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는 왜 흰 부분과 초록 잎의 맛이 다를까? 연백재배·진도대파·겨울 제철까지
대파의 흰 밑동과 초록 잎은 왜 맛도 영양도 다를까요? 연백재배의 원리부터 여름파·겨울파 품종 차이, 진도대파가 겨울에 유명한 이유, 손질과 보관법까지 살펴봅니다.
국이 끓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르는 채소, 대파다. 흰 밑동은 아삭하게 씹히고 초록 잎은 국물에 풀어져 향을 낸다. 그런데 같은 한 대의 파인데도 흰 부분과 초록 부분은 맛도, 식감도, 영양성분도 꽤 다르다. 이 차이가 왜 생기는지 알면 대파를 훨씬 알뜰하고 맛있게 쓸 수 있다.
대파는 어떤 식물인가
대파의 학명은 Allium fistulosum으로, 수선화과의 부추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다만 밭에서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이지만 재배상 1년생 또는 월년생채소로 취급되고 있다. 잎을 나누어 보면 위쪽의 관 모양 잎새 부분과 아래쪽 흰 잎집(엽초)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잎새부분은 반원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표면에 납질을 띠고 있다. 대파는 양파와 사촌 격이지만 성질은 다르다. 비늘줄기는 그리 굵어지지 않고 수염뿌리가 밑에서 사방으로 퍼진다. 초여름이 되면 꽃대가 올라오는데, 초여름에 높이 70cm 정도의 꽃줄기 끝에 백색 꽃이 많이 달리며, 꽃이삭은 처음에 난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총포에 싸여 있으나 개화기에는 총포가 터져서 구형을 이룬다.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우리 밥상에 왔을까
원산지가 중국 서부로 추정되며,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중요한 채소로 재배하고 있으나 서양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서양 요리에서 비슷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리크(leek)인데, 대파와는 종이 다른 식물로 더 크고 질기며, 맛은 덜 맵고 더 달아 상대적으로 양파 맛과 더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대표적인 향신채소로 자리 잡았고 일부에서는 약용으로도 쓰였다고 알려진다. 다만 정확한 전래 경로와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추정이 있을 뿐, 하나로 확정된 정설은 없다.
왜 흰 부분과 초록 잎의 색이 다를까, 연백재배의 비밀
대파의 흰 밑동은 원래부터 하얀 게 아니라 사람 손으로 만들어진 색이다. 농가에서는 파가 자라는 동안 뿌리 주변 흙을 계속 끌어올려 덮는 ‘북주기’를 반복하는데, 한 농부는 북주기는 식물이 잘 자라고 넘어지지 않게 뿌리나 밑줄기를 흙으로 두두룩하게 덮는 일이며, 뿌리 쪽을 흙으로 여러 번 덮어 햇빛을 가리면 흰 부분이 길어진다고 설명한다. 빛을 받지 못한 부분은 엽록소를 만들지 못해 하얗게 남고, 이렇게 줄기가 굵어지고 연백부가 충분히 길어지면 수확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가 된다. 이 원리를 ‘연백재배’라 부르며, 파를 길고 굵고 하얗게 키우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여름파와 겨울파, 품종은 어떻게 나뉠까
대파는 생태적 특성에 따라 크게 나뉜다. 품종은 대체로 3개의 생태형, 즉 한지형의 줄기파(여름파), 난지형의 잎파(겨울파) 및 중간형의 겸용파로 나눌 수 있으며, 한지형은 내한성이 강하며 식물체가 크고 잎집부가 길어서 연백재배에 적당하다. 흔히 부르는 ‘외대파’나 ‘줄기파’가 이 여름파 계열로, 잎집(엽초)부분이 길고 굵게 자라는 품종으로 석창, 사촌, 금장 등이 이에 속한다. 반대로 겨울파는 저온에도 잎이 시들지 않고 계속 자라는 난지형으로, 남부지방의 겨울 대파 농사에 주로 쓰인다. 참고로 김치·전에 즐겨 쓰는 쪽파는 대파의 가는 형태가 아니라 별도의 교잡 계통으로 분류되므로, 대파의 어린 모종인 실파와는 다른 채소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언제, 어디서 나야 가장 맛있을까
대파는 사실상 사계절 유통되지만 진짜 맛이 오르는 시기는 겨울이다. 전남 진도는 대표적인 겨울 대파 산지로, 다른 지역에서는 겨울에 땅이 얼어붙어 대파를 출하하기 어렵지만 진도는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 대파를 수확해 전국에 공급할 수 있어 농가의 중요한 소득원이 된다. 이런 품질과 생산 기반을 인정받아 지리적 표시제/대한민국에 진도 대파가 등록되어 있다. 과거에는 부산 명지 지역도 유명한 산지였는데, 원래 자염 염전이 있던 곳이었으나 천일염에 밀리고 태풍 피해를 입은 뒤 염전 땅에 대파를 심어 한때 전국 파 생산의 70%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서부산 개발로 명지파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날 겨울철 대파는 노지에서 서리를 맞으며 자라는 동안 당도가 오르고 매운맛과 단맛의 균형이 좋아진다.
