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피는 왜 시나몬과 다른 향신료일까? 카시아와 실론계피, 쿠마린과 수정과 이야기까지
계피와 시나몬은 같은 향신료일까요, 다른 향신료일까요. 녹나무과 나무껍질에서 시작해 카시아와 실론계피의 차이, 쿠마린 안전 섭취량, 수정과로 이어지는 계피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향신료 매대에서 계피와 시나몬은 종종 같은 것으로 취급되지만, 식물학적으로 보면 둘은 엄연히 다른 나무의 껍질이다. 계피는 녹나무과(Lauraceae) 녹나무속에 속하는 나무의 껍질을 말려 만든 향신료로, 넓게는 이 속에 속한 여러 종의 나무껍질을 통칭하는 이름으로도 쓰인다. 한국에서 흔히 유통되는 계핏가루나 계피 스틱은 대부분 학명 Cinnamomum cassia에서 온 것이며, 서양에서 ‘진짜 시나몬(true cinnamon)’이라 부르는 것은 학명 Cinnamomum verum, 즉 학명이 Cinnamomum verum인 실론 시나몬과, 학명이 Cinnamomum cassia인 계피는 카시아 또는 중국 시나몬으로 불린다. 둘 다 같은 속에 속하지만 종이 다른, 말하자면 귤과 오렌지 같은 관계다.
녹나무 껍질에서 향신료가 되기까지
계피가 되는 나무는 열대와 아열대의 상록수로, 카시아 계피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주로 생산되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잘 자란다. 반면 실론 시나몬은 스리랑카와 인도, 마다가스카르, 방글라데시 등이 주 원산지다. 두 나무 모두 어릴 때 줄기를 밑동까지 잘라내면 그 자리에서 여러 개의 새 가지가 돋아나는데, 실론 시나몬의 경우 2~5년생 나무를 그루터기까지 잘라 관목처럼 자라게 한 뒤 새로 돋은 가지를 수확해 겉껍질을 벗겨낸다. 이렇게 벗긴 얇은 속껍질을 윤을 내고 늘려 층층이 겹친 뒤 손으로 말아 퀼(quill) 형태로 만들고 다듬어 말린다.
카시아 계피의 수확 방식은 조금 다르다. 카시아는 6년생 나무의 껍질을 두드려가며 마른 상태에서 벗기기 때문에 실론 시나몬보다 두껍고 겹겹이 말기 힘들어, 겉면의 코르크 조직이 붙어 있는 상태로 팔린다. 이런 차이 때문에 실론 시나몬은 얇은 종이를 여러 겹 만 것처럼 부서지기 쉬운 형태가 되고, 카시아 계피는 두껍고 단단한 나무껍질 한 조각이 그대로 말린 형태로 남는다.

카시아 계피와 실론 시나몬, 무엇이 다를까
겉모습만으로도 두 종류는 어렵지 않게 구분된다. 카시아 계피는 나무껍질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두껍고 단단한 반면, 실론 시나몬은 안쪽의 얇은 속껍질만 사용해 얇고 잘 부서져서 가루 형태로 많이 이용된다. 향과 맛에서도 차이가 뚜렷한데, 실론 시나몬은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특징으로 하며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나는 반면, 카시아 계피는 자극적이고 강한 향과 매운맛을 특징으로 한다. 이 때문에 향과 풍미를 강조해야 하는 베이킹이나 음료에는 소량으로도 확실한 존재감을 내는 카시아 계피가 즐겨 쓰이고, 섬세한 단맛을 살리는 디저트에는 실론 시나몬이 선호되곤 한다.
