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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은 왜 붉은색일까? 땅에서 자라는 작은 콩의 품종·수확·팥죽 이야기

원물닷컴 에디터

팥은 밥에 넣고 죽을 끓이고 떡과 빵의 앙금을 만드는 작은 콩입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붉은색 팥이 익숙하지만 모든 팥이 붉은 것은 아닙니다. 검은색, 연한 노란색, 녹색에 가까운 껍질을 가진 품종도 있습니다.

식물학적으로 팥은 콩과(Fabaceae) 동부콩속(Vigna)에 속하며 학명은 Vigna angularis입니다. 왕립식물원 큐는 이 종의 자연 분포지역에 한국과 중국 남부, 일본, 네팔, 대만, 베트남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팥이 흥미로운 이유는 작은 붉은 콩이라는 외형뿐만이 아닙니다. 여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는 짧은 생육기간, 품종마다 다른 종피색, 삶으면 쉽게 으깨지는 전분질 속살, 그리고 동지 팥죽처럼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화까지 한 알 안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팥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팥은 동아시아에서 매우 오래 재배돼 온 작물입니다.

정확한 최초 재배지역을 한 곳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서는 중국과 인도, 일본 등 여러 지역이 원산지 후보로 언급되어 왔으며 오랜 재배역사를 고려해 중국을 중심으로 보는 견해도 소개합니다. 반면 현재 야생 분포와 유전적 계통까지 고려하면 동아시아와 그 주변 지역 전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팥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함경북도 회령 오동 유적에서 청동기시대의 팥이 출토됐으며 백제 군창터에서도 팥과 관련된 자료가 확인됐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청동기시대에는 한반도에서 팥이 재배되거나 이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팥은 어떤 식물일까?

팥은 한 해 동안 자라고 열매를 맺은 뒤 생을 마치는 한해살이 콩과 작물입니다.

줄기에는 여러 장의 잎이 달리고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자라 꽃을 피웁니다. 꽃이 수정되면 가늘고 긴 꼬투리가 생기고 그 안에서 팥알이 성숙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한 꼬투리 안에 대체로 4~8개의 열매가 들어간다고 설명합니다.

땅콩처럼 열매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콩과 식물처럼 지상에서 꼬투리를 만듭니다.

[이미지 1]

알트텍스트: 초가을 팥밭에서 팥잎과 꽃, 가늘고 긴 팥 꼬투리가 함께 달린 모습

팥은 왜 여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할까?

팥은 따뜻한 기후를 좋아합니다.

농촌진흥청 재배자료에 따르면 중북부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6월 중순부터 하순에 파종하고 남부지역에서는 6월 중순부터 7월 상순까지 파종합니다. 수확은 중북부가 10월 상순~중순, 남부는 10월 중순~하순이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팥의 발아 적온은 약 25~30℃이며 생육에는 주야간 평균 20~24℃ 정도가 적합한 것으로 제시됩니다. 늦서리나 성숙기의 갑작스러운 저온에는 약한 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한여름에 자라 가을에 거두는 대표적인 잡곡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팥은 어떻게 익었는지 알 수 있을까?

팥은 모든 꼬투리가 동시에 익지 않습니다.

먼저 생긴 꼬투리가 갈색으로 마르기 시작하고 뒤늦게 생긴 꼬투리는 여전히 푸른색을 띠기도 합니다.

농촌진흥청은 전체 꼬투리의 약 70~80%가 성숙했을 때 일괄 수확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개화 후 대략 50~55일 정도가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수확한 뒤에는 며칠 동안 충분히 건조한 다음 탈곡합니다.

너무 늦게 수확하면 잘 마른 꼬투리가 벌어지면서 씨앗이 떨어지거나 품질이 나빠질 수 있어 적정한 수확시기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팥은 전부 붉은색일까?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팥은 암적색이나 적갈색이지만 팥의 종피색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농촌진흥청에서 소개하는 품종 가운데 아라리는 암적색, 홍다는 담적색, 검구슬은 검은색, 연두채는 녹색 종피를 가집니다.

