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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과 조는 무엇이 다를까? 오메기떡의 오해부터 메기장·찰기장까지

원물알리미

기장은 제주 오메기떡의 재료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조(차조)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장과 조는 무엇이 다른지, 메기장과 찰기장의 차이부터 오곡 속 기장의 자리와 영양성분까지 살펴봅니다.

잡곡밥을 지을 때 봉지 속 작고 동그란 노란 낟알을 보고 “이게 기장인가, 조인가” 헷갈려 본 적이 있다면 그럴 만하다. 기장은 벼과 기장속의 한해살이풀로 학명은 Panicum miliaceum이다. 하나의 이삭에 수많은 작은 낟알이 달리며, 우리가 잡곡밥에서 보는 둥글고 노란 알곡은 겉껍질을 벗긴 기장 종실이다.그런데 제주의 대표 향토떡인 오메기떡의 재료로 흔히 기장이 거론되지만, 실제 오메기떡을 빚는 곡물은 기장이 아니라 조, 그중에서도 차조다. 이 흔한 오해에서 출발해 기장이라는 작물의 정체를 하나씩 풀어본다.

기장과 조, 이름은 비슷해도 다른 곡물이다

오메기떡은 제주에서 차조가루를 익반죽하여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삶아 고물을 묻힌 떡으로, 여기 쓰이는 차조는 일명 ‘흐린 좁쌀’이라 부르는 검은색 차조다. 즉 오메기떡은 제주도에서 나는 차조를 주재료로 삼아 익반죽한 뒤 끓는 물에 삶아 만드는 떡이다. ‘오메기’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차조의 제주 사투리라는 통설과 달리, 술을 빚기 위해 만드는 둥글고 가운데 구멍이 있는 조떡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처럼 제주 향토음식의 뿌리를 캐 들어가면 기장이 아니라 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기장과 조는 둘 다 벼과에 속하고 알곡이 작고 노랗다는 공통점 때문에 흔히 뭉뚱그려지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서로 다른 속이나 종에 속하는 별개의 작물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기장의 종실은 조보다 크고 더 둥글며 등쪽이 평평하지 않다는 형태적 차이가 있다. 낟알을 나란히 놓고 보면 기장은 둥글고 통통한 편이고 조는 가늘고 길쭉한 편이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분이 그리 어렵지 않다.

신석기 시대부터 재배된 오래된 곡식

기장은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재배해온 곡물 가운데 하나다. 현재의 고고식물학과 유전학 연구에서는 기장의 주요 가축화 중심을 북중국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중국 허베이성 츠산 유적에서는 약 1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장 이용 흔적이 보고됐으며, 이후 북중국에서 재배가 발달해 중앙아시아와 유럽 방향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이해된다. 현재도 인도, 러시아, 중동, 터키, 루마니아 등지에서 많이 기르는 작물이다. 한반도에서도 그 흔적이 오래전부터 확인된다. 한반도에서는 신석기 시대 기장과 함께 조가 탄화된 곡식 유적이 강원도 고성에서 발견되었으며,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삼한 시대 유적에서도 기장의 흔적이 확인되는데, 호서, 호남, 영남 지역의 삼한 유적에서는 쌀, 보리, 밀, 조, 기장, 피, 콩, 팥, 들깨, 삼 등의 곡물이 출토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지역별로 출토 비중은 차이가 있어, 기장이 늘 주요 작물이었다기보다는 여러 잡곡 중 하나로 함께 재배되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오곡 속에서 기장이 차지하는 자리

‘오곡’이라는 말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가리키는 곡물이 조금씩 달랐다. 한국에서는 흔히 쌀·보리·콩·조·기장을 오곡으로 꼽지만, 이런 분류의 원전 근거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중국 고대 문헌에서도 오곡의 목록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았는데, 『예기』에서는 콩·밀·기장·조·삼을 오곡으로 꼽았고, 정현은 삼 대신 벼를 넣기도 했다. 이렇게 오곡의 구성이 문헌마다 조금씩 달랐던 것을 보면, 기장은 특정 시대에 반짝 등장한 작물이 아니라 아주 오랜 기간 동아시아 여러 지역의 식탁에서 조와 나란히 자리를 지켜온 곡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기장은 조·수수·콩·팥 등과 함께 오곡밥에 자주 사용하는 잡곡 가운데 하나다.

