겨왔다. 작은 몸집 안에 담백한 육질과 알찬 영양을 품은 이 겨울철새의 후손은, 알의 그늘에 가려졌던 또 다른 얼굴을 천천히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닭, 오리, 메추리로 환절기 건강 챙기세요” 보도자료
- 축산경제신문, “이색 축종 메추리산업을 찾아서”
- 동아경제, “고기 빼고 알만 먹는 메추리…육용 저변화”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식문화사전, 메추라기 관련 항목(한국문화원연합회)
- 위키백과, “메추라기” 항목
- 나무위키, “메추라기” 항목
- 새화순신문, “샛별농장의 메추리알”
- FAO, Good Practices in Poultry Production in South Asia — 일본메추리의 가축화와 사육 역사
-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The behavior of the Japanese or domestic quail Coturnix japonica” — 일본메추리의 가축화·행동·사육 특성
- 국립생물자원관 또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 — 국내 야생 메추라기의 분류·생태·철새 정보
원물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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