이 밖에도 흰색이나 연한 황백색 종피를 가진 품종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종피색에 따라 붉은팥을 적두, 검정팥을 흑두, 흰팥을 백두처럼 구분해 부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팥이라는 이름이 특정한 붉은색 씨앗 하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지 2]

알트텍스트: 붉은 팥과 검은 팥, 연한색 팥 등 여러 팥 품종의 종피색 차이

아라리는 어떤 팥일까?

현재 국내에서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품종 가운데 하나가 아라리입니다.

농촌진흥청은 아라리를 2011년 육성한 직립형 중생종으로 소개하며 강원도 산간지를 제외한 전국에서 재배할 수 있고 종피는 적색이라고 설명합니다.

앙금을 만들었을 때 입자가 곱고 색과 향이 좋아 호두과자와 찐빵 등의 가공원료로도 이용됩니다.

반면 검구슬은 검은 종피가 특징이고 연두채는 녹색 껍질을 가집니다. 흰구슬처럼 밝은 종피를 가진 품종은 흰앙금을 만드는 데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팥 품종을 구분할 때는 단순히 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숙기, 알 크기, 수량, 쓰러짐에 대한 저항성, 가공용도까지 함께 봅니다.

팥의 붉은색은 어디에서 나올까?

팥의 색은 주로 씨앗을 감싸는 종피에서 나타납니다.

종피에는 여러 페놀성 화합물과 색소 성분이 존재하며 품종에 따라 그 종류와 함량이 달라 적색, 검은색, 녹색 등 다양한 색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팥을 삶았을 때 물이 붉거나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종피에서 색소와 여러 수용성 성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입니다.

색이 진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건강효과가 더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품종별 성분 차이는 존재하지만 식품의 기능을 하나의 색소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팥과 콩은 영양구성이 어떻게 다를까?

팥은 콩과 식물이지만 대두와는 영양구성이 상당히 다릅니다.

대두는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반면 팥은 탄수화물의 비중이 더 크고 지방은 적은 편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일반적인 팥 성분 자료에서는 탄수화물 약 55%, 단백질 약 21%, 지방 약 0.7% 정도로 설명합니다.

팥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외에도 식이섬유와 칼륨, 마그네슘, 철, 비타민 B군 등이 들어 있습니다.

다만 품종과 산지, 수분함량, 생것·삶은 것·가공품 여부에 따라 수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K-FIND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원재료와 조리상태별 영양성분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른 팥의 영양수치를 삶은 팥이나 팥죽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팥을 삶으면 왜 부드럽게 으깨질까?

마른 팥은 매우 단단하지만 물에 불린 뒤 충분히 삶으면 손가락으로도 쉽게 으깨집니다.

팥알 내부에는 전분과 단백질을 포함한 저장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물과 열이 가해지면 전분이 물을 흡수하고 팽윤하면서 조직이 부드러워집니다.

팥앙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입니다.

충분히 익힌 팥을 으깨고 껍질을 걸러내거나 그대로 사용하면 팥소나 앙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설탕을 더하면 우리가 빵과 떡에서 익숙하게 먹는 달콤한 팥앙금이 됩니다.

[이미지 3]

알트텍스트: 마른 팥과 물에 불린 팥, 삶아서 부드럽게 갈라진 팥알의 차이

통팥앙금과 고운앙금은 무엇이 다를까?

팥을 가공하는 방법에 따라 식감은 크게 달라집니다.

통팥앙금은 팥알의 형태와 껍질이 어느 정도 남도록 만들어 팥의 씹는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고운앙금은 삶은 팥을 곱게 으깨거나 체에 내려 껍질과 거친 조직을 줄인 뒤 당을 섞어 부드럽게 만듭니다.

같은 팥이라도 품종에 따라 앙금의 색과 입자감, 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공용 품종을 따로 개발하기도 합니다. 아라리가 앙금용으로 널리 이용되는 이유도 이런 가공적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팥죽의 붉은색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한국에서 팥은 음식인 동시에 문화적인 상징을 가진 곡물이었습니다.

특히 동지 팥죽이 대표적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동국세시기』 등에 동짓날 팥죽을 만들어 먹고 문이나 주변에 뿌리는 풍속이 기록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붉은색을 좋지 않은 기운을 막는 색으로 보는 민간신앙과 연결된 풍습입니다.