척박한 땅에서도 빨리 여무는 작물

기장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까다롭지 않은 성질 덕분이다. 기장은 여러 조건에 잘 적응하고 빠른 기간 안에 자라며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곡식이다. 기름지지 못하고 메마른 땅에서도 잘 견디며 조보다 성숙이 빠른 이점이 있어 산간지에서 재배되어 왔고, 주산지는 경북이며 강원과 각 지방 산간지에서도 재배된다. 다만 쌀이나 밀처럼 대규모 주곡 체계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잡곡과 혼식용 작물로 주로 이용돼 재배면적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편이다.

실제 재배 과정을 보면 기장은 아직 적용 제초제가 없어 잡초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비닐피복 재배를 하거나 2~3엽기에 솎음 작업과 함께 중경제초를 하고, 쓰러짐을 줄이기 위해 중경배토를 한다. 수확 시기는 파종 후 75~90일로 이삭의 절반 이상이 익으면 수확하며, 벤 뒤 3~5일 동안 볕에 말려 탈곡하고 수분 함량 12% 내외까지 건조한다. 재배 기장은 잡곡 중에서도 생육 기간이 짧아 씨를 뿌린 후 거두기까지 70일에서 110일이면 되기 때문에 다른 작물과 윤작에 포함시키기 좋다. 다 자란 이삭을 무심코 두면 손해를 보는데, 파종 후 75일이 지나 이삭의 절반 이상이 익으면 수확해야 하며 수확이 늦어지면 낟알이 저절로 떨어지는 탈립이 일어난다.

이삭이 무겁게 고개를 숙인 채 자라고 있는 기장 밭의 모습

흥미롭게도 한 포기가 맺는 씨앗의 양은 상당하다. 기장은 품종과 재배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이삭 하나에 500개에서 3,000개의 씨앗이 달린다. 국내에서는 특히 제주에서 기장 재배가 두드러지는데, 제주도가 국내 기장 재배면적의 약 70%를 차지한다.

메기장과 찰기장, 그리고 다채로운 낟알 색

기장은 낟알의 찰기에 따라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기장은 메기장과 찰기장으로 분류되며, 옛 문헌에서는 각각 다른 한자로 구분해 표기했다. 옛 문헌에서는 기장류를 黍나 稷 같은 여러 한자로 기록했는데, 이 글자들이 가리키는 곡물의 범위는 시대와 문헌에 따라 달라 현대의 메기장·찰기장 구분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재배되어 온 기장은 찰기장 쪽이 많았다. 찰기장이 많아 농가에서는 이를 이용해 별식을 만드는 관습이 있었다.

수확한 낟알의 겉모습도 품종에 따라 사뭇 다르다. 기장 종자는 길이 2.25~2.5mm, 폭 2mm 안팎의 달걀 모양이며, 품종에 따라 종실 껍질의 색은 백색, 크림색, 황색, 적색, 녹색, 갈색, 또는 거의 검은색까지 다양하다. 씨앗 껍질은 품종에 따라 흰색, 노란색, 금색, 빨간색, 갈색, 검은색 등으로 다르지만 껍질을 벗기면 알곡은 모두 노란색을 띤다. 이삭이 자라는 모양으로도 품종을 구분하는데, 이삭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는 평수형, 가지와 줄기가 길며 한쪽으로 몰리는 기수형, 가지와 줄기가 짧고 빽빽한 밀수형의 세 가지 수형이 있으며 한국의 품종은 대부분 기수형에 속한다.

둥글고 굵은 기장 낟알과 가늘고 긴 좁쌀(조) 낟알의 크기와 모양을 비교한 모습

기장의 영양성분과 아미노산 구성

기장의 영양가는 오랫동안 쌀에 견주어 평가되어 왔다. 기장의 주성분은 당질이며, 조단백질의 95%는 순수 단백질로 그 분량이 쌀보다 많지만 소화율은 떨어지는 편이다. 국내 연구 자료에 따르면 도정한 기장 100g에는 대략 단백질 11.1g, 지방 1.4g, 비섬유 탄수화물 73.0g, 섬유 0.5g, 회분 1.4g, 칼슘 14mg, 철 2.1mg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장은 단백질과 지방, 여러 무기질을 포함하며 전통적으로 팥이나 다른 잡곡과 섞어 밥이나 떡으로 이용해왔다.국제 학계에서도 기장의 단백질 특성이 주목받는데, 기장의 단백질 수준은 건조 중량 기준 밀(11.6%)과 비슷하면서도 류신·이소류신·메티오닌 함량이 훨씬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이런 아미노산 조성상의 특징이 곧바로 특정 질병 예방 효과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균형 잡힌 잡곡 식단의 한 구성 요소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방의 성질에 대해서도 옛 자료는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기장의 지질은 반건성유 형태로 조와 비슷하며, 지방산은 주로 올레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밥에서 떡, 엿, 술까지