두 향신료를 구분해야 하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는 쿠마린(coumarin) 함량의 차이다. 쿠마린은 계피 특유의 달콤한 향을 내는 천연 화합물이지만 많은 양을 오래 섭취하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쿠마린은 일정 용량에서는 약리학적 작용을 하지만 고용량에서는 간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론 계피에도 미량이 들어 있지만 카시아 계피에는 수십에서 수백 배 더 많이 들어 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체중 1kg당 하루 0.1mg 이하의 쿠마린 섭취를 권장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카시아 계피는 티스푼 하나 분량만으로도 체중이 가벼운 사람에게는 이 기준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자료에서 지적된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연구에서 계피 등 원료와 수정과 등 식품을 포함해 총 330건의 쿠마린 함량 모니터링을 진행한 바 있으며, 이를 근거로 계피 함유 식품의 쿠마린 기준 마련을 위한 자료가 축적되고 있다. 일상적으로 계피차나 수정과 정도로 섭취하는 수준에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지만, 계핏가루를 매일 다량으로 섭취하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영양성분으로 보는 계피
계핏가루 100g을 기준으로 보면 에너지는 약 247kcal이며 탄수화물 80.6g, 당류 2.2g, 식이섬유 53.1g, 지방 1.2g, 단백질 4g을 함유한다. 미네랄 중에서는 칼슘이 1,002mg으로 하루 권장량의 77%에 해당하고, 철분은 8.3mg으로 46%, 마그네슘 60mg, 칼륨 431mg, 아연 1.8mg을 함유한다. 비타민 중에서는 비타민K가 31.2μg으로 하루 권장량의 26%를 차지해 향신료치고는 눈에 띄는 수치를 보인다. 다만 이 수치는 향신료 특성상 한 번에 몇 그램씩 먹는 식품이 아니라 티스푼 단위로 소량씩 사용하는 재료라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 한 티스푼(약 2.6g) 분량으로 환산하면 칼로리와 미네랄 섭취량은 크게 줄어들며, 계피를 통해 미네랄을 유의미하게 보충하려는 목적보다는 향과 풍미를 위한 향신료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또한 USDA 자료의 성분표는 실론계피와 카시아 계피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항목으로 다루고 있어, 북미에서 유통되는 계피의 약 90%가 카시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카시아 계피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신료에서 약재까지, 계피의 쓰임새
계피는 향신료이자 오랫동안 약재로도 쓰여온 재료다. 한의학에서는 계피를 성질이 따뜻한 약재로 다루며, 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에서는 계피가 속을 따뜻하게 하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계피가 가장 익숙하게 쓰이는 방식은 생강과 함께 끓여 만드는 수정과다. 계피의 알싸하고 매운 향은 단맛이 강한 수정과의 맛을 잡아주는 동시에 은은한 방부 효과도 더해준다. 이 밖에도 계피떡, 약과, 각종 한과에 향을 더하는 재료로 쓰이며, 서양 요리에서는 시나몬 롤, 애플파이, 뱅쇼, 커피와 라떼의 토핑처럼 달콤한 디저트와 음료에 폭넓게 활용된다. 세계적으로 계피는 후추, 정향과 함께 오랫동안 귀하게 거래된 향신료 중 하나로 꼽히며, 향의 핵심을 이루는 성분은 에센셜 오일 성분인 시남알데히드로, 계피 특유의 향과 매운맛을 만들어내는 주역이다.

고르고 보관하는 법
통계피(스틱)를 고를 때는 겉면이 매끈하기보다 코르크질의 거친 껍질이 남아 있고 두꺼우며 부러뜨렸을 때 특유의 알싸한 향이 진하게 올라오는 것이 신선한 카시아 계피다. 반대로 얇고 여러 겹으로 말려 있으며 손으로도 쉽게 바스러지는 형태라면 실론 시나몬일 가능성이 높다. 계핏가루는 개봉 후 향이 빠르게 날아가므로 밀폐 용기에 담아 직사광선과 습기를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고, 통계피 스틱 형태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갈아 쓰면 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수정과나 차를 끓일 때는 계피 스틱을 통째로 넣어 은근히 우려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오래 끓일수록 향과 맛이 진하게 우러난다.
결국 계피라는 이름 하나에는 서로 다른 두 나무의 이야기가 겹쳐 있다. 매섭고 진한 향을 내는 카시아 계피는 한국의 수정과와 한약재로 뿌리내렸고, 얇고 섬세한 실론 시나몬은 서양의 디저트와 음료 문화 속에서 자리를 잡았다. 두 향신료 모두 녹나무과라는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껍질을 벗기는 방식과 두께, 쿠마린 함량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갖게 된 셈이다. 향신료 하나를 고를 때에도 이런 차이를 알고 나면, 부엌 선반의 계핏가루 통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참고자료
- Kew Gardens – Cinnamon (Cinnamomum verum)
- Wikipedia – Cinnamon, Cinnamomum cassia (USDA Database 인용 영양정보 포함)
-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연구보고서 – 계피 함유식품 중 쿠마린 실태조사 (KISTI ScienceON)
- 리얼푸드(REALFOODS) – 시나몬과 계피, 다른 식물입니다
- 헬스경향 – 시나몬과 계피는 엄연히 다르다
원물닷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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