오늘날에는 팥죽을 주로 계절음식으로 먹지만 이러한 풍습에는 단순한 영양이나 맛 이상의 문화적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팥은 떡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했습니다. 팥고물을 묻힌 시루떡 등 붉은 팥을 이용한 음식은 여러 의례와 생활문화에서 사용돼 왔습니다.

이러한 전통적 상징과 현대의 영양학적 효과는 서로 다른 영역이므로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팥죽과 단팥죽은 같은 음식일까?

팥을 삶아 만든다는 점은 같지만 조리방식과 맛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동지팥죽은 삶은 팥물을 이용해 쌀이나 새알심을 넣고 끓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며 반드시 매우 달게 만드는 음식은 아닙니다.

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팥죽은 설탕이나 다른 당류를 넣어 달콤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영양성분을 비교할 때도 마른 팥, 삶은 팥, 전통적인 팥죽, 설탕이 많은 단팥죽을 모두 같은 식품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가공식품은 제품마다 첨가되는 설탕과 기타 재료의 양이 다르므로 실제 영양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팥은 왜 삶기 전에 불려두기도 할까?

마른 팥은 수분이 적고 조직이 단단합니다.

미리 물에 담가두면 씨앗이 수분을 흡수하면서 조리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팥은 다른 큰 콩류와 비교하면 반드시 장시간 불려야만 조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팥죽이나 앙금을 만들 때는 먼저 팥을 삶아 부드럽게 만든 뒤 용도에 따라 으깨거나 체에 거릅니다.

오래 저장해 지나치게 건조된 팥은 새로 수확한 팥보다 익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좋은 팥은 어떻게 고를까?

마른 팥은 알의 크기와 색이 비교적 고르고 벌레 먹은 구멍이나 깨진 알이 적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팥의 색과 크기는 품종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크고 짙은 붉은색이어야 좋은 팥이라는 기준은 맞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검구슬은 원래 종피가 검고 연두채는 녹색입니다.

오래 저장해 표면이 지나치게 쭈글쭈글하거나 곰팡이 냄새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산 팥을 구입하면서 품종이 표시돼 있다면 아라리처럼 가공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품종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팥은 어떻게 보관할까?

마른 팥은 수분이 적기 때문에 생채소보다 오래 저장할 수 있지만 습기와 해충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밀폐용기에 넣어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여름처럼 온도와 습도가 높은 시기에는 장기 상온보관보다 냉장이나 냉동보관을 활용하면 벌레 발생이나 품질 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용하기 전에는 변색이나 곰팡이, 벌레 피해가 있는 알을 골라내고 필요한 만큼 씻어 조리합니다.

삶은 팥은 마른 팥과 달리 수분이 많기 때문에 냉장 상태에서도 오래 두기보다 빨리 사용하고 장기간 보관하려면 한 번 사용할 양씩 나누어 냉동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작은 팥 한 알에는 계절과 문화가 함께 들어 있다

팥은 식물학적으로 보면 콩과에 속하는 작은 씨앗입니다. 여름에 꽃을 피우고 가느다란 꼬투리를 만든 뒤 가을이면 단단한 팥알로 익습니다.

하지만 한국 식문화에서 팥은 단순한 잡곡보다 훨씬 넓게 사용됐습니다. 팥밥과 떡, 앙금에서 동지 팥죽까지 이어졌고 붉은색은 여러 세시풍속 속에서 상징적인 의미까지 갖게 됐습니다.

오늘날에는 붉은 아라리뿐 아니라 검은 검구슬, 녹색 연두채, 밝은 종피를 가진 품종처럼 용도와 색이 다른 팥도 개발돼 있습니다.

그래서 팥을 이해할 때는 붉고 달콤한 앙금만 떠올리기보다 여름에 자라 가을에 익는 콩과 식물의 생태, 다양한 품종과 색, 전분질 씨앗의 특징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동지 음식문화까지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자료

  • Royal Botanic Gardens, Kew, Plants of the World Online – Vigna angularis
  • 농촌진흥청 농사로, 「팥 재배기술 및 작업일정」
  • 농촌진흥청, 「논 팥재배 핵심 기술」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팥 품종 주요 특성」
  • 농촌진흥청, 「올 동지에도 영양 많은 우리 팥으로 든든하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팥」
  • 농촌진흥청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 「이달의 식재료 – 팥」
  • 식품의약품안전처, K-FIND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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