조선 시대 의서에도 기장의 쓰임이 자세히 남아 있다. 《동의보감》에는 찰기장쌀이 기장쌀과 비슷하나 알이 잘고 ‘황미’ 또는 ‘황나’라고도 하며 술과 엿을 만들고, 기장쌀은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기장은 백성에게 가장 이로운 작물로, 차진 것은 술을 빚거나 밥을 짓고 차지지 않은 것은 떡을 만들거나 죽을 끓일 수 있으며 기근을 구제하고 가축을 기를 수 있다고 평가되었다. 오늘날에는 밥에 넣었을 때 쌀과 맛의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잡곡으로 꼽혀 주로 오곡밥 등 혼반용이나 떡의 재료로 이용되며, 찰기장을 팥과 섞어 밥을 짓거나 떡을 만들면 소화율도 높고 별미가 있다. 기장은 오곡밥의 재료로 쓰이는데, 그중에서도 찰기장이 많은 편이고 건강 별미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쌀에 비해 뒤처지는 곡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근래에는 건강을 유지시키는 보조식량으로서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르고 보관하는 법

기장을 고를 때는 낟알이 고르고 윤기가 있으며 벌레 먹은 흔적이 없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 기본이다. 낟알이 작고 표면적이 넓은 잡곡 특성상 지방 성분이 산패되기 쉬우므로, 도정한 기장은 습기와 직사광선을 피해 밀폐 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이나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오래 두고 먹을 계획이라면 소량씩 나누어 밀봉해 두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쓰는 것이 향과 식감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기장은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곡물은 아니다. 수확량이 많지 않고 홀로 주식이 되기도 어려운 잡곡이지만, 그 대신 메마른 땅에서도 짧은 기간 안에 여물어 사람과 가축 모두를 먹여온 작물이다. 오곡밥 한 숟갈 속에 조용히 섞여 들어가 있으면서도, 이름이 비슷한 조와 자주 헷갈리는 사연을 품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기장다운 매력일지도 모른다.

다음에 잡곡밥을 지으며 봉지 속 작은 낟알을 마주하게 된다면, 둥글고 통통한 쪽이 기장이고 가늘고 길쭉한 쪽이 조라는 사실을 한 번 떠올려 보아도 좋겠다. 신석기 시대 화덕 옆에서부터 오늘의 밥상까지, 기장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오랜 시간을 건너온 곡물이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국립식량과학원 – 기장 재배특성, 품종, 수확 및 이용 관련 자료
  •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 제주 지역 기장 재배 및 식량작물 자료
  • 충청북도 농업기술원 – 기장 재배기술 및 생육·수확 정보
  • PNAS, Lu et al. – 중국 츠산 유적의 기장 재배 및 약 1만 년 전 이용 흔적 연구
  • Molecular Ecology, Hunt et al. – Panicum miliaceum의 중국 기원과 유라시아 확산에 관한 유전학 연구
  • Vegetation History and Archaeobotany – 중국에서의 기장 가축화 모델과 유라시아 확산 연구
  • Scientific Reports – 코카서스 지역 기장 출현 시기와 동아시아 기원 검토
  •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류아라 – 삼한 유적의 작물유체와 오곡 연구
  • 디지털제주문화대전 – 오메기떡의 재료와 제주 향토음식 관련 자료
  • 국가표준식품성분표 – 기장 100g 기준 영양성분
  • Wiley Online Library – Proso Millet (Panicum miliaceum): Nutritional Composition, Functional Attributes, and Health Imp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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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특성, 원산지를 찾아보다가 정보를 한곳에 정리하고자 원물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식품 전문가가 아니라 재료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공식 자료를 근거로 출처를 남기며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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