흰 부분과 초록 잎, 영양성분은 정말 다를까
국가표준식품성분표를 기준으로 보면 대파(생것) 100g은 열량이 23㎉, 탄수화물 4.8g, 단백질 1.78g, 당류 2.63g, 식이섬유 1.6g, 칼륨 181㎎, 인 30㎎, 칼슘 24㎎, 마그네슘 10㎎ 등을 함유한다. 그런데 같은 한 대 안에서도 부위별 성분 차이가 뚜렷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대파의 흰 줄기인 연백부에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돼 있으며, 잎 부분에는 비타민 C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 비교 자료들은 오히려 초록 잎 쪽 함량이 전반적으로 더 높다고 설명한다. 한 영양 비교 기사는 대파의 초록 부분에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녹황색 채소로 분류되며, 흰 부분과 비교했을 때 베타카로틴은 약 18배, 비타민 K는 약 13배, 비타민 C는 약 2배 더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한다. 반면 뿌리와 흰 부분에는 매운 향의 근원이 되는 황 화합물이 몰려 있는데, 뿌리에 많은 알리신 성분은 혈액순환을 돕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만 이런 성분 연구 대부분은 식품 성분 분석이나 전통적 이용법에 근거한 설명으로,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니다.

어떻게 요리에 쓰일까
대파는 한국 요리에서 국물 요리의 건더기, 각종 구이의 고명, 양념간장이나 양념된장의 내용물 등 여러 용도로 널리 쓰인다. 흰 부분은 기름에 볶으면 매운맛이 잦아들고 은은한 단맛이 살아나 파기름이나 볶음 요리에 잘 어울리고, 초록 잎은 오래 끓이는 육수나 국물 요리에 넣어 향과 점성을 함께 낸다. 한방에서는 흰 밑동과 뿌리 부분을 총백(蔥白)이라 불러왔는데, 전통적으로 감기, 소화불량, 설사, 피부궤양, 부스럼, 임산부의 태동불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용해 온 재료로 기록돼 있다. 다만 이는 전통 의학적 쓰임에 대한 기록이며 현대 임상적 효능이 입증된 것과는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르고 손질하고 보관하는 법
좋은 대파는 흰 부분이 단단하고 윤기가 나며 잎이 곧고 색이 진한 것이 좋다. 뿌리 쪽을 만졌을 때 무르거나 냄새가 나면 신선도가 떨어진 것이다. 손질할 때는 흰 부분과 초록 부분의 쓰임이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면 버리는 부위 없이 알뜰하게 쓸 수 있다. 흰 밑동은 잘게 썰어 양념이나 볶음에, 억센 초록 잎은 국물 낼 때 통으로 넣었다가 건져내면 향만 우려내고 질긴 식감은 피할 수 있다. 보관은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감싸 냉장 보관하거나, 큼직하게 썰어 냉동해두면 오래 두고 쓸 수 있다. 다만 냉동한 대파는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식감이 물러지므로 볶음보다는 국물 요리에 활용하는 편이 낫다.
결혼식 축가 속 대파, 그리고 겨울 밥상의 기본기
결혼식 축가로 익숙한 노랫말 속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라는 구절은 대파의 흰 뿌리를 백발에 빗댄 표현이다. 이 표현의 유래에 대해 한 자료는 파뿌리가 생김새가 노인의 머리 모양과 흡사하여 붙여진 속담이며, 검던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백년해로하자는 언약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부부의 인연을 파뿌리에 빗댈 만큼, 대파는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삶과 식탁 곁을 지켜온 채소였다.
결국 대파 한 대 안에는 흙 속에서 빛을 가려 하얗게 자란 밑동과, 햇빛을 받아 짙은 초록으로 자란 잎이 함께 들어 있다. 같은 뿌리에서 나고 자랐지만 빛을 얼마나 받았느냐에 따라 맛도, 향도, 영양의 결도 달라진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겨울이 되어 진도를 비롯한 남부 지역 밭에서 서리를 맞으며 단맛이 오른 대파를 만난다면, 흰 부분과 초록 잎을 구분해서 써보는 것만으로도 한 그릇의 국과 볶음 요리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다.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텃밭에서 대파 키우기 (rda.go.kr)
- 농사로(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대파 재배정보 (nongsaro.go.kr)
-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파 재배 자료 (agri.jeju.go.kr)
- 디지털진도문화대전, 진도 대파 항목 (jindo.grandculture.net)
- 위키백과, 파(종) 항목
- 국가표준식품성분표 기반 대파 영양성분 보도, 코메디닷컴
- 레이디경향, 대파 흰 뿌리와 초록 잎 영양 비교 기사
- 약국신문, 지리적표시 등록 특산물 탐방-진도 대파
원물